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개혁통해 50년 전통 이어갈 것”
“당 개혁통해 50년 전통 이어갈 것”
  • 이상봉 
  • 입력 2004-05-07 09:00
  • 승인 2004.05.0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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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은 예상대로 참패했다. 따라서 지금 누구나 인정하듯이 민주당은 존립 자체가 위협을 받고 있다. 이런 최악의 위기 상황에서 한화갑 의원이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민주당 재기를 노리고 있다. 그에게서 정국 전반에 대한 의견을 들어본다.

-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 참패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이번 총선 결과는 지도부의 리더십 부재가 결정적인 이유다. 지난해 11월 28일 전당대회 이후 민주당은 지지도 1위로 급부상하는 등 충분히 한나라당-열린우리당 양강 구도를 이겨낼 수 있는 대중적 전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지도부 내부의 끊임없는 분란이 이어지면서 국민들에게 희망과 믿음을 주는 정당으로 자리매김하지 못했다. 그리고 탄핵의 여파로 정책과 인물 중심의 선거를 하지 못하였다는 점도 있다.

- 민주당이 다음 총선까지 유지되리라고 보는가.▲민주당은 50년의 전통을 가진 정당이다. 독재정권 하에서도 민주화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이겨낸 것처럼 이번 선거를 계기로 과감한 당내 개혁을 추진하면서 국민정당으로 다시 태어난다면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 이번 총선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김심’은 어디에 있었다고 생각하나.▲일생을 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해 헌신해온 김대중 전대통령의 마음은 분명하다. 민주당이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평화민주개혁 세력으로 재탄생하는 것을 소망하셨을 것이다. 비록 총선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지만 50년을 이어온 민주개혁세력의 본산으로서 민주당이 자기역할을 찾아나갈 때 ‘국민의 정부’를 계승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 열린우리당과의 ‘개인적 입당’ 혹은 ‘당 대 당 통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총선 후유증을 조속히 수습하고 뉴민주당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전체 민주당원들이 힘을 모으고 있는 상황에서 합당문제를 꺼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지금은 민주당의 중심을 잡고 재건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 작년 민주당의 분당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가.▲민주당의 분당사태는 정책적 차별성이 아니라 새로운 권력에 대한 추종이자 분열주의적 정치관의 산물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처럼 지지세력을 분열 대립시키면서까지 분당을 강행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광주시민이 철저하게 민주당을 외면하고 열린우리당을 선택한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지도부의 분열과 탄핵역풍 때문이었다. 탄핵은 민주당의 주도하에 이루어졌다. 그러나 국민들이 보기에는, 특히 광주시민들이 보기에는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손을 잡고 처리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탄핵은 민주당이 먼저 주창했고, 한나라당이 이에 동조하여 진행된 것이다. 한민공조하고는 별개의 문제이다. 과거 민주세력을 억압했고, 반평화 부패정치의 상징인 한나라당과의 공조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영남지역감정과 호남지역감정의 공통점과 차이에 대한 생각은.▲지역감정을 정치에 끌어들이고 이를 지역간의 갈등으로 왜곡한 것은 박정희 독재정권이다. 지역감정이란 원론적 의미에서 자기 고향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인데, 문제가 되는 것은 이것이 배타적 지역주의로 흘러갈 때이다. 박정희 정권이 역사적 지탄을 받는 것도 바로 이러한 지역정서를 정치적으로 왜곡하여 동서간의 분열로 고착화시켰기 때문이다. 또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지역과 연결시켜 ‘색깔론’으로 오도했기 때문에 한국사회의 지역갈등은 이데올로기적 갈등까지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것을 두고 ‘영남 패권주의’, 호남의 ‘저항적 지역주의’라는 개념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나는 이 개념 역시 또 다른 지역주의의 변종이라고 보기 때문에 수용하지 않는다. 다만 박정희 정권의 기반이었던 군부와 관료, 재벌이 영남인맥을 중심으로 움직여왔기 때문에 호남의 정치적 경제적 소외는 부동의 사실이었으며, 광주항쟁을 거치면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강화되었다.

- 열린우리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어느 정도 계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노무현 정부는 현재 새롭게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정책과 비전을 제시한 것이 없다. 다만 ‘국민의 정부’ 시절에 기반을 닦아놓았던 결과물들을 따라가는 수준이다. 역내 평화와 번영의 담보인 남북관계의 개선과 대미관계의 변화 전망에 대해서도 뚜렷한 철학을 찾아보기 힘들다. 따라서 열린우리당의 햇볕정책 계승은 절반의 계승이요, 그 조차도 구두선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 지금 한 의원이 나서서 ‘탄핵철회’를 주장할 용의는 없나.▲탄핵문제는 이미 정치적 협상의 단계를 넘기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헌재 결정을 조용히 기다리며 그 결과에 전적으로 승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앞으로 예상되는 정계개편 방향에 대한 희망이나 구상은 무엇인가.▲총선결과가 새로운 지형을 만들었기 때문에 이 구도를 넘어서는 정계개편은 미지수이다. 지금은 각 당이 자기 정체성을 새로이 정립하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준비하는 때이다. 민주당은 책임 있는 정책정당, 50년 민주개혁세력의 총본산으로서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자기변신을 해야 한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근본적 차이는 무엇인가.▲정책적 차이도 없으면서 인위적인 분열로 당이 깨진 것은 세계 정당사상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경우이다. 불행하지만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차이는 정책이 아니라 권력에 대한 거리 차이가 아닐까 싶다. 열린우리당 내부에서조차 ‘잡탕정당’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 이를 반증해주는 것이다.

- 민주당이 회생할 방안은 있는가.▲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민의를 겸허하게 수용하고 강력한 당의 개혁을 통해 책임있는 정책정당으로 거듭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추미애 의원이 비대위에 참여하지 못한 이유는 무인인가.▲추미애 의원과는 총선 이후 만난 자리에서 선거 결과에 대한 위로의 말씀과 함께 당의 진로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비대위 내부에서는 민주당이 처한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원내 진입에 성공한 당선자 위주로 끌어가기로 했다. 추미애 의원의 역할에 대해서는 시간을 두고 검토해보자는 쪽으로 합의를 보았다.

-총선참패에 따라 민주당 구조조정 문제가 최대 현안이다. 구체적인 구조조정 방안은 무엇인가.▲중앙당 폐지도 검토하는 한편, 초경량 슬림형 원내정당으로 재편할 것이다. 상근 당직자도 20명 내외로 축소하고, 당사도 조만간 이전할 예정이다. 보좌진을 당에 파견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당의 부채문제는 천안 연수원 매각을 통해 처리할 계획이다.

- 검찰의 대선자금 ‘출구조사’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은.▲법은 ‘정의실현’을 목적으로 하며 ‘공정성과 형평성’은 법 집행의 첫 번째 요건이다. 대선자금 문제를 제기한 것이 벌써 1년이 다 되어 간다. 공정한 수사를 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다만 출구조사가 정치적 반대파를 압박하는 위협 수단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 한화갑 의원에 대한 검찰 소환설이 제기되고 있다. 형평성 차원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 전체에 대한 경선자금을 수사해야 한다고 생각지 않나.▲경선자금과 관련된 문제는 이미 검찰에서 나의 양심을 걸고 모든 것을 밝혔고 그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질 것이라고 했다. 또한 공정한 수사가 진행된다면 검찰에 언제라도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법원에서도 대표경선 자금에 관한 검찰의 기소를 기각하였고, 남은 것은 대권후보 경선에 대한 문제이다.

그러나 검찰은 노무현 대통령과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과의 형평성 문제를 들어 나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유보하였다. 총선 이후에도 이 문제와 관련하여 상황이 바뀐 것은 하나도 없다.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하지 않았던 경선자금 수사를 재개하려면 마땅히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하여 정동영 의장까지 같이 해야 한다는 것은 법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그리고 소환과 관련하여 검찰의 공식적 입장을 들은 바는 전혀 없다.

이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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