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골적 표현에 분노 ‘폭발’…
“죽이겠다…협박에 가족들 떨고 있다”
노골적 표현에 분노 ‘폭발’…
“죽이겠다…협박에 가족들 떨고 있다”
  • 이수향 
  • 입력 2006-06-02 09:00
  • 승인 2006.06.02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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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현장에서 피습당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하루가 멀다하고 계속되는 ‘융단폭격’에 시달리고 있다. 노사모 노혜경 대표의 ‘성형수술’ 게시글 파문이 사그라지기도 전에 박대표는 한 시인의 시에서 또다시 처절하게 ‘난자’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민족문학작가회의 소속 송명호(55) 시인은 지난 22일, 인터넷 사이트에 박대표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풍자시 ‘박가년 X지는 손에 달렸다지’를 게재,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비난 여론이 들끓자 송씨는 자신의 시를 게시판에서 삭제하는 동시에 자신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글을 올려 수습에 나섰으나 사건의 파장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충격적” 비난 ‘봇물’

송씨가 게시한 시 ‘박가년 X지는 손에 달렸다지’의 일부다.노골적인 표현으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시를 접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송씨의 타깃은 박대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시에서 송씨는 박대표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대통령에 대해서도 맹비난을 퍼부었다. ‘잘 뒈졌도다. 불X 내놓기 좋아하다 기집년 품에서 죽었지’, ‘김재규가 인간미가 있어서 밖으로 나온 채로 죽은 박정희 X을 바지속으로 넣어주었다지’라는 표현은 네티즌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송씨의 돌출행동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시를 게재하기 하루 전날인 21일에도 송씨는 문학사이트에 ‘박가 처녀와 인과응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세간의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이 글에서 송씨는 ‘그 아비와 어미는 독재자 아닌가. 비명에 간 것도 인과응보요, 악수 좋아하다 칼질 당한 것도 자신이 초래한 인과응보’라고 주장, 적잖은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러한 송씨의 행동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 있는 상태. 일부는 ‘인간 구더기’, ‘문학을 이용한 테러’, ‘박대표를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며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전화번호 모두 교체

그렇다면 송씨의 현재 상황은 어떨까. 예상했던대로 송씨와의 접촉은 좀처럼 쉽지 않았다. 5월 25일, 어렵게 연결된 전화통화에서 그는 “심리적으로 무척 힘든 상태”라는 말로 입을 열었다. 송씨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는 인터넷 악플을 넘어 ‘테러’에 가까운 수준. 송씨에 따르면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쉴새없이 ‘협박’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익명의 다수로부터 연일 ‘살해협박’을 받고 있다는 그는 극심한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져있는 듯 보였다.

송씨는 모든 전화번호를 바꾸고 휴대폰을 꺼놔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힘든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의 수준을 넘어섰다”며 “무작정 전화를 걸어와서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사람도 부지기수”라고 전했다.

집단 테러위협 받아

송씨가 특히 염려하고 있는 부분은 신변위협이 자신뿐 아니라 가족에게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현재 부인은 물론 아들과 딸까지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며 “언제 누구에게 어떻게 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가족들은 모두 불안에 떨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실제로 인터넷에는 송씨의 자녀들의 실명을 비롯한 신상이 무분별하게 떠돌고 있는 상태. 서울대에 재학중인 아들은 자신의 미니홈피에 방문객이 폭주하고 욕설로 도배가 된 것으로 인해 사색이 된 상태라고 한다. “딸아이는 특히 많은 상처를 받은 것 같다.

아무래도 여자이기 때문에 아버지의 시에 등장한 성적 표현과 관련, 세간의 손가락질에 여간 신경이 쓰이는게 아닌 모양이다. 달래봤지만 소용이 없다. ‘부끄럽고 창피하다’며 연일 눈물로 밤을 지새우고 있으며, 등교거부를 선포하고 나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것이 송씨의 말이다. 부인 역시 쏟아지는 비난을 견디다 못해 며칠 전부터는 아예 자리를 펴고 몸져 누웠다는 것.송씨의 풍자시로 인한 파문이 커지자 민족문학작가회의는 24일 밤 홈페이지에 ‘본회의 입장과 무관한 송명호씨 개인의 글’이라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송씨 역시 개인 블로그에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글을 올려 사태 수습에 나섰다. 한 정치인에 대한 시인의 시를 둘러싸고 찬반양론이 격렬하게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이 시가 풍자시의 형식을 빌려 가한 ‘문학테러’인지 표현의 자유인지에 대한 논란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 송명호 시인 인터뷰“박대표는 제대로된 칼침 맞아야 한다”

공무원으로 근무하다가 32살의 늦은 나이로 서울대 국문과에 입학, 1988년 MBC 시문학 우수 신인상으로 문단에 데뷔한 송씨는 이번 사건의 파장에 적잖이 당황하는 표정이었다. 그는 “협박범들을 피해 도망이라도 다녀야 할 판”이라면서도 “내 행동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현재 기분은.
▲ 괴롭고 불쾌하다. 이렇게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지 상상도 못했다. 시 한편으로 인해 내 삶이 엉망이 됐다.

- 유명세를 타기 위해 일부러 ‘사건’을 저질렀다는 말도 들린다.
▲ 이런 식으로 유명해지기를 원하지 않는다. 매스컴에 알려진 것은 내 본의가 아니라 누군가 내 시를 마음대로 퍼날랐기 때문이다.

- 시를 삭제했던데.
▲ 최선의 수습방법이었다. 시를 게시판에서 내렸음에도 아직도 일부는 내 시를 퍼나르고 있다.

- 시를 쓴 것을 후회하나.
▲ ‘괜한 짓을 했구나’라는 생각도 했지만 내 시가 잘못됐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시기를 잘못 선택했음은 인정한다.

- 굳이 원색적인 표현을 쓴 이유는.
▲ 박대표를 악의적으로 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문학의 리얼리즘 때문이다. 즉 작품 속의 현실과 작품 밖의 현실이 일치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 시는 그보다 더 원색적으로 더 더럽게 느껴지도록 써야 하는 법이다.

- 박대표측에서 항의를 받았나.
▲ 없었다. 그런면에서 박대표는 점잖은 분이라 생각한다.

- 박대표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을 시로 표출한 것인가.
▲ 사람들은 내가 박대표를 맹비난하는 줄 알고있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박대표를 안타깝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박대표는 이번처럼 길거리에서 잡범에게 진짜 칼을 맞아야할 게 아니라 정말 제대로된 ‘칼침’을 맞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 좀 더 자세히 말해달라.
▲ 박대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칼침같은 따가운 충고를 새겨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시도 정치를 한다는 사람이 대중과 과도한 접촉을 하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성기가 손에 달렸다’는 표현은 성적인 내용을 담고있는 것이 아니라 대중들과 악수하기에만 급급한 박대표의 행동에 칼침을 가한 것이다.

- 박대표가 대중들과 악수하는 것을 지적하는 이유는.
▲ 국회의원의 소명이 무엇인가. 법안을 만들어 국민들의 불편을 해소해 주는 것 아닌가. 현장에서 활동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박대표는 시민들 속으로 들어가서 악수하는 것을 민생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악수만 하고 다닌다고해서 현실적인 문제가 해결되겠는가.

- 그렇다면 박대표는 어떻게 해야한다고 보는가.
▲ 박대표가 발전하고 국민들에게 진정한 지도자로 인정받으려면 아버지를 뛰어넘어야 한다. 아버지의 과오를 인정하고 사죄해야한다.

- 예를 들면.
▲ 박대표는 인혁당사건 관련, 억울하게 희생된 사람들의 집에 찾아가 엎드려 용서를 빌어야한다. 설령 그들이 물을 끼얹고 소금을 뿌려도 달게 받아야한다. 그러나 박대표는 왜 그러지 못하는가. 그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악수하러 다니는데만 신경쓸게 아니라 진정에서 우러나는 모습을 보여줄 때 국민들은 박대표를 인정할 것이다.

- 정치 성향에 대한 말이 많던데.
▲ 나는 단 한번도 어떤 정당에 가입한 적이 없다. 특정 정당이나 노사모와도 관계없다.

- 이번 사태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 내 가족의 신원까지 노출되어 위협이 가해지고 있는 실태가 안타깝다. 세상을 바라보는 또다른 시각으로 이해해줬으면 한다.

이수향  thelotu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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