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기점 박대표 ‘급부상’
때문에 한나라당 주변에서는 지방선거 보다는 선거결과가 향후 대권구도에 미칠 영향력을 계산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한나라당의 대권후보 경선은 내년 상반기로 잡혀 있다. 현재 한나라당의 유력 대선후보군은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서울 시장이다. 그런데 문제는 16개 광역단체장 후보중 서울 경기 인천을 제외한 13개 지역의 후보가 모두 친박 인사로 분류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 서울 경기 인천 후보들은 확실한 분류가 어렵지만 친박 반박의 비율이 50:50 정도라는 게 일반적 평가이다.
이렇게 따질 때 현재 상태로 구도가 고착돼 그대로 이어진다면 내년 대권후보 경선에서 박대표와 이시장 사이의 당내 지지도는 대략 7:3 정도로 나타날 것이라는 게 한나라당 내부 전략분석가들의 진단이다. 한마디로 당내경선에서 박대표가 이시장 보다 우위에 선다는 분석이다. 한나라당 대권후보는 대의원 30%, 일반 당원 20%, 일반 국민 30%가 참여하는 투표에 의해서 결정된다. 또 여기에 여론조사 20%도 반영된다.
일반 국민참여와 여론조사를 빼고 나면 50%는 당원들이다. 현재의 판세를 종합 분석하면 이미 박대표는 50%의 당원이 행사하는 표의 70%를 따 놓고 있는 셈이다. 한마디로 5·31지방선거를 기점으로 한나라당 대권 지형에 일대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최근 박근혜 대표의 발걸음은 무척 가벼워 보인다. 자신감도 붙었다. 관훈클럽 토론회에서도 박 대표는 차기 대선에서 구원투수로 나설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누구든지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며 “당헌당규에 따른 경선 원칙이 있기 때문에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고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인물이 나오면 된다”고 경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경선결과에 승복할 것”
뿐만이 아니다. 창간 12주년을 기념해 본지와 가진 특별 인터뷰에서도 “경선에서 이기면 대권에 도전할 것이고 지면 깨끗이 승복하겠다”며 단언했다. 자신감이 없으면 쉽게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그동안 즉답을 피하던 태도와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또 6월16일 대표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히는 등 사실상 대선출마 의지를 공식화했다. 대권도전 얘기만 나오면 ‘시기상조’니 ‘적절치 않다’며 회피하던 박 대표였다. 하지만 이제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 대표의 이런 자신감은 어디서 나올까.
박 대표의 측근들은 이유를 경선방식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선출방식은 서울시장 선출과 마찬가지로 당원 50% (대의원 30 일반당원 20), 국민참여선거인단 30%, 여론조사 20%를 적용한다. 여기에 국민참여선거인단 선거는 16개 시도를 순회하면서 실시한다. 친박 진영에서는 대중성이 월등한 박 대표가 내년 대통령 후보경선에서 진가를 발휘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여기에 이번 지방선거 공천과정에서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까지 박 대표 사람들이 대거 중용됐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반박 진영에서는 내년 대통령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반박진영에서 친박 인사로 꼽는 주요 인사들로는 부산의 허남식 후보와 경남지사에 출마한 김태호 후보, 대구시장 김범일 후보, 경북지사 김관용 후보, 충남지사 이완구 후보, 충북지사 정우택 후보, 제주의 현명관 후보등이다.
호남은 ‘아군’…심혈 기울여
김태호 후보는 친박 인사인 이강두 최고위원의 보좌관을 지낸 경력으로 분류되고 있다. 경북의 김관용 후보의 경우 지역내에서 이상득 의원의 지역구인 전 포항시장 정장식 후보와 경합을 벌일 당시 일각에서는 이명박 대 박근혜 대리전이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자민련을 탈당해 한나라당으로 입당한 이완구, 정우택 후보 역시 친박 인사로 지목되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에도 현 지사이자 한나라당 소속인 김태호 지사를 공천에서 배제하고 전략공천한 현명관 회장 영입배경에 박 대표의 보이지 않는 힘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여기에 최근 조직강화특위(허태열 위원장)를 구성해 57개 사고지역중 40개 지역에 대해 당원협의회 조직위원장(구 지구당 위원장) 임명과정에도 박심이 개입됐다는 말이 나왔다.
특히 19개 지역이 광주·전남에 집중됐는데 이에 대해서 반박진영에서는 광주·전남 후보를 비롯해 19개 위원장이 ‘친박 인사’로 꾸려졌다고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친박 인사로 알려진 허 총장이 위원장에다 심사위원으로 김태환 제1사무부총장, 이성헌 2사무부총장, 정종복, 권경석, 박진 의원 등이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박 진영에서 친박 인사가 다수 광역단체장 후보와 사고지구당 위원장에 들어갔다는 지적에 대해 중앙당 한 핵심 당직자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발끈했다. 그는 “당에 공천심사위가 있고 경선을 치르는데 어떻게 대표가 공천에 관여하느냐”며 “음모도 그런 음모가 없다”고 일축했다. 특히 그는 “호남지역에 박근혜 대표와 친분이 있는 사람이 누구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눈치보는’ 수도권 3인방
반면 수도권 지역 후보들은 이명박 사람이냐 친박 인사냐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아직까지 오세훈, 김문수, 안상수 후보 등 3인방에 대해선 섣부른 분류를 하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오세훈 후보의 경우 이 시장과 가까운 소장파 의원들이 영입해 이명박 사람이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보수적인 이 시장과 개혁적 성향이 강한 오 후보와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한때 대표적인 반박인사로 꼽혔던 김문수 후보도 친박이나 친이로 분류되기 힘든 상황이다. 박 대표가 당직 개편에 따른 인사이동 때마다 중용될 인물로 거론돼 왔기 때문이다.
이밖에 안상수 인천시장 후보와 김진선 강원도지사 후보도 뚜렷하게 어느 쪽 성향인지 구분하기 힘들다는 게 당안팎의 지적이다. 그나마 이명박 시장쪽에선 향후 경선에서 표심의 향배를 가를 수도권 지역이 친박인사가 아닌 중도적인 입장이라 안심하는 분위기도 읽혀진다.하지만 반박 진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다수의 광역단체장 후보가 친박 인사일 경우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경선에서 박 대표가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대의원과 일반당원 표가 50%를 차지하고 있는 입장에서 광역단체장 및 지역 위원장의 입김도 무시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박 대표가 경선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한 배경으로 해석되고 있다.현재 한나라당 책임당원 및 일반당원 숫자는 100만명에 이르고 있다.(한나라당 추산, 표 참조) 여기에서 수도권 및 강원지역을 제외한 당원숫자는 60만명 정도로 잡고 있다. 이 숫자는 충분히 지역별 순회 경선과 여론조사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이다.
손-이, 겉으론 ‘태연’ 속으론 ‘긴장’
이명박, 손학규 진영에서는 일단 지방선거 결과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하지만 박 대표의 부상에 대해서는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이명박 시장측의 정태근 정무부시장은 “한나라당이 지방선거 결과에 자만하면 독이 된다”며 “오히려 당을 어떻게 개혁할지 고뇌해야 도움이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 박 대표의 지지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지방선거가 끝나고도 대선은 1년반이나 남았다”면서 애써 의미를 축소하려는 인상을 숨기지 않았다.
경선과 관련해 또 다른 이 시장 핵심 측근은 “경선방식이 이 시장에게 크게 나쁘지 않다”면서도 “구체적 경선 방식은 후보자와 당 지도부가 협의해 결정해야 한다”고 경선방식에 간접적인 불만을 나타냈다. 종로에 사무실을 물색중인 이 시장은 현재 특강하랴 정치하랴 의원들 만나랴 분주하다. 5월초에는 한나라당 서울지역 국회의원들과 부부동반 만찬을 가졌다. 오세훈 후보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지난 12일에는 부산 지역의 김병호, 정의화, 안경률, 이성권, 서병수 의원들과 호프미팅을 가지면서 PK지역 공략에도 적극적이다.
최근 정치부 기자가 뽑은 차기 대통령후보 조사에서 1위를 한 손 지사는 매우 고무된 모습이다. 그러면서도 지방선거 이후 박 대표의 부상을 경계하는 모습이다.손지사 측의 김성식 정무 부지사는 “지방 선거 결과야 참여 정부의 실정속에 치러지는 선거”라며 “박 대표나 한나라당이 잘해서 이기는 것이 아니다”라고 자만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그는 오히려 “서울과 경기지역 공천 과정속에 미래지향적인 세력이 당의 중심으로 부상한 게 더 의미가 있다”며 오풍에 따른 소장파와 중도파 그리고 초선모임의 연대에 큰 관심을 보였다.
손 지사 역시 중도개혁세력 결집을 통해 취약한 당내 기반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편 여의도 근처에 사무실을 준비 중인 손 지사는 내달 경기도 지사 시절 외자유치 과정을 담은 책을 발간, 전문경영인으로서 이미지 심기에 주력할 예정이다.
홍준철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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