고건 전총리 대망론이 가시화되고 있다. 마치 퍼즐 맞추기식으로 조각조각 나뉘어져 있지만 조각들의 아귀는 서로 꿰맞춘 듯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조각만 보면 알 수 없는 고건의 ‘큰 그림’이다. 고건 대망론은 양대 큰 조각으로 이뤄져 있다. 바로 희망연대 조각과 우민산우회 조각이다. 희망연대가 당 지도부 역할을 자처한다면 우민산우회는 당원으로 전국에 조직을 꾸리며 밑바닥을 다지고 있다. 희망연대 출현으로 고 전총리의 자문기구 역할을 담당했던 미래와 경제는 단순 연구모임으로 그 위상이 다소 떨어진 모습이다.
희망연대, ‘NGO성격의 국민 이익 단체’
고재방 광주대 교수는 내달 10일 출범할 희망연대를 한 마디로 이렇게 규정했다. 미래와 경제 회원에 희망연대 발기인으로 참석하는 고 교수는 세미나하랴 희망연대 준비하랴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그는 희망연대가 10월 창당을 위한 신당의 모태라는 지적을 일축했다. 오히려 기존 정당에 대한 국민들의 무조건적 불신감이 팽배해진 상황에서 신당 창당은 ‘바보짓’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고 교수는 정치 세력화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선 적극 부인하지는 않았다.희망연대는 그동안 기성 정치권이 무시한 국민의 이익을 환원시키고 대변하는 조직이라고 강조했다. 상실된 대의 정치를 부활시키고 ‘국민속으로’ 들어가 현장 정치를 펼치겠다는 것이다. 정치 현안에 대해서도 당당히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참여 인원은 애초 30~40명 수준에서 60~70명으로 늘려 잡았다고 실토했다.
‘인물난’이라는 언론 보도와는 달리 신청자가 급증해 압축하느라 출범일이 늦어졌다는 해명이다. 또 그는 인물 선정 기준으로 ▲전문성을 지닌 전문가 그룹 ▲비정치인 ▲ 명망가 중심 배제 ▲40~50대 중심 ▲실사구시형 인사를 중심으로 꾸렸다고 밝혔다.덧붙여 특정 지역이나 이념, 정치성향에 경도된 인사들도 과감히 배척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만한 인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 전총리와 함께 공동대표를 맡을 1~2명 정도가 그나마 이름이 알려진 인사라고 언급했다.현재 희망연대 사무실은 미래와 경제가 있는 종로5가나 고건 개인사무실이 위치한 여전도회관, 제3 지역인 광화문 중에서 한곳에 자리잡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우민산우회, 고건 교감 속 ‘움직인다’
희망연대가 상층구조를 이루며 고건 캠프의 정책과 전략을 담당한다면 하부구조는 우민산우회가 담당하고 있다.이미 우민산우회는 전국 16개 시도지부에 지부장을 선출하고 회원도 시도지부별 200~300명을 거느리고 있다. 시책이나 도책은 전현직 국회의원이나 지역 명망가를 중심으로 꾸렸다. 현재 알려진 시도책으로는 강원도 황창주 전의원과 전북도책 최진영 전남원시장 정도이다. 고도현 우민산우회 사무총장은 전국적으로 10만 회원모집을 목표로 전국을 돌며 조직을 관리하고 있다.
고 사무총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민산우회는 드러내놓고 활동하는 조직이 아니다”며 “당분간 조용하게 지내며 나라를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독립군처럼 활동하고 있다”고 경계했다.그는 “우리는 한미준처럼 우민 선생님을 등에 업고 공천 장사를 하는 조직이 아니다”며 “고 전총리와 수시로 교감을 가지며 전국적으로 조직을 꾸려가고 있다”고 한미준과 차별성을 강조했다. 한 마디로 고건 외곽 직계조직이라고 강조했다.
한미준은 5·31지방선거전 고건을 지지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정당으로 선관위에 가입했으나 한 석도 만들지 못해 자연 소멸되는 불운을 겪었다. 한편 최근 열린우리당 조경태, 윤원호, 장향숙 의원 등 부산지역 출신 의원들을 고 전총리의 측근이 접촉한 게 우민산우회라는 지적이 정치권에 돌았다.
‘PK’지역 적극 공략
이에 대해 고 총장은 “부산에 누가 여당 의원들을 접촉했는지는 모르지만 스스로 행동한 자가발전일 수도 있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그는 “고 전총리 지지기반이 호남이기에 역으로 영남지역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우민산우회는 희망연대와는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그는 희망연대가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기능으로 분야별 전문가들이 현실정치를 비판하고 비전을 제시한다면 우민산우회는 고건 캠프의 몸체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당창당과 관련해 고 총장은 “고 전총리의 뜻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올해 안에는 사단이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 10월 창당설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 우민산우회는 마포구 홀리데이인 서울(구 가든호텔) 맞은편에 사무실을 얻어 활동하고 있다.
<홍준철 기자>mariocap@ilyoseoul.co.kr
# 고건, 완전 국민참여경선제 도입 찬성여당 미국식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난국 돌파
열린우리당이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에서 미국식 오픈 프라이머리(Open Primary, 완전 국민참여경선제)를 도입키로 결정했다. 기존의 당헌당규에 따른 경선방식으로는 고건, 정운찬 등 범여권 후보가 당내에 들어오기 힘들다는 자체 판단이다. 이에 외부 인사를 적극 영입해 여권내 대선후보 경선을 다자경쟁구도로 만들어 흥행을 만들자는 복안이다.
또 외부인사들의 영입 고사 명분도 사전에 차단하자는 뜻도 담겨 있다. 일단 반한나라 범여권 단일 후보로 높은 지지를 받는 고건 전총리는 찬성의 뜻을 보였다. 고 전총리는 대선 후보 선출을 국민의 뜻에 맡겨두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호평했다. 대중적 인지도에서 여권 어느 후보에게도 지지 않는 고 전총리의 자신감이 그대로 나타나는 대목이다.
열린우리당은 지난 14일 기존 30% 이상 기간당원을 포함시키도록 한 당헌당규조항을 없애고 완전 국민참여경선제를 도입키로 했다. 오는 8월말까지 여론수렴과정을 거쳐 대선 후보 경선방식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는 기간당원이 확보되지 않은 외부인사에게 ‘불공정 게임’이 될 수밖에 없어 영입에 걸림돌로 여겨져 왔다. 또 그동안 ‘종이당원’, ‘대납당원’ 등 기간당원제 모집과정에서 골머리를 앓았던 여당이다. 완전 국민참여경선을 통해 이런 폐단도 없애자는 의지도 담겨있다.
하지만 결론이 날때까지는 잡음도 일 전망이다. 기간당원제 수정작업을 하고 있는 친노단체인 참여정치연구회가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완전 국민참여 경선은 상향식 민주주의를 표방한 열린 우리당의 창당 정신을 훼손한다는 지적이다.하지만 다수의 당내 여론은 완전 국민참여경선제 도입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대선후보 경선방식은 연령별, 성별, 지역별로 무작위 추출방식의 여론조사 방식이 혼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여당 관계자의 전언이다.
고건, “모든 후보에 동등한 기회줘야”
고건 전총리나 측근들은 여당의 이번 결정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미래와 경제소속 고 전총리의 한 핵심 측근은 기자와 만나 “여당이나 대통령 지지도가 20%도 안되는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고육지책이었을 것”이라며 “그동안 소홀했던 대국민 상대 정치를 펼치겠다는 것이지만 좀 더 세밀하게 보면 정동영, 김근태로는 안된다는 위기의식의 발로”라고 지적했다.
그는 여당내 탈계파 성향도 지적했다. 5·31지방선거이후 여당의 참패에 따른 ‘열린우리당 해체론’에 한 자릿수에 머문 정동영·김근태의 낮은 지지도가 여당내 계파모임의 해체현상을 가속화시켰다는 것이다. 한편 그는 “고 전총리도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기회를 주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고 국민에게 (대선후보 선출을) 맡겨두는 것은 좋은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고 전총리의 심경을 전했다. 대중 인지도가 높은 고 전총리로서 자신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여당내 친고건 의원들이 존재하지만 아직은 모래알 수준이고 여권내 여타 유력한 후보보다 기반이 약하다는 점도 수용하는데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준>
홍준철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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