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가 지난해 5월에 도입한 ‘후원의 집’ 제도와 관련, 여러 가지 지적이 일고 있어 주목된다.경희대는 후원제가 도입된 후 일년여가 지난 6월 7일, 교내에서 음식점을 비롯해 당구장·노래방·커피전문점·꽃집 등 인근상가 30여 곳, 학교 관련 기업체 10여 곳 등 모두 49곳 업소와 결성식을 맺었다. 후원의 집은 일반회원·우대회원·골드회원의 3종류로 구분된다. 일반회원은 월 5만원 이상, 우대 회원은 월 10만원 이상, 골드회원은 연 200만원 이상 발전후원금을 납부하게 된다.
학교 재정 아무 문제없어
대학에서는 가입업소에 대해 아크릴로 제작된 ‘후원의 집’ 간판을 제공하고, 경희대 홈페이지(www.kyunghee.ac.kr)와 대학신문을 비롯한 학교 홍보물에 이들을 알리고 있다.학교 측은 연간 약정금액 5,500만원을 유치해 고무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인들이 학교발전기금으로 기부한 금액은 올해 상반기까지만 총 2,000여 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취재진이 후원금 사용내역 및 경과보고를 요구하자, 학교 측은 “아직 한 푼도 쓰지 않은 실정”이라며 “중간보고할 내역이 없다”고 밝혔다.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에 대해 학교 측은 “확인해줄 수 없다”는 말로 일관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학교가 경영난에 처하자, 재정의 일부를 충당하기 위해 제도를 도입했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경희대 대외협력팀 김동선 팀장은 “결성식을 맺은 지 이제 한 달이 조금 넘은 시점에서 구설수에 올라 당황스럽다”면서 “본교가 재정난에 처했다는 소문은 처음 듣는 얘기”라며 학교 재정에 아무 이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후원금 납부 종용 의혹에 대해, 대외협력팀 김태범 계장은 “팀원들이 일일이 돌아다니며 상점 측에 후원제도에 대한 취지를 설명하고 안내를 했을 뿐 절대 강요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취재진이 ‘후원의 집’을 탐방한 결과, 상점 측의 입장은 달랐다. 우대회원에 가입했다는 A음식점 사장은 “직원들에게도 물어봤지만, 학교 측에서 직접 상점에 찾아온 적은 없었다”며 “나는 개인적으로 제안 받아 후원하게 된 케이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그 분이 학교 임원이기도 하고, 만약 제안을 거절할 경우 우리 음식점을 오지 않을 것 같아서…”라고 말끝을 흐리기도 했다.
홍보효과 ‘유명무실’
B음식점 주인 역시 “물론 내가 신청서를 작성한 건 사실이지만, 학교 측의 제안이라 안하면 괜히 우리 업소만 손해 볼 것 같은 심리적 압박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일반회원인 C음식점 사장은 “학교 근처에서 장사하면서 모두 ‘윈윈’하자는 의미에서 후원하게 됐다”고 말했다.대부분의 업소에서 학교측의 후원업소 관리에 대한 무성의를 질타했다. 실제로 취재진이 방학 중에 교내를 이용하는 20여명의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물어본 결과도 다소 허무했다. ‘후원의 집’ 얘기는 들어봤지만 간판은 본 적이 없다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심지어 ‘후원의 집’ 제도 자체에 대해 모르는 학생도 일부 있었다.
또 대학신문이나 주보 등에 나와 있는 음식점을 보고 찾아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게 다수 의견이었다. 학교 측의 홍보효과는 ‘유명무실’인 셈이다. 김 팀장은 “아직 결성식을 한 지 한달 밖에 되지 않았고, 계속해서 확충하고 보완해 나가는 단계이기 때문에 지금 후원의 집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다소 이른 감이 있다”고 토로했다.그는 “하지만 이들의 의견과 불만을 모두 수렴해 앞으로 업소 측과의 괴리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 적극적인 홍보를 위해 힘쓰겠다”며 의지를 피력했다.경희대는 연 1회 총장초청 만찬을 가질 계획이다. 이를 통해 대학-상가 측의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고 정기총회를 열어 경과보고를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은혜 기자> kkeunnae@ilyoseoul.co.kr
정은혜 kkeunna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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