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에 전운이 감돈다. ‘압승’을 코앞에 두고 있지만, ‘5·31 후폭풍’에서 자유롭기가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박근혜-이명박’ 두 거물 정치인의 충돌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방선거 직후 한나라당은 6월말, 또는 7월초로 예상되는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채비에 나서게 된다. 전당대회 성격은 벌써부터 대선후보 경선 전초전으로 굳어지고 있다. 그리고 누가 당 대표에 앉느냐의 문제는 차기 대권을 향한 두 사람의 손익계산에 핵심적인 변수로 부상할 조짐이다. 게다가 충돌의 후폭풍은 이명박 시장의 ‘독자플랜’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압도적이다. 이른 바 ‘박근혜 피습사건’으로 인해 박근혜 대표쪽으로 급속히 당력이 모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상했던 결과도 이 시장측에 어두운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지난해 혁신안 추인 과정에서 박 대표와 지도부의 임기를 지방선거 이후로 보장했다는 점에서 반박세력 일각에선 ‘완패’를 인정했던 게 사실이다. 한나라당 내부에서 이번 지방선거 ‘공천’을 두고 말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박 대표의 의지와는 별개로 ‘박심(朴心)’이 개입했다는 것. 이는 차기 대선후보 경선의 향배를 가늠하는 대의원들의 성격과 무관치 않다.
이시장 대권가도 ‘먹구름’
게다가 예기치 못한 ‘박근혜 피습사건’도 박 대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박 대표의 치솟는 주가는 ‘오버하지 말라’는 과잉대응 자제 주문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제1야당 대표이기 전 한 여성으로서 충격적인 폭력을 경험한 직후 보여준 박 대표의 ‘병상 정치’로 불리는 의연한 자세에 대한 평가는 칭찬 일색이다. 게다가 박 대표는 지난 5월24일 한 언론사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차기 대통령감’ 여론조사에서 1.2위를 다투던 고건 전총리와 이명박 시장을 따돌리고 1위 자리를 꿰찼다.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사립학교법 정국을 주도, 당안팎에서 박 대표를 짓눌렀던 ‘무리수’라는 비난을 깨끗이 털어낸 모양새다.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인해 박 대표가 향후 대권레이스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건을 털고 다시 정치권의 전면에 등장할 경우 ‘대권주자 박근혜’의 위상이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는 관측인 것이다. 지방선거 ‘압승’의 흐름도 2007 대선에서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시장이 독자플랜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치권 주변의 소문은 박 대표를 향해 급속도로 모아지고 있는 당력을 반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이 시장의 강력한 대망도 소문을 부추기고 있는 형국이다. 박 대표에 모아지고 있는 국민적 관심, 이같은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이 시장의 ‘대권 마이웨이’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 당 출신 인사들로 정무팀을 강화하며 당세 확보에 나섰던 이 시장이지만, 외연을 넓히는 데도 주력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당이 아닌 ‘대선캠프’ 중심의 또 다른 구상도 가능하다는 것.
전당대회 직후가 분수령
국민 지지도에서 결코 박 대표에 뒤지지 않기에, 대선후보 ‘경선’을 치르지 않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는 설도 무성하다.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은 지방선거 직전 이 시장측에서 ‘정당 정책’을 개발한다는 소문이 등장했다는 데 있다. 간간이 이 시장이 독자신당을 추진한다는 말이 등장하긴 했으나, 최근 소문은 스스로 진화하고 있다. 이 시장의 대권 마이웨이의 분수령은 차기 전당대회 직후라는 구체적인 시나리오도 제기된 상태다.
지방선거 싹쓸이로 탄력을 받은 박 대표의 당권 장악이 본격화 한다면, 대선 경선과 대선 주자들을 관리하는 자리라 할 수 있는 차기 당대표도 박 대표측에서 접수한다는 시나리오에 대한 이 시장의 ‘반격카드’인 셈이다. 이번 지방선거 공천 당락이 대선후보 경선을 치르는 인적 구성의 저울로 작용한 이상, 차기 당대표마저 박 대표 몫으로 넘겨진다면 한나라당 대권 레이스가 박 대표에 유리한 구도로 진행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물론 이 시장측은 “근거없는 낭설”이라는 반응이다.
한나라당 후보들의 경우 당을 벗어나 대선을 치러 성공한 사례가 없듯이, 이 시장이 앞선 주자의 전철을 밟을 리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이 시장측의 부인에도, 이 시장의 복안이 그의 품을 벗어날 시기는 오는 전당대회 직후라는 관측이 압도적이다. 차기 대선에 반드시 도전장을 내밀겠다는 이 시장의 강력한 의지가, 경선 구도가 자신에 불리하게 진행되는 상황을 지켜볼 수만은 없도록 스스로를 부채질할 것이라는 얘기다. ‘경선 결과 불복’이라는 수순을 밟느니, 차라리 독자적으로 신당 창당을 모색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차차기 대선까지 기다릴 만큼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조건도 이 시장의 독자플랜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오는 2007 대선은 올해까지 서울시장으로서 이뤄낸 업적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적절한 때다. 또한 이 시장은 1941년생으로 올해 65세다.
‘명분’은 찾기 나름
게다가 현 정국은 그의 대권 마이웨이 행보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정치권 일각의 분석도 있다. 여권을 중심으로 정계개편이 무르익는다면, 이 시장에게도 기회가 올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시장을 포함한 박근혜 대표와 손학규 경기도지사가 개헌 문제를 차기 대선후보 몫으로 돌리고 있으나, 여권의 외연확대 과정에서 빅뱅이 연출된다면 이 시장이 독자노선을 선택할 ‘명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같은 정황상, 이 시장은 어떠한 경우라도 대망론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 시장 주변에서는 한나라당의 또 다른 우군이라 할 수 있는 ‘뉴라이트’와의 연대 움직임도 자주 거론되곤 한다. 수 차례 물밑 탐색전을 벌이고 있지만, 정치적 선택의 순간이 닥친다면 반드시 이 시장과 연대를 모색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기대다. 또한 지방선거 국면에서 이렇다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던 이 시장이 최근 한나라당 의원들과 빈번하게 접촉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나라당 안팎에선 이 시장이 원내정당을 창당하기 위해 최소 인원이라 할 수 있는 현역의원 20여명을 물색 중에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그만큼 차기 전당대회에 두 거물 정치인이 임하는 자세가 대선전을 방불케 한다는 얘기다. ‘대권쟁취’라는 하나의 목표를 두고 사사건건 맞붙었던 두 거물 정치인이 한 배를 탈 시기가 다가오는 가운데, 이들의 첫 번째 충돌이 어떻게 결말지어질지 정치권은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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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덕룡 재기 시나리오공천헌금’ 사건, 검찰 잠정 ‘무혐의’ 처리
신한국당 9룡 중 유일하게 남아 한나라당에 적을 두었던 김덕룡 의원의 향후 행보에 대한 다양한 관측이 등장하고 있다. 공천헌금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 5월17일 무혐의 처분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이 사실상 무혐의로 결론이 난 이상 김 의원이 곧 정치활동을 재개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애초 김 의원은 사건이 불거졌을 때 김 의원은 정계은퇴 여부를 두고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관측은 사건이 터지기 전 김 의원이 차기 전당대회 당대표를 두고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던 데 따른 해석이다.
김 의원은 공식적인 입장표명만 하지 않았을 뿐 차기 전당대회를 두고 움직이고 있었다. 차기 당대표 출마설이 회자되고 있던 후보군 중에서도 가장 발 빠르게 당권으로 입장을 정리했으며, 한나라당의 취약지구인 호남과 충청권을 중심으로 당 관계자들과 접촉했다는 후문이다. 김 의원의 출신 지역은 전북 익산이다. 특히 5·31 지방선거에 대비, 전·남북지사 영입 및 광주시장 출마자 물색에 공을 들였다고 전해진다. 일각에선 잠시 숨을 고른 후 지방선거 이후 정계개편 회오리가 몰아칠 무렵 정치 재개에 나설 것이라는 섣부른 추측도 나온다.
“전국 어느 단체도 DR(김덕룡 의원)을 거치지 않은 단체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5선에 이르기까지 ‘민주계 마당발’로 통했던 김 의원이다. 또 당장 정치활동을 재개하는 데 있어 김 의원의 부인이 4억4,000만원 수수로 구속 수감된 상황이 부담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같은 이유로 향후 행보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 표명도 1심 판결 이후로 늦춰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편, 한나라당 주변에선 김 의원이 ‘진실’을 밝혀내는 작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사건이 불거질 무렵 당지도부가 시간에 쫓기듯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언론에 공개하면서 김 의원의 정치적 생명에 타격을 가했다는 ‘동정론’이다.
게다가 무혐의로 결론이 난 상황을 반추해볼 때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던 지난 4월12일 당지도부는 최고위원회의 몇 시간 전에 사건의 내용을 김 의원에게 통보했다. 시간적 여유가 있었음에도 공개 발표를 통해 오히려 사건을 키운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처럼 김 의원의 향후 행보에 대한 관측은 다양하고, 구체적이다. 하지만 김 의원측에선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없다”고 했다. 한 측근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부인 면회를 다니고 있다”면서 “산을 타며 마음을 다스리고 있다”고 김 의원의 근황을 전했다. 김 의원의 고민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금미 nick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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