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 언니와 함께 실력을 겨룰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뻤어요. 솔직히 결승에서 성현 언니를 이길 자신은 없었거든요. 언니의 실력이 워낙 좋은데다 침착한 성격이라 올림픽같은 큰 대회에서 유리할 거라 생각했죠. 2점차로 진 것은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후회는 없어요. 제겐 앞으로 더 많은 기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하지만 이들의 결승전을 지켜보던 가족들의 마음은 조금 달랐다. 막판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박빙의 승부였기 때문에 내심 금메달을 기대하고 있었던 것. 이성진의 아버지 이범웅씨는 “침착하게 경기를 운영하는 모습을 보면서 금메달을 확신했는데 은메달에 그쳐 아쉽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러나 이내 “그래도 너무나 자랑스럽다”며 “어린 나이에 올림픽에 출전해 국위선양 했으니 얼마나 좋은가. 특히 한국 선수가 나란히 입상해 그 기쁨이 더욱 크다. 평소에 친자매처럼 지내더니 사이좋게 금과 은을 나눠 갖게 돼 더욱 기쁘다”라고 덧붙였다. 이성진은 올해 2월 홍성여고를 졸업하고 전북도청에 입단해 서오석 여자양궁대표팀 코치의 집중 조련을 받으며 실력이 급성장했다. 국가대표선발전에서’베테랑’정창숙(31·대구서구청)을 막판 역전극으로 제치고 태극마크를 달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지난해 미얀마에서 열린 제13회 아시아선수권 단체 1위와 개인 3위에 오른 게 국제성적의 전부일 정도로 경험 부족이 약점으로 지적돼 왔지만 6월 독일그랑프리에서 단체전 우승을 차지하며 자신감을 쌓았다.
초등학교 시절 육상 단거리 선수 출신답게 활을 쏘는 것도 화끈하다. 1발을 쏘는 데 10초도 걸리지 않는다. 플레이만큼이나 성격 또한 시원시원하다. 밝은 웃음과 장난기 어린 행동으로 늘 팀의 분위기를 돋우곤 한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 여러 가지를 배웠어요. 좋은 경험이 됐죠. 비록 지금은 은메달에 머물렀지만 다음번에는 반드시 금메달을 따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성현 언니의 침착함을 본받아 차분한 플레이를 한다면 다음 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기대할 수 있겠죠.”다음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게 되면 반드시 남자친구를 사귀겠다는 당찬 10대 이성진에게 은메달에 그친 아쉬움을 풀기 위한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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