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쉬운 정치이야기?’라는 코너를 홈페이지에 올려 화제다. 글을 쓰게 된 동기는.▲‘쉬운 정치’는 내 구호다. 시인이 시(詩)를 써도 알기 쉽게 표현하는 시가 일류시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쉽게 표현하고 간단하게 말하는 게 ‘진짜정치’다. 사술이 들어가고 복잡하게 생각하면 말도 길어진다. 애매모호해진다. 그런 사람들은 말을 애매모호하게 해놓고 결정적일 때는 유리하게 해석한다. 자기에게 불리하면 회색분자가 돼 기회를 보다가 판세가 어디로 가는가를 보고 그쪽에 붙는다. 그러면서 용감한 척 한다. 옳은 정치가 못된다. 복잡한 이념이나 과거사 같은 얘기가 개혁인 것처럼, 그것이 금세 우리를 좋게 살게 만드는 것처럼 말하는 데 그것은 아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는 집, 밥, 옷, 일 그리고 웰빙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우리 정치의 본질이 돼야한다. ‘정직한 정치를 하자’는 게 ‘쉬운 정치’의 참뜻이다.
- 인터넷을 통한 네티즌과의 소통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홈페이지, 블로그, 싸이월드까지 다 운영하고 있다. 내가 거창한 직책을 갖고 있지 않지만 ‘강친구’라는 팬 카페도 있다. 전국적으로 수백명이 가입돼 있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매년 분기별 모임을 한다. 전국을 돌면서 모임을 하는데 2주전에는 광주에서 했다. ‘쉬운 정치이야기’에 올린 글도 인터넷 팬카페 ‘강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 최근 대학을 무대로 ‘강연정치’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계기는.▲사실 그 동안 강연이라는 것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많은 단체와 대학에서 강의를 요청했지만 나가지 않았다. 강연을 하려면 자기 인생철학과 솔직함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나 그 동안 당의 정권창출에 얽혀 이회창 대통령 만들기에 흠이 되는 것은 하지 않은 게 좋겠다고 생각해 자제했다. 당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내 개성살리기를 주저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당에서 뚜렷한 직책을 갖고 있지 않은 입장이다 그래서 내 목소리를 내기가 어렵다. 너무 자주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아 완급을 조절해가면서 강연을 할 계획이다.
- 강연정치를 위해 별도의 팀을 구성했고, 여의도 사무실을 개소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대권행보’로 해석하는데.▲사무실은 과거부터 있던 거다. 최고위원도 부총재도 출마하면서 선거운동을 하기 위해서 사람들이 드나들기 위해 있었다. 그 동안 계속 유지해 왔고, 최근 사무실을 옮겼다. 이곳을 통해 강연자료도 만들고 각 분야별로 외교는 외교 경제. 내 나름대로 식견을 정리하고 조율하는 장소로 이용할 계획이다. 또 장기적으로 연구소로 만들 생각이다.
- 당내에선 차기 주자군으로 분류된다. ▲내 나름대로는 공부도 열심히 했고 균형감각을 갖추어야겠다는 고민도 많이 했다. 정치인으로서 몸 관리와 주변관리도 잘했다. 목표를 가지고 정치를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시기상조인 것 같다.
- 국회의원 선거는 이번이 마지막이라 말했는데 그 의미는 무엇인가.▲선거에 출마를 마지막이라고 한 게 아니라 국회의원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노력하겠다는 말이었다.
- 당내에선 내년 5월 원내대표 경선에 도전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지금 뭐라 얘기하기는 어렵다. 다만 당 대표가 대구출신이다. 원내 투톱을 다하게 부담이 될 듯하다. 이렇게 되면 한나라당이 TK 당이냐 그런 말이 나올 수 있다. 그래서 지난번에 나가지 않았다. 출마한다면 당대표에 도전할 계획이지만 검토는 해 볼 생각이다.
- 이해찬 총리의 한나라당 폄하발언 이후 당 지도부의 대응에 문제를 제기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 당 지도부에 대한 견해는. ▲상생의 정치는 좋다. 나도 찬성한다. 나는 강경파가 절대 아니다. 서로 조율하게 조화를 이루는 게 정치다. 그러나 서로 상대방의 정치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참고 있는 것은 상생이 아니다. 서로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 상생이다. 이 총리의 발언, 도저히 정부의 대표로서 취할 태도가 아니었다. 그것을 보고 있다는 것도 말이 안된다. 우리 한나라당은 대선 두 번 패배이후에 가위에 눌린 것도 같다. 당 지도부가 기회를 너무 많이 본다. 기회를 너무 많이 보면 너무 기회주의적으로 된다. 상생이라는 이름으로 소장파, 노장파, 보수세력. 진보세력의 전부를 다 비위를 맞추려고 한다. 자꾸 눈치를 본다. 소신을 피력해야 한다. 지도할 의사 없다면 지도부가 아닌 것이다. 기본노선을 상생으로 가는 것은 좋지만 상생을 제대로 알고 갔으면 좋겠다.
- 박근혜 대표를 적극 지지했는데 이에 대한 생각에는 변함이 없는지. ▲박 대표가 선거 때도 열심히 했고 지금도 열심히 한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탄핵사태이후 당이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 총선 자체가 도저히 안 이루어 질 것으로 보였다. 당시 우리 당이 차떼기 이미지를 덮어쓰고 있는 상황에서 ‘박근혜 대표의 이미지’가 필요해 적극 밀었다. 일부에선 ‘텃밭이 비슷한 대구에서 강 의원이 손해 보는 거 아니냐’는 말도 있었지만 나는 단기적으로 ‘이익이냐 손해냐’이런 것을 따져가면서 정치를 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서로 돕고 필요할 때는 서로 경쟁하는 것이다. 집을 짓는데 굵은 못이 필요할 때도 있고 짧은 못이 필요할 때도 있다. 국민들이 판단할 몫이다. 그 경우마다 적재적소라는 말이 있다. 오늘날의 잣대로 내일을 예측할 수는 없다.
- 당내 비주류 의원들의 목소리가 크다. 일각에서는 박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있는데.▲잘하는 것도 못하는 것도 있다. 우리 당이 국가보안법에 대해 확실한 식견을 갖도록 당에 경고하는 것은 일리가 있다. 그러나 당대표의 정수장학회 문제를 가지고 우리끼리 공격하는 것은 인신공격성이다. 외부에서 볼 때는 정략적으로 흔드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당의 정책과 노선을 가지고 싸우는 것은 바람직하다.
- 당 소장파들과 중진들간에 불편한 관계가 자주 목격된다. ▲우리 당을 봉숭아학당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너무 지나치면 안된다. 너는 당을 나가라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활발하게 토론하는 것은 좋지만 주제를 여당에 선점당한 뒤 자꾸 저쪽의 주제에 함몰되는 경향이 많다. 저쪽의 음모에 빠지지 말고 경제활성화, 사회복지 등 주제를 돌려 우리가 먼저 이슈를 선점해 나가야한다.
- 국가보안법에 대해 당내에서 이견이 많은데.▲우리 당이 정리가 안되고 있다. 국가보안법의 경우 원론적으로 반대다. 세계 1.2차 대전당시 다리에 총알을 맞았을 때 마이신 없으면 다리를 다 잘랐다. 그러나 지금 와서 마이신의 남용이 문제가 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마이신을 복용하지 말자고 하면 말이 되겠는가. 악영향만이 있는 게 아니다. 약물 남용을 방지하자 이런 식으로 가야한다. 보안법도 마찬가지다. 동유럽과 중국, 북한까지 소비예트의 영향으로 모조리 사회주의화됐다. 한반도 남쪽 우리만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켰다. 자부심을 가질만한 역사다. 지금은 과거 사회주의권 나라들이 우리체제를 배워가고 있다.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부분을 고쳐 남용을 막으면 된다. 당이 원칙을 이렇게 정하고 우리가 양보할 수 있는 안을 만들어 국민들에게 탄력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지금처럼 당론도 없다고 인식돼서는 안된다.
- 이회창 전총재의 복귀설이 솔솔 나오고 있는데. ▲최근 이 전총재를 만난 적이 있다. 일각에서 정치를 다시 할 것이라는 말을 하는 데 사실이 아니다. 그건 추측이고 옆에서 부추기는 얘기다. 그런 판단을 하실 분이 아니다. 당의 원로이니 지난번 국가보안법에 대한 견해를 밝힌 것처럼 조언은 하실 수 있다고 본다.
이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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