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내부적으로 금감원 노조의 반발이 거세다. 노조는 임명소식이 알려지자마자 “환란 책임자의 낙하산 인사를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할 정도로, 윤 금감위장에 대한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다. 노조측은 “윤 금감위장은 IMF 외환위기의 직접 책임자며 전형적인 재무관료로서 재경부의 영향에서 가장 자유롭지 못한 사람”이라며 “중립성이 제일 우선시 돼야 할 금융감독기구의 장으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고 주장했다.일부 시민단체들도 “윤 금감위장의 임명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경실련은 “윤 위원장의 임명은 정책실패자의 재임용, 금융감독체제 개편 중립성 훼손 우려 등으로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경실련은 “윤 위원장은 금융감독기구 개편에 대해 관료출신으로, 중립적 및 독립적인 업무를 처리하기 어렵다”며 “외환위기 당시 책임자가 감독당국의 수장으로 복귀하는 것은 ‘정책실패는 있어도 책임자는 없다’는 관료 챙기기의 전형을 보여준 행태”라고 비난했다.
이처럼 윤 금감위장의 임명에 대해 노조와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있는 것은 그가 외환위기 당시 차관보급인 재정경제원 금융정책실장으로 근무한 경력 때문이다. 외환위기 당시 금융정책 실무를 담당함으로써, ‘환란의 책임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고 있는 것이다.이 문제는 국무회의에서도 거론됐다. 지난 3일 이해찬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윤 금감위장의 임명에 대해 일부 장관들이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일부 국무위원들은 “외환위기 때 경제부처 핵심 관료였던 윤 금감위장이 다시 정부에서 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실제로 허성관 행정자치부 장관은 이날 “외환위기 당시 실무 책임자였던 인물을 요직인 금감위원장으로 기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의견을 내놓았다. 또 지은희 여성부 장관도 “임명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기도 했다.
이런 반대 여론에도 불구, 그가 금감위장이라는 요직에 발탁된 배경에는 탁월한 능력 때문이라는 평가다.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국무회의에서”그는 97년 1월 금융개혁입법을 마련해 금융감독의 틀을 잡았다”며 “그의 능력을 인정, 발탁해 쓸 필요가 있다”며 윤 금감위장을 적극 옹호했다. 청와대 정찬용 인사수석도 그의 발탁 배경에 대해 “ADB 이사, 재경원 금융정책실장 등을 지낸 대표적 금융전문가로, 금융감독 선진화와 금융감독시스템 등 산적한 현안들을 슬기롭게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와 같이 그는 ‘탁월한 조직 장악력과 해박한 금융 지식’을 갖췄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이 때문에 참여정부 들어서 ‘경제 부총리’감으로서 자주 거론됐던 인물이다.
지난번 이헌재 부총리가 ‘부총리’자리를 끝가지 고사했다면, 윤 금감위장이 그 자리를 꿰찰 수 있었을 것이란 얘기도 들린다. 그리고 참여정부에서 그는 금감위원장, 통합거래소 이사장, 우리은행장 등 인사때마다 단골처럼 하마평에 오르내렸다.그에 대해 주변에서는 “재경원 시절부터 차세대 장관감이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재경부 한 직원은 그에 대해 “금융에 관한 업무 지식이 해박한 전문가”라며 “꼼꼼한 일처리와 업무 파악 능력이 다른 관료에 비해 월등하다”고 평가했다.이와 함께 “업무 처리가 합리적이고 리더십도 뛰어나 후배 직원들이 많이 따른다”고 전했다.그는 재무부와 재경원 관료출신으로, 그간 금융정책이나 세제에 관계된 일을 주로 담당했다.
이와 함께 금감위 출범을 진두지휘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지난 95년 금융총괄심의관 당시 한국은행법 개정작업을 추진, 금감위 설립법안을 작성했던 것이다.그는 금융실명제 추진단장을 역임한 바 있으며, 금융실명제 역시 그의 작품 중의 하나다. 이외에 증권국장과 금융국장도 역임하는 등 금융산업과 감독분야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이처럼 잘 나가던 그에게도 불운이 찾아왔다. 바로 외환위기 당시 재경원의 금융정책 실장으로 환란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로 인해 그는 ‘환란의 책임자’라는 멍에를 쓰고, 세무대학 학장이나 ADB 등 6년여 동안 유배 아닌 유배생활을 해야 했다. 그리고 이제 그가 금감위장이라는 배지를 달고 화려하게 컴백했다. 그는 금감위장으로서, ‘금융 개혁’이라는 막중한 임무을 맡게 됐다.
금융감독체제 개편이나 구조조정, 금융산업 선진화 등 산적한 현안을 처리해야 할 입장이다.금융계에서는 그의 임명으로 금감위와 금감원을 통합하는 ‘금융감독기구 작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실제 그는 최근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금융감독체제 개편과 관련, “시간을 갖고 가장 좋은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정부혁신위원회의 금감위 중심의 개편안’에 대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것임을 시사했다.그는 또”금융감독 기구의 중립성을 높여 나가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지난 4일 취임식에서 윤 위원장은 “신용카드 대란은 지난 정부의 소비수요 진작 정책에서 일어났다”며 “성장률을 높이려는 정부정책으로부터 금융감독 업무의 중립성을 지켜 나갈 것”임을 강력히 표명했다.
여기에 “금융회사의 규모나 지배구조와 관계없이 일관된 감독강도를 유지해 대마불사의 관행을 뿌리 뽑겠다”며 “금융회사의 자율성은 최대한 존중하되 자정기능이 약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감독강도를 더욱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자신의 자격시비 논란에 대해서도 “외환위기때 금융을 맡았던 실무자로서 무한책임을 느낀다”며 “앞으로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선진 금융시스템을 만들어 나가는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참여정부의 ‘개혁 코드’와 잘 맞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윤 금감위장이 앞으로 ‘금융기구 개편’등 금융개혁 분야에서 어떤 목소리를 낼지 자못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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