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서 “지금까지 신데렐라를 다룬 드라마가 많았는데 괜히 주변의 평 때문에 제대로 그리지 못했다. 어차피 신데렐라 이야기를 하려면 제대로 하자고 제작진에게 제안했다”고 덧붙였다.영화 ‘가문의 영광’과 ‘부자 되세요’라는 CF 멘트를 통해 그는 로맨틱 코미디 여주인공의 대표 주자가 됐다. ‘아버지와 아들’ 이후 2년 반만에 출연하는 드라마 ‘파리의 연인’이 이처럼 대박을 터뜨린다면 오히려 그를 그 이미지에만 옭아매는 게 아닐까. 더욱이 절절한 멜로 연기에 도전했던 영화 ‘나비’가 흥행에 실패한 마당에. 그는 이렇게 분석했다.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과 내게 보고 싶어하는 것의 간격이 큰 건 분명하다. 그 간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계속할 것이다. 내가 주로 연기해왔던 인물의 캐릭터는 비현실적으로 보였는데 여기서 더 나아가 현실적인 인물을 연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코미디를 해도 진짜 같아 보여야 공감한다. 웃기는데 그 웃음이 이가짜 같다면 사람들이 계속 보지 않는다.”김정은은 드라마 복귀소감에 대해 “영화는 갇혀서 작업하다보니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지만 드라마는 첫 방송 이후 반응이 즉각 와 흥미롭고 신이 난다”고 말했다. ‘가문의 영광’, ‘재밌는 영화’, ‘불어라 봄바람’ 등으로 충무로 최고의 연기파로 자리잡은 그녀답게 “‘파리의 연인’은 가난한 여자가 신분상승을 꾀하는 신데렐라식의 드라마로 단순히 보면 안 된다”는 작품분석까지 내놓는다.지난달 9일부터 2주간 프랑스 파리에서 있었던 현지 로케는 팔팔한 그녀조차 “죽을 때까지 파리엔 절대 또 안 갈 것”이라고 손사래를 칠 정도였다. 살인적 스케줄에 원인불명 알레르기 때문에 두번이나 쓰러졌는가 하면, 그 유명한 에비앙도 안 맞아 고생하고 귀국 3일 전부터는 밤샘촬영에 얼굴이 붓기까지 했다.
특히 박신양과 탱고를 추는 교외의 고성 촬영에선 온 홀이 진드기와 먼지투성이여서 독한 알레르기 약을 먹고 무아지경(?)에서 겨우 촬영을 끝냈다. 그는 “솔직히 파리에서의 촬영은 힘들기만 했다. 우리나라의 소중함, 주변 사람들의 고마움을 새삼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플루트 공부하러 파리에 유학가 있는 동생을 만났지만 그냥 잠만 하루 같이 잤을 뿐이다. 난생 처음 하는 불어 대사도 고민거리였다. 그나마 맡은 배역이 파리에 어학연수온 지 얼마 안되는 ‘초짜’ 유학생이라 불어 서툴러도 되는게 다행이었다.그럼 상대역 박신양 같은 남자는 어떨까? “돈 많고 멋있고 세련된 데다 유머까지 있는 인물을 어떻게 안 좋아할 수 있어요”라며 명쾌하다.
박신양과는 첫 호흡이지만 “파리에서 처음 보자마자 왈츠를 추는 신부터 촬영을 했다”며 호흡이 잘맞고 조언 많이 해 주는, 정녕 ‘필(feel) 통하는’ 선배라고 좋아한다.지난해 코믹 이미지를 벗고자 나섰던 멜로 영화 ‘나비’가 실패, 쓴맛을 본 그녀지만 언젠가는 새로운 연기에 도전하고 싶단다. 대중들의 고정 관념이 만만치 않음을 알았다는 그녀는 “지금까지 주로 실생활에서는 찾기 어려운 인물들만 맡았는데 언젠가는 어깨의 힘을 빼고 현실감있는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어요”라며 스스로 방향제시도 한다.그는 제작진과 ‘끝까지 태영의 밝고 엽기적인 캐릭터를 유지하자’고 약속했다. 발랄했던 여주인공이 사랑에 빠져 난관에 부딪히면 갑자기 비련의 여주인공이 되는 건 말이 안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난 줄리아 로버츠처럼 예쁘진 않지만 그보다 20배는 웃길 자신이 있다. 또 시청자들이 태영을 보고 나면 ‘나도 저럴 수 있을 것 같아’ ‘나도 기주(박신양 분) 같은 남자를 만나겠지’라는 환상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차피 이 드라마는 판타지물이 아닌가”라며 “50대 여자 시청층이 가장 많았다는 게 놀랍다”며 즐겁게 웃었다. 항상 연기 변신을 꿈꾸는 김정은. 하지만 코믹이미지를 벗기 전까지는 코믹에 미치고 싶다는 그녀. 그러기에 이번 만큼은 ‘김정은식 코믹멜로’의 완결판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유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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