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질긴 요청에 ‘수임’…“주회장 억울한 부분 있다”
끈질긴 요청에 ‘수임’…“주회장 억울한 부분 있다”
  • 김대현 
  • 입력 2006-06-28 09:00
  • 승인 2006.06.28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검찰은 지난 19일 소환 통보에 불응하고 잠적한 JU그룹 주수도 회장 검거에 나섰다. 검찰은 특히 주 회장이 이번 사건과 관련 자신의 주변을 정리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상태다. 업계와 정치권에선 1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주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주 회장의 검찰 조사에 대한 대응도 만만치 않다. 송광수 전검찰총장을 비롯한 전직 검찰 고위인사를 중심으로 30여명의 초호화 변호인단을 구성해 치열한 법적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전직 검찰 총수가 단일 사건의 변호를 맡은 첫 사례라서 그 배경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크다. 송 전총장은 “지인의 부탁을 받아 주 회장의 억울한 부분을 해소해 주기로 했다”면서 사건을 맡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럼에도 송 전총장이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맡으면서 국민적 지지를 받아온 터라 이번 사건의 변호인으로서 참여하는 게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으로 전개될 전·현직 검찰의 ‘두뇌싸움’ 결과에 따라 주 회장의 운명이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송 전총장을 만나 주 회장에 대한 ‘해명’을 들어봤다.




사기,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온 국내 최대 규모의 다단계업체 ‘제이유그룹(JU)’ 주수도 회장이 치밀한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주 회장은 법정 공방에 대비해 30여명의 전직 검찰 고위인사를 중심으로 초호화 변호인단 구성을 마친 상태다.

JU그룹을 수사 중인 서울 동부지검 형사6부(김진모 부장검사)는 주 회장의 비자금 조성 여부, 유사수신 행위, 실현 불가능한 수당 지급을 사업자에게 약속했는지 등에 초점을 맞춰 집중 수사를 벌인다는 방침이다. ‘위베스트’ 등 다단계 업체에 대해 엄정한 법적 처벌을 이끌어낸 경험이 있는 동부지검의 수사 강도도 배가될 것으로 보인다.

동부지검 다단계 수사 ‘전문’

주 회장은 다단계업계의 ‘기린아’로 통한다. 그는 특히, 다국적 경쟁사인 ‘암웨이’ 등을 제치고 JU를 국내 다단계업계 1위 자리에 올려놓았다. 주 회장은 1970년대 후반 서울 학원가에서 이름을 날린 영어강사 출신으로 80년대 출판사 운영을 발판으로 90년대 초반 건설회사를 인수하는 등 사업 수완을 발휘했다. 1996년에는 컴퓨터 관련 네트워크 마케팅 사업을 하다 실패하기도 했지만 99년 다단계 판매회사인 UPN을 만들어 7년만에 국내 최대 다단계 판매 실적을 올렸다.JU는 지난해 기준으로 매출액 2조원, 회원수 35만명, 전국 가맹점 3,000여개, 빌딩 21채 등을 거느린 재벌로 성장했다. 그러나 단기간 고도(?) 성장을 거듭한 JU에도 명암은 존재하기 마련. 회원수가 급증하면서 수당 지급이 어려워지기 시작했고, 수익창출을 위해 추진한 유전사업 등 전략사업도 난관에 부딪혔다.

검찰, 경찰, 국정원 등 사정기관에 JU와 관련된 온갖 첩보가 밀려들기 시작한 것도 이 때부터다. 사정기관 한 관계자는 “JU그룹과 관련된 의혹은 이미 지난해부터 쏟아지기 시작했다”면서 “검찰에서 주수도 회장과 관련된 의혹 중 상당부분을 이미 확인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소비생활 마케팅 네트워크’라는 개념으로 다단계 ‘신화’를 일궈낸 주 회장은 결국,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를 받고 검찰에 쫓기는 신세가 됐다. JU측은 “검찰이 13일자로 출두하라고 통보해 왔을 때, 사정상 연기를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주변에 정리할 부분을 마무리한 뒤 자진 출두해 수사에 협조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주 회장은 최근 120여명으로 구성된 피해자 모임과 협상을 통해 보상을 하기로 합의했다.검찰의 움직임이 상당히 적극적이지만, 주 회장에 대한 수사는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주 회장은 검찰 수사에 ‘억울함’을 표출하며 치밀하게 대응전략을 짠 것으로 알려졌다. ‘사즉생’의 각오로 검찰 수사에 임하겠다는 ‘결연함’까지 내비쳤다. 주 회장은 지난 22일 JU그룹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지겠다”면서도 “제이유그룹을 살리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 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검찰의 소환 통보에 불응하고 잠적한 지 사흘만에 자신의 심경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잠적 사흘 만에 ‘메시지’ 남겨

가장 주목받는 대목은 그를 변호할 초호화 변호인단 구성이다. 변호인단의 면면을 보면, 일각에서 제기된 주 회장의 정·관계 인맥의 현주소가 그대로 노정돼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주 회장이 직접 선정한 변호인단에는 송광수 전검찰총장, 제갈융우 전대검 형사부장, 김영진 전대구고검장, 박태석 전 동부지검차장 등 검찰 고위 간부 출신이 다수 포함돼 있다. 변호인단 구성으로만 본다면 국내 최고 기업 수준이다.

JU그룹 핵심 관계자는 “변호인단 구성은 전적으로 회장님이 알아서 처리한 부분이기 때문에 우리도 언론을 통해서 전해 들었다”고 말할 정도로 변호사 선임이 은밀하게 진행됐다.법조계와 정치권에선 송 전 총장이 JU사건 변호를 맡는 부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마무리 짓고 명예롭게 물러난 전직 검찰 총수가 퇴임 1년 뒤 불법 다단계 업체의 변호인으로 참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퇴임 이후 법조인으로서 굵은 궤적을 그릴 것이라고 기대했던 법조계 후배들의 실망감도 상당하다.

그러나 송 전총장은 주 회장 변호에 대해 “변호할 만한 가치가 있다”며 주변의 평가를 일축했다. 송 전총장은 지난 21일 기자와 인터뷰에서 “누군가를 악인으로 규정하더라도 그에겐 나름의 억울함이 있게 마련”이라며 “주수도 회장도 일방적인 언론보도로 인해 상당히 억울한 측면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송 전총장은 자신의 지인으로부터 주 회장을 소개받았다고 한다. 한 달 이상 ‘변호를 맡아 달라’는 부탁을 받아오던 그는 최근 주 회장이 자신의 사무실을 다녀간 직후 수임을 결정하게 됐다.

그는 수임계를 낸 배경에 대해 “억울한 부분이 있으면 이를 변호하는 게 변호사의 책무”라며 원론적인 부분만을 거론했다. 그는 특히,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이 폭로한 JU그룹 정·관계 로비의혹 자료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JU그룹이 비자금 2,000억원을 조성해 검찰, 경찰, 정치권 등에 100억여원을 로비자금으로 뿌렸다는 내용의 국정원 보고서를 공개한 바 있다. 또한 “검찰의 수사와 관련 외부에서 입김이 작용했다는 얘기가 있다”며 향후 치열한 법적 공방을 예고했다.

동부지검 간부 출신도

변호인단에 참여한 박태석 전 차장도 4개월 전까지 JU를 수사 중인 동부지검에 재직한 바 있다. 박 전차장측은 JU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사퇴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밖에도 변호인단에는 검찰 출신 인사들이 상당수 포진해 있어 현직 검찰의 사정 칼날을 전직 검찰 인사들이 막아낼 수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한편, 주 회장은 검찰에 출두할 경우 곧바로 구속 수감될 것으로 보이며 변호인단도 이에 대한 세부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후문이다.



# 송광수 전검찰총장 단독 인터뷰“한나라당 폭로 국정원 자료는 사실이 아니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P빌딩 11층. 송광수 전 검찰총장이 운영하는 법률사무소에는 몇몇 의뢰인들이 송 전 총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사무장 등 직원들은 송 전총장이 JU그룹 주수도 회장의 변호를 맡기로 했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터라 기자의 출입을 극도로 꺼렸다. “이렇게 불쑥 찾아오시면 우리 입장이 곤란하다”면서 인터뷰 불가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얼마 뒤 대화를 마친 송 전총장은 직원들의 반응과 달리 기자를 흔쾌히 맞았다. “사전에 연락을 하지 않고 와 당황했다”면서도 최근 이슈가 된 주수도 회장의 변호인단 구성에 대해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다음은 송 전총장과의 일문일답.

-요즘 건강은 어떤가.
▲ 퇴임한 지 1년 이상 지난 것 같은데, 지금 건강은 좋은 편이다. 역류성 식도염으로 인해 한동안 불편한 점이 있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청계산 등산 도중에 불상사가 있었다고 들었다.
▲ 기자들이 등산을 하자고 해서 갔는데, 식도염 때문에 주춤한 적이 있다. 그래도 약 먹고 그날 등산 일정을 다 마쳤다. 내려와서 기자들과 식사를 하고 헤어졌다. 일부 언론사 기자가 이날 일에 대해 사실과 다른 정보보고를 한 것 같더라. 요즘 등산은 자제하고 있다.

-그동안 사건 수임은 계속해 왔나.
▲ 당연한 얘기다. 이렇게 큰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사건을 맡지 않으면 어떻게 견딜 수 있겠나. 사건 수임을 안 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

-JU 주수도 회장의 변호를 맡은 계기는.
▲ 한달 정도 계속해서 주수도 회장의 변호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내가 아는 지인의 친구라고 해서 우리 사무실도 다녀갔다. 직접 만나서 얘기를 들어보니까 억울한 측면이 있는 것 같았다. 억울한 부분을 변호하는 게 우리 역할 아니냐. 그래서 수임을 결정하게 됐다. 기자들도 주 회장의 억울한 측면을 한번쯤은 깊이 있게 들어볼 필요가 있다. 과거부터 주 회장을 알고 지낸 사이는 아니다.

-주 회장이 검찰 소환에 불응한 이유는.
▲ 검찰에 나가지 못한 것은 주 회장이 자신의 재산을 공매 처분하는데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22일경에 그 작업이 끝나는데, 그 때 출두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안다. 자기 재산을 처분하는데 본인이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검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주 회장의 현재 심경과 도피처는.
▲ 주 회장은 언론 기피증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만큼 언론의 일방적 보도에 상처를 받았다. 지금은 우리도 연락이 닿지 않는다. 단, 조만간 자진 출두할 것으로 안다.

-JU 수사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 검찰의 수사는 자체 판단에 따라 이루어지기 때문에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JU측에선 사업실적 1위를 달리다보니, 동종 업계의 견제가 심해졌다는 얘기도 있다. 일종의 피해의식일 수 있다는 주장이지만, 이런 저런 얘기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JU 로비 의혹과 관련 국정원 자료가 폭로되기도 했는데.
▲ 한나라당에서 국정원 자료라고 하면서 발표한 로비 명단과 금액 등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들었다. 국정원장이 확인해 준 부분도 그게 내부 자료라는 것일 뿐, 사실이라고 말한 것은 아니다. 마치 로비한 것까지 국정원에서 확인해준 것처럼 보이는데, 그것은 잘못된 해석이다.

-검찰 수사에 대한 느낌은.
▲ 기자들도 원칙에 입각해서 기사를 쓰지만, 때론 검찰이 비정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내가 현직에 있을 때는 그렇게 하지 말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물론, 나름의 입장이 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아쉬운 대목이다.

김대현  dhkim@ilyosisa.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