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특수에 대선 레이스 ‘시동’
“2002년 실수 반복은 없다”
월드컵 특수에 대선 레이스 ‘시동’
“2002년 실수 반복은 없다”
  • 이금미 
  • 입력 2006-06-22 09:00
  • 승인 2006.06.22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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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또다시 월드컵 열풍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거리를 휩쓸고 있는 물결은 온통 붉은색이다. 월드컵을 활용하기 위한 각국 정치권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국가와 정권을 막론하고 ‘월드컵 유치’와 ‘성공적 개최’를 치적으로 내세워 왔기 때문이다. 월드컵을 국민의 사기 진작이나 국운 융성의 기회로 삼기 위한 정권 차원의 정성은 현재 월드컵이 열리고 있는 독일도 예외는 아니다. 독일은 월드컵을 발판으로 통일 이후 고단했던 과거를 청산할 태세다.

월드컵이 안겨주는 보이지 않는 정치적 혜택이 이러한데 정치인이 빠질 리 없다. 특히 대망을 품은 정치인의 월드컵 활용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독일 현지에선 유력한 대권주자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월드컵 특수로 일약 대권후보 반열에 오른 전설의 정치인, 바로 대한축구협회장 정몽준 의원이다.




정 의원이 2006 독일 월드컵 직후 “일을 낼 것”이라는 관측은 결코 섣부르지 않다. 2002년에도 정 의원은 월드컵 효과로 재미를 봤다. 당시 정 의원은 월드컵의 기세를 몰아 순식간에 유력한 대선주자로 부상했다. 특히 성공적 개최와 함께 4강 신화를 만들어낸 한국 대표팀의 선전은 정 의원의 약진을 부추겼던 게 사실이다. 온 국민의 관심은 독일 현지에 집중된 가운데, ‘축구 대통령’이라는 닉네임을 달고 다니는 정 의원은 세계의 축구명사들과 함께 월드컵 무대를 누비고 있다.

‘붉은악마’ 집안 단속 철저

주목할 대목은 4년이 지난 현재의 분위기가 2002년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데 있다. 드라마틱한 역전승으로 토고를 물리친 한국 대표팀에 쏠리는 관심, 그 언저리에서 다시 축구 대통령 정몽준의 이름 석자가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달라진 게 있다면 월드컵에 임하는 정 의원의 자세다. 4년 전 월드컵 열풍을 타고 대권후보 반열에 오른 그였지만, 사실 ‘붉은악마’와 ‘거리응원전’에서 태동한 ‘대중의 힘’은 정 의원의 것이 아니었다.

대한축구협회장이었음에도 정 의원은 대중의 마음과는 거리가 멀었던 것이다. 결국, 2002년 월드컵의 정치적 효과는 모조리 노무현 후보의 몫으로 돌아갔다. 이는 지난 한국-토고전을 앞두고 이재오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휴대폰을 통해 한나라당 소속 의원 모두에게 “월드컵 관전은 거리에서”라는 긴급 문자메시지를 날린 이유일 것이다. 아무튼 이러한 연유에서 일까.

정 의원은 독일 현지로 원정에 나선 붉은악마 응원단의 안전에도 무척이나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지난 16일에는 한국-프랑스전 응원에 나선 붉은악마의 안전을 위해 FIFA(국제축구연맹·회장 블래터) 차원의 조치를 취해줄 것을 건의했다. 경기가 열리는 라이프치히가 옛 동독의 도시로 외국인들에게 상당히 배타적인 곳이기 때문이다. 월드컵 기간 정 의원의 활약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월드컵 개막식과 폐막식을 비롯한 전 경기가 위성을 통해 북한에 중계되고 있는데, 그가 직접 나서 FIFA 블래터 회장에게 협조를 요청, 북한 지역의 중계권을 확보하는 데 조력했다.

사실, 월드컵이 개막되기 전부터 정 의원의 행보는 정가의 이목을 집중시켜 왔다. 비록 2002년 대선 전날 노무현 후보와의 단일화를 철회, 심경변화를 일으킨 정 의원의 속내에 대한 의혹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으나, 여전히 대중적 인지도가 높고 고정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는 데서 그는 분명 ‘거물급 정치인’으로 통하고 있다.

‘중도보수-영남-CEO’ 이미지

그가 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이 위치한 ‘울산’의 ‘맹주’라는 사실도 짚어볼 대목이다. 또 ‘무소속’인 정 의원은 기존의 굳어진 정당 이미지에서 멀찌감치 빗겨나 있으면서도, 영원한 ‘중도보수’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정 의원은 각 당의 크고 작은 정치행사를 앞두고 ‘영입인사’로 거론돼 왔다. 17대 국회 상반기에는 참여정부 국무총리,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한나라당 차기 당대표 후보 영입설 등이 정 의원의 행보를 예측하는 하나의 흐름을 형성했다. 그리고 또 다른 흐름은 대권주자들을 중심으로 한 ‘카운터 파트너’다.

7월 신당의 모태가 될 모임을 준비하고 있는 고건 전국무총리를 비롯해 ‘중도보수-영남-CEO’ 이미지가 필요한 대권주자들에게 큰 일을 도모할 거래 대상자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다. 월드컵 기간 중에 형성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하나의 흐름의 대선도전이다. 물론 그 동력은 월드컵 혜택이다. 2002년 대선 이후 야인 아닌 야인 생활을 해왔던 정 의원이 지난 12월을 기해 정치활동을 재개했다는 것도 이러한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작년 12월은 월드컵 조추첨 행사가 있었던 때다. 조추첨 행사 참석차 독일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그는 홈페이지를 새롭게 단장하는가 하면, 지방선거 출마자 격려 및 각당 대표들과의 회동 등 본격적인 대외활동에 나섰다. 당시 정치권에선 “정치재개를 위한 기지개를 켜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등장했다. 이른 바 ‘어게인 2002’, 월드컵 감동의 재연이다.

독일 행 전 사전준비 완료

실제로, 정 의원과 가까운 정치권 인사들도 정 의원의 대선 레이스 그 출발선은 ‘독일 월드컵’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이 다시 한번 선전(16강 또는 8강 진출)한다면 2002년의 ‘정치적 실수’를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나보고 있다. 이와 관련 정 의원 주변에선 2002년 대선 당시 캠프 관계자들이 전열을 다듬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정 의원 주변에서도 “정 의원이 곧 정당 소속으로 활동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 회자되곤 한다. 교섭단체에 버금가는 현역의원의 지원이 없는 상태에서 대선 도전이 요원하다는 것을 지난 2002년 대선을 통해 절감했다는 얘기다. 때문에 곧 다가올 정계개편의 소용돌이가 몰아칠 때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관측이 압도적이다. 이와 함께 그 역시 카운터 파트너 물색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정 의원의 한 핵심측근 역시 정 의원의 대선도전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는 “17대 국회 하반기 각당 제세력을 중심으로 정치판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며 “이에 ‘대응’하는 방법은 적극적인 정치활동 뿐”이라고 전했다.

한 마디로 축구에서 최선의 방어가 공격이듯이, 적극적인 정치활동으로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지금의 월드컵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두 번의 월드컵 특수로 인해 배가된 ‘정몽준 효과’가 각당 대권주자들의 손익계산에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연스레 카운터 파트너 ‘정몽준’의 ‘몸값’도 치솟을 전망이다.

이금미  nick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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