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의 한 관계자는 그에 대해 “참 무서운 감독이다. 보통 타선을 보면 어딘가 쉬어 가는 타선이 있기 마련인데 현대는 1~9번까지 어디 하나 쉬어 갈 데가 없다”면서 “또한 작전구사력도 뛰어나고 수비에도 구멍이 없다. 김 감독이 이끄는 팀을 보면 정말 꽉 짜여진 팀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정말 ‘여우’ 라는 별명으로도 부족해 보이는 감독이다”라고 말했다.김 감독이 이렇듯 선수로서, 또 감독으로서 그 저력을 인정받는 까닭은 무엇일까. 김 감독은 지난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9차전을 승리로 이끌며 2년 연속 우승을 달성한 뒤 “항상 도전하는 마음으로 임하겠다”며 소감을 밝혔다. 이렇듯 해태 이후 처음으로 2연패를 달성한 김 감독의 저력은 ‘1등만이 살길’이라는 끝없는 채찍질과 ‘뭉쳐야 산다’는 마인드에서 비롯된다.
김 감독이 1996년 처음으로 현대 유니콘스의 지휘봉을 잡았다. 그가 현대의 감독으로 영입되자 당시 야구계에서는 성적 미달일 경우 사령탑을 즉각 교체하는 현대의 ‘냉정한?’ 분위기를 감안,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김 감독 입장에서는 이점이 가장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는 ‘1등이 아니면 갈 곳이 없다’는 각오로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 결과 96년 이후 지금까지 9년 동안 한국시리즈 4회 우승에 현역 최고 승률 감독(0.573)이라는 최고의 성적표를 거머쥐게 되었다. 야구뿐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에서도 이긴 셈이다.김 감독은 소문날 정도로 승부욕이 강하다. 그래서 그는 골프, 당구, 볼링, 탁구 등에 있어서도 지는 것을 싫어해 상당한 실력을 갈고 닦았다.
특히 당구는 무려 700점이나 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이 중에서 그가 야구 다음으로 자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포커게임이다.그에 따르면 포커게임은 야구와 비슷한 점이 많다. 흐름이 있고 요소마다 결정을 내려야하는 점에서 그렇다. 무엇보다도 인내심을 가지면 언젠가 좋은 패가 들어온다는 점에서 야구와 다를 바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도전 정신과 타오르는 승부욕 이외에 김 감독의 또 다른 강점은 우수한 몇몇 선수들에 의존해 경기를 운영하기 보다 팀 전체의 조직력을 최대한 살려 경기를 운영한다는 점이다. 김 감독이 해태 이후 처음으로 한국 시리즈 2연패를 달성한 원동력에 대해 “선수들과 나의 호흡 잘 맞았다. 구단과 선수, 코칭 스태프 모두가 3위 일체가 잘 됐다”고 밝힌 것에서 알 수 있듯, 그는 팀 전체의 조화를 중시한다. 이 때문에 현대는 선수층이 두텁다는 말을 듣는다.
사실 현대의 많은 선수들이 FA로 이적을 많이 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별다른 동요 없이 현재의 선수들에 맞는 팀과 전략을 구상해 훈련을 지도했다. 또 백업요원 양성에도 부지런히 힘을 쏟았다. 선수 모두를 정예화하는데 성공했다는 평을 듣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김 감독에게 있어 팀 전력 보강은 훌륭한 선수를 데려와 하는 것이 아니다. ‘부족한 것은 훈련으로 채운다’는 것이 그의 야구 철학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김 감독의 야구 스타일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도 들린다.김 감독의 “작전 많은 재미없는 야구”에 대한 비판이 바로 그것이다. 김 감독은 ‘그라운드의 여우’라는 별명에 걸맞게 희생번트 등 작전이 많은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이기는 데만 치중할 뿐 화끈한 경기 운영을 하지 않아 야구를 지루하게 만든다는 지적이 많다. 이 때문에 일부 야구팬들은 이번 한국시리즈 우승에 대해서도 “이겼지만 재미없는 야구였다”며 현대의 경기 운영방식에 대해 일침을 가하곤 한다.김 감독의 철저한 작전위주의 야구는 현대 선수들에 대한 인기도를 보아도 알 수 있다. 현대는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궜다. 또 5차례 진출한 한국시리즈에서 모두 4차례 우승해 우승확률 80%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우승횟수가 가장 많은 구단이지만 프랜차이즈(지역연고) 스타가 다른 팀에 비해 적다.
그만큼 팀 플레이를 우선시하기 때문에 이승엽 과 같이 대활약을 앞세운 스타가 탄생하기 힘들다. 이는 김 감독뿐 아니라 현대가 팬을 확보하는 데 있어 해결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재미없는 야구를 한다는 지적에 대해 “그건 상대팀에서 자꾸 지고 성적이 안나오니까 하는 말이다. 우리 팬들은 이기길 원한다. 번트만 잘 댄다고 비판하는데 그것도 능력이다”라며 “어떤 식이든 이기는 야구를 해야 살아 남는다”고 말했다.한편 이번 한국시리즈는 야구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라는 게 야구팬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이런 명승부를 연출한 김재박 감독. 내년에도 그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윤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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