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 대한 관심 정치판선 해결 안돼”
“사람에 대한 관심 정치판선 해결 안돼”
  • 이상봉 
  • 입력 2004-05-13 09:00
  • 승인 2004.05.1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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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국회는 열린우리당의 압승과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이라는 역사적 의미로 정리할 수 있다. 그 가운데 1, 2, 3 대 전대협 의장이 모두 국회의원에 당선되었으며, 그 외에도 수많은 학생운동권 스타들이 현실 정치에 입문했다. 하지만 누구 못지않게 화려한 운동권 스타였으면서도 현실정치를 거부하고 고집스럽게 제 갈 길을 가는 사람도 많다. 그 중심에 임수경씨와 김중기씨가 있다. 임수경씨는 인터뷰 자체를 거부했고, 김중기씨는 많은 고민 끝에 진솔한 답변을 해 주었다.

- 대다수의 학생운동 스타들이 제도권 정당으로 들어가는데 왜 들어가지 않았나.▲우선 나는 스타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학생대중운동 지도자들이었다. 나는 원래 정치적인 자질이나 지향이 약하다. 그리고 나는 사람에 대한 끝없는 관심이 있는데 정치판에서는 그런 욕망을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욕구를 해결하는 길에는 문학도 있겠지만 나는 몸 전체를 사용하며 살고 싶었다. 그래서 결국 연기를 선택한 것 같다.

- 그 동안 제도권의 정치 입문 유혹이 없었는가.▲한 두번 연락이 왔다. 그러나 내가 워낙 다른 욕구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고는 포기하더라.

- 학생운동 스타들이 하나같이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으로 들어가고, 민주노동당으로 들어가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어쨌든 그들이 노동자는 아니지 않은가. 민주노동당은 계급적 기반을 가진 정당이고, 또한 노동운동, 혹은 그 출신에 근거한 조직이다. 학생운동 스타들이 노동운동에 대한 지지, 애정을 가지고 있었지만 학생운동을 한 것이지 노동운동을 한 것은 아니다. 솔직한 태도라고 본다.

- 80년대 상황에서 왜 NL을 선택했고, PD나 CA를 선택하지 않았나? 지금도 NL 노선 이 옳다고 생각하나.▲나는 NL(National Liberation 민족해방계열)이 아니었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NLPD(National Liberation People’s Democracy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론자였다. 그리고 내가 함께 활동했던 조직은 NL과도, 그리고 PD와도 일정한 거리를 두었고, 동시에 양측 모두와 가까웠다. 88년 통일운동 당시에는 NL과 더 밀착해서 대중운동을 풀었을 뿐이다. 그리고 CA(Constitutional Asembly 제헌의회소집)는 단순한 전술구호이지 운동방향 전체를 설명할 수 있는 노선은 아니었다. 혁명노선으로 NLPD는 현 시대에 맞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의 보편적인 지향인 자주, 민주, 통일은 현시대에도 내용의 강약이나 함의는 조금 다르지만 필요한 방향이라고 본다.

- 민주노동당과 열린우리당 중에서 어느 것이 현단계 한국 사회에서 알맞은 정치 세력이라고 생각하나. 만약 정당을 선택한다면 어느 당을 선택하겠는가.▲현단계에서 열린우리당이 알맞은 정치세력이라고 생각한다. 정당선택은 하지 않는다. 앞으로 내가 직접 정치를 한다면 하겠지만. 그때그때 사안과 상황에 따라 정당을 선택할 것이다. 왜냐하면 나 자신도 헷갈리며 사니까.

-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는가.▲잘 모르겠다. 다만 김대중 전대통령은 통일문제나 남북관계에 확실한 식견과 실행력을 가졌다고 보고,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개혁이나 정치문화의 개혁에 확실한 의지나 돌파력을 가진 것 같다.

- 북한 체제와 주체사상에 대해 평가해 달라. ▲잘 모르겠다. 북한체제는 그 사회 고유의 가치는 유지하되 민주적이고 개방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믿는다. 대내외적인 제약이 있지만 무엇보다 인민을 풍족하게 먹여야 한다. 주체사상은 북한체제의 역사적 성립과정에 필연적으로 동반된 정치사상이지만 이제는 그것의 부정적 영향이 더 커지고 있지 않은가?

- 앞으로도 제도권 정치에는 절대로 참여하지 않을 것인가.▲절대로란 인생에 없다. 다만 지금 나는 그럴 생각이 없다.- 영화배우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스크린 쿼터의 의미는 무엇이고, 그것이 앞으로도 존속되어야 한다고 보나.▲스크린쿼터는 거대권력이자 일방통행인 할리우드(미국상업주의)의 공세에 대항해 우리문화를 지키고 보호하는 장치이다. 따라서 앞으로도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그 장치를 통해 수혜를 입은 측에서는 예술영화, 독립영화에 대한 지원, 보호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본다.

- 우리나라 영화판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잘 모른다. 장점이라면 우수한 인력이 많고 창의성이 뛰어나고 열정적이라는 점이다. 단점이라면 기획영화·상업영화에 치우친 점, 종사자간 빈부격차가 심하다는 것이다.

- 앞으로 통일 과정은 어떤 단계를 밟아나가리라고 보는가.▲글쎄, 잘 모르겠다. 다만 오랜 시간에 걸쳐 교류와 협력이 진행, 확대될 것이다. 북한 체제는 개혁과 개방으로 갈 것이고 남북간엔 이해의 폭을 넓혀갈 것이다. 그러다 보면 뭔가 길이 보이지 않을까. 지금 어떤 길일 거라고 장담하는 건 다 거짓말이라고 본다. 그리고 미국을 비롯한 주변강국의 입김을 여하히 차단·활용하느냐, 내외정세의 변화에 동요하지 않고 민족자주적 입장을 견지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 임수경씨와 함께 노무현 대통령의 통일 특사로 협조할 마음은 없나.▲지금 나는 배우다. 하고 싶어도 지금은 능력이 안 될 것 같다.

- 서울대 연고대 학생운동 스타들이 국회에 대거 입성했는데 그에 대한 생각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소위 학생운동의 지도자들은 대중적으로 공개된 경우도 있고 공개되지 않은 경우도 있는데 공개된 학생운동 지도자 일부가 국회의원이 됐다고 본다. 그리고 그들은 대중을 접촉하고 지도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 보단 낫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번에 국회의원이 된 학생운동 지도자 중에는 서울대 출신이 거의 없다. 연·고대출신이 많지만 다른 학교출신들도 많이 됐다. 그리고 연고대출신이 많이 된 건 그것이 80년대 후반 학생대중운동의 중심이었기 때문이다.

이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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