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보다 숙원인 ‘지역 화합 더 원한다’
방북보다 숙원인 ‘지역 화합 더 원한다’
  • 홍준철 
  • 입력 2006-07-13 09:00
  • 승인 2006.07.1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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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의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가 초긴장 상태이다. 북측의 대포동 미사일 추가 발사가 예고된 현재 남북관계를 풀 적임자로 김대중 전대통령이 지목되고 있다. 현재 ‘미사일 정국’으로 DJ 방북은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다.

최근 DJ 부인 이희호 여사는 “DJ가 남북 관계 개선보다는 지역 화합을 위한 역할을 정치 인생의 마지막 과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정가에서는 DJ가 숙원인 지역화합을 위해 차기 2007년 대선에서 ‘영호남 통합후보’를 공개 지지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는 이 여사가 이종찬(전국정원장)씨의 부인 윤장순(우당장학회 이사장)씨를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이 DJ의 심경을 간접적으로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의 호남 구애가 한창이다. 차기 대권주자들은 호남선 열차에 탑승하고자 공을 들이고 있다. 호남선의 오랜 리더 DJ가 대북문제 해결사가 아닌 지역화합 해결사를 자임하고 나섰다는 소문이 은밀히 나돌고 있다. DJ가 “남북관계 개선보다 지역 화합을 위한 역할을 정치 인생의 마지막 과제로 삼고 있다”는 것. 이 말은 이희호 여사와 국민의 정부 초대 국정원장을 지낸 이종찬씨의 부인 윤장순씨와의 대화에서 흘러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화여대 선후배 관계인 두 사람은 오랜 시절 가깝게 지내왔다. 이 여사가 영부인 시절부터 ‘사랑의 친구들’(결식아동을 위한 사회봉사단체) 고문을 맡고, 윤 이사장이 운영위원장을 맡을 만큼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체의 한 관계자는 “이 여사가 윤 이사장에게 DJ가 남북 관계보다는 지역화합에 자신의 마지막 역할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DJ는 반세기만에 처음으로 여야 정권교체를 이뤘다.

호남인들의 필생의 꿈이었던 정권도 창출했다. ‘햇볕 정책’을 통한 남북교류 확대, 평양에서 개최한 6·15정상 회담을 성사시켰다.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역할을 할 만큼 했다. 그에 따른 결과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그는 “DJ의 마지막 희망은 지역화합이다. 남은 마지막 역사적 책무로 정치인들이 정략적으로 만든 지역 구도를 타파하고 지역화합에 앞장서고 싶어 한다. 이 여사가 DJ의 심경을 윤 이사장에게 토로했다”고 말했다.

윤장순 여사, 만난건 사실

본지는 DJ심경 토로에 대해 확인하기 위해 윤장순 이사장과 접촉했다. 여러 차례 접촉 끝에 전화로 인터뷰할 수 있었다. 윤 이사장은 “이 여사와 자주 만나지만 ‘지역 화합론’ 얘기는 기억에 없는 얘기”라며 “이 여사님께서 ‘사랑의 친구들’ 봉사단체에 고문으로 계시고 해서 봉사 활동을 통해 가끔 뵙는다. 그런 말을 했는지는 기억에 없다”고 해명했다. 이 여사와 윤 이사장은 이대 선후배관계를 넘어 친분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공식적인 관계뿐만 아니라 사적인 친분도 깊다. DJ와 이종찬 현 우당기념관 명예이사장의 인연도 각별하다.

DJ가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 초대 총재 시절 이 이사장은 부총재를 맡았다. 이후 이 이사장은 1997년 DJ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을 맡았고 초대 국정원장을 지내면서 DJ와의 끈끈한 정을 보여줬다.최근 DJ의 지역화합 역할론에 대해 김대중 전대통령의 최경환 비서관은 “모르는 일”이라며 노코멘트 입장을 전했다.

DJ, ‘정치적 딜레마’에 빠질 뻔…

지난 6월 당시 DJ 방북 성사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이 시기에 던진 DJ 발언은 많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DJ의 희망 사안이던 철도 방북이 5월말에 무산됐다. 방북 의미도 적잖이 퇴색했다. 참여 정부가 방북에 처음부터 개입했다. 민간인 자격의 DJ가 김정일 위원장에게 줄 수 있는 선물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김정일 답방’이라는 약속을 받아내기에는 부담이 컸다는 후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사일 발사 움직임이 일자 DJ측은 지난달 21일 전격적으로 방북 무기한 연기를 발표했다.DJ의 방북이 무산된 이후 일부 언론은 “DJ가 매우 낙담했다”고 보도했다. 이것 역시 사실이 아니며 언론이 확대 해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 정부 시절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장성민(세계와 동북아 평화포럼) 대표도 “DJ 방북이 성사됐어도 북측은 이런 액션을 취했을 것이다. 그럴 경우 DJ는 국내에서 상당히 어려운 입장이 되었을 것”이라며 “안 간 것은 아주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북측의 거절로 못 간 측면도 있지만 DJ측의 신속한 연기 결정은 방북에 대해 소극적이었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김대중 전대통령의 최경환 비서관은 “방북을 원치 않은 것은 아니었다”며 “6월27일 잠정적으로 방북일정이 확정된 상황에서 일주일도 안 남았고 협의도 마무리 안되고 미사일 발사라는 돌출변수가 생겨서 연기를 발표한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DJ의 지역화합론은 정치권에선 새로운 이슈가 될 전망이다. 여야가 서로 DJ를 등에 업고 지역화합 이슈를 선점하여 대선에 유리한 정책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가에서는 영호남 통합후보가 가시화되는 시점에 DJ가 이 후보를 공개지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았다. 과연 DJ가 현정치권에서 지역화합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에 세인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홍준철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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