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사들이 뛴다’…정몽준-이수성-김혁규 등에 ‘러브콜’
‘밀사들이 뛴다’…정몽준-이수성-김혁규 등에 ‘러브콜’
  • 홍준철 
  • 입력 2006-06-22 09:00
  • 승인 2006.06.22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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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 전총리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5·31지방선거 결과 여당의 참패로 인해 정치적 행보가 넓어진 상황이다. 특히 DJ 이후 무주공산이 된 호남이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으로 갈리면서 호남의 맹주로서 자신감도 꽉 차 있다. 이에 고 전총리측에서는 차기 대권 가도에 유리한 고지를 잡기위해 영남 지역도 기웃거리고 있다. ‘통합의 정치’라는 대의명분과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 대상으로는 울산 대통령을 자처하는 정몽준 의원으로부터 경남 대통령으로 불리던 김혁규 의원, 나아가 경북 출신 이수성 전총리까지 영남 카운터 파트너로 검토중이다.




고건 전총리가 호남을 찍고 영남 표심까지 파고든다면 그의 대권 행보에 있어 더할 나위없는 최상의 조건이다. 특히 고 전총리의 보수적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깨끗하고 젊은 후보라면 더욱 궁합이 잘 맞을 것이다. 여기에는 호남만 갖고는 안된다는 고건 진영의 절박감도 묻어난다. 고 전총리입장에서는 일정한 영남 지분만 보장된다면 향후 2007년 대선에서 승리는 따놓은 당상이기 때문이다.

경북-울산-경남 ‘라인업’

고 전총리의 40년지기인 신중식 민주당 의원도 기자에게 정몽준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신 의원은 “고건발 정계개편을 준비하면서 정몽준 의원도 접목시키려고 한다”며 영입배경으로 “정 의원이 대중 영향력이 3~4%에 이르고 차기 대선이 1~2%로 판가름이 나는 만큼 정 의원의 영입에 정성을 들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덕봉 공보특보도 “신 의원이 개인적으로 고 전총리에게 MJ 영입관련 조언을 하고 있다”며 “정 의원이 실물경제에도 밝고 지역도 영남에다 현역의원이고 고 전총리와 신뢰관계도 깊다”고 영입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한편 정 의원을 영남의 대표주자로 보기에는 힘들다는 지적도 나왔다. 울산에서만 영향력이 있지 영남을 아우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이에 고건 진영에서는 정 의원뿐만 아니라 전직 총리 출신으로 TK에 정치적 기반을 둔 이수성 전총리도 연대 대상으로 유력하게 거론하고 있다. 이 전총리는 현재 새마을 운동 중앙회 회장으로 있다. 최근 정치인들과 접촉하며 정치적 재기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전총리와 고 전총리의 인연도 남다르다.

이 전총리는 29대 총리를 지낸 바 있고 고 전총리는 이 전총리 후임으로 30대 총리를 맡았다. 또 이 전총리가 고 전총리보다 한 살 위로 서울대 선후배 관계로 친분이 남다르다. 고 전총리의 측근이자 ‘입’ 역할을 하고 있는 김 공보특보는 이 전총리와 함께 일한 경험을 들며 “훌륭하신 분”이라며 “함께 하면 더할 나위 없다”고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이 전총리가 경북에서 영향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영남의 상징적인 인사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김혁규 훌륭한 분” 극찬

관선 1회 민선 3회 등 4번의 경남도지사를 지낸 바 있는 열린우리당 김혁규 전최고위원도 연대 대상으로 보고 있다.김 전최고위원은 한때 경남 대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확실한 지분을 갖고 있었다. 또 경남 도지사(민선2기)를 지낼 당시 고 전총리도 서울시장을 지낸 바 있어 전국시도지사협의회를 통해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양 진영에서는 ‘관료들끼리는 서로 통하는 게 있다’며 기대감을 숨기질 않고 있는 형편이다.

고 전총리도 이례적으로 김 의원을 두고 ‘(행정가로서) 훌륭하신 분’이라고 극찬을 보내고 있다.김영삼 전대통령의 ‘대변인’이었던 부산출신 박종웅 전의원도 타깃 대상이다. 박 전의원은 지난 5·31지방선거 당시 여당으로부터 부산시장 출마 의사를 타진 받았다. 박 전의원은 당시 제의를 고사하며 “범민주세력 대연합이나 정계 개편 등 큰 그림속에 움직일 수 있다”며 “시장 한 자리를 보고 입당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고 전총리의 한 핵심인사도 고 전총리와 사적인 인연은 적지만 ‘통합의 정치’라는 대의명분으로 뭉칠 수 있지 않느냐는 기대감을 표출했다.

싱크탱크 그룹 ‘적극 반대’

하지만 친 고건 정치인사들을 중심으로 한 영남권 주요 인사와 연대 모색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정작 해당 인사들이 머뭇거리고 있고 고 전총리측도 공개적으로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고 전총리측의 김덕봉 공보특보는 “신 의원이 접촉하고 있는 정 의원을 제외하고 이수성 전총리나 김혁규 의원을 겨냥해 접촉한 적은 없다”며 “그러나 그런 분들이 고 전총리와 함께 한다면 좋은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고건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는 ‘미래와 경제 포럼’(이하 미경)에서는 ‘유력 정치인’이나 ‘지역 연대’가 구시대적 정치라고 반발하고 있다.이 모임 소속 다산 연구소 김용정 대표는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유력 정치인 연대나 지역연대를 통한 지역주의 회귀가 아니다”며 “이는 패거리 정치, 기득권 정치로 비쳐질 수 있다”고 우려감을 표출하고 있다.

또 김 대표는 신중식 의원이나 안영근 의원이 그리는 범여권 3자 통합시나리오(희망한국국민연대+열린우리당 이탈세력+민주당)는 구도나 전략도 “아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정치권은 우선 실용주의 개혁세력으로 거듭나고 기득권을 다 버리고 국민의 뜻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국회의원 재선, 3선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 차기 정권을 빼앗느냐 빼앗기지 않느냐는 것에만 혈안이 돼 있다”고 쓴 소리를 보냈다. 고 전총리 역시 정치인 위주의 공급자 정치가 아닌 수용자 정치를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는 말도 전했다.

넘버 2 영남인사 “득표력 없다”

또 다른 고 전총리의 핵심 인사는 외부적으로 ‘영남 인사와 연대’시도를 하더라도 내용적으론 ‘영남 포위전략’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지난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승리한 것도 ‘영남 후보’보다는 충청권을 겨냥한 ‘신행정수도 건설 공약’으로 승리했다는 것이다. 호남의 유력인사와 영남의 유력인사가 연대를 한다고 해도 “넘버 2로 전락한 영남 인사로는 영남표를 가져 올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그는 “공식적으로 영남인사에 러브콜을 보낸다고 할지라도 반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전제한 뒤 “실제적으로 영남 포위 전략이 더 효과적”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구체적으로 그는 호남에 중부권 손학규, 충청권 국민중심당 연대를 제안하며 구심점으로 고 전총리가 나서야 한다는 해법을 내놓았다.



# ‘희망 국민연대’ 출범 ‘설왕설래’ 사연“신당 태동의 심장부” VS “미래와 경제 복사판”

고건 진영이 매우 분주하다. 7월말까지 ‘희망 한국국민연대(희망연대, 가칭)’ 출범을 위한 발기인 모집이 예상만큼 빠르게 진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현재 고 전총리에서는 측근이나 관료, 지인들을 통해 추천을 받고 있으며 자체적으로 명단을 축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고 전총리외에 구체적으로 누가 참여할 것인지 누가 공동대표로 인선될 것인지에 대해서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희망연대에 참석할 예정인 미래와 경제 소속 다산 연구소 김용정 대표는 참여 인사들의 면면에 대해 일단을 암시하기도 했다. 그는 “아직 인선 작업이 구체적으로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면서도 “비정치인 전문가를 중심으로 미래와 경제 일부 인사, 그리고 대한민국 사회가 격변기와 혼란한 시기를 겪으면서 상처를 입은 사람들로부터 신망을 모을 수 있는 사람들이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미래와 경제포럼’ 참여 인사로는 회장인 이세중 전 대한변협 회장, 김중수 전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김영환 선인터내셔널 대표, 최열 환경재단 대표, 강홍빈 서울시립대 교수(전 서울시 행정부시장), 고재방 광주대 교수, 오강현 전 산자부 차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한편 이홍구, 이수성 전총리 참여여부를 묻는 질문에 그는 “모두 훌륭하신 분”이라면서도 “아직 접촉은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나아가 고건진영에서는 희망 연대의 역할과 관련해 각 전문가 그룹별로 한국정치에 희망을 주기 위한 구체적인 ‘액션 프로그램(Action Program)’을 가동시킬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흥행여부에 따라 희망연대가 신당으로 탈바꿈하게 될지 아니면 ‘제2의 미래와 경제’로 전락될지 판가름이 날 전망이다.

홍준철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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