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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지난달 정부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중단을 강력히 권고하면서 유통업계는 발 빠르게 제품 판매 중지에 나섰다. 정부가 사용 중단 조치를 내린 배경에는 액상 전자담배가 미국에서 중증 폐 손상과 함께 사망 사례가 나왔고 국내에서도 의심 사례가 발생한 것에 따른 조치였다. 하지만 정부는 전자담배 액상 유해성에 관한 연구 결과와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사용 중단을 권고한 것이라 소비자들과 전자담배 판매업체는 혼란에 빠진 상태다.
한국전자담배협회 “근거 없는 사용중단 권고 조치 이해할 수 없다”
보건복지부 “대마 성분 없어도 환자 나와...유해성 검증하겠다”
지난 9월20일 보건복지부는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자제 권고’를 알렸고 지난달 17일에는 ‘액상형 전자담배 대국민 권고사항’을 발표했다. 6일 후인 지난달 23일에는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중단 강력 권고’를 발표하면서 정부는 단계적으로 국민에게 전자담배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정부는 미국의 사례를 들며 최근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으로 의심되는 ‘중증 폐손상 사례’ 및 ‘사망 사례’가 다수 보고됐으며 지난달 15일 기준 중증 폐손상 사례는 1479건, 사망사례는 33건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또한 국내에서도 지난 10월2일 전자담배로 인한 폐 손상 의심사례가 1건이 보고됐고 전문가 검토 결과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으로 인한 폐손상 의심사례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3일 정부의 전자담배 사용중단 권고에 유통업계에서는 발 빠르게 판매중단 조치에 따르고 있다. 현재 편의점 업계는 쥴 랩스의 ‘쥴’, KT&G의 ‘릴 베이퍼’에 리필해서 사용하는 카트리지 총 4종의 제품을 판매 중단했다.
쥴 액상은 ‘트로피컬’, ‘딜라이트’, ‘크리스프’ 3종의 제품이며 릴 베이퍼의 경우 ‘시드 툰드라’ 1종이다. 편의점 GS25의 경우 정부 발표 이후 하루 만에 매대 철수를 결정했다.
GS25를 필두로 CU와 세븐일레븐 이마트24가 줄줄이 판매와 공급을 중단했다. 편의점 업계는 액상형 전자담배의 위해 성분 분석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해당 상품들의 판매를 중단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서울 중구의 GS25 편의점은 쥴 전자담배 액상 문제 3종 제품뿐 아니라 다른 제품도 판매하지 않았다. 관계자는 “쥴 문제 3종 제품뿐 아니라 다른 액상도 판매 하지 않는 상황이며 GS25 본사에서 팔지 말라고 해 다 빼놓은 상태”라며 “자세한 건 본사에 물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편의점뿐 아니라 대형마트도 판매 중단 조치에 동참했으며 면세점의 경우에는 판매중단이 아닌 신규 발주 중단 조치를 내렸다.
지난달 28일 롯데면세점은 “정부의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중단 권고에 따라 액상형 전자담배 가향 제품 신규 공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도 액상형 전자담배 가향 제품의 신규 발주를 중단키로 했다. 액상 전자담배는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는 중이다.
다른 가향 액상형 전자담배는 판매 중
하지만 편의점들이 쥴의 3종 제품과 릴 베이퍼 1종 제품을 판매 중지 조치를 내리고 다른 가향 액상형 전자담배는 판매 중인 상황이라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앞서 중구의 편의점처럼 전체 가향 액상형 전자담배를 판매 중단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다른 편의점의 경우 여전히 판매 중단된 3종 외에도 다른 가향 액상형 전자담배를 팔고 있어 의문점이 남은 상황이다.
판매가 중단된 쥴의 가향 액상 전자담배 3종은 트로피칼(열대과일향), 딜라이트(바닐라향), 크리스프(청사과, 청포도향) 등이다. 하지만 쥴의 프레쉬, 클래식 등 2종은 그대로 판매 중이다. 릴 베이퍼도 시드 토바, 시드 아이스업, 시드 아이스 등을 판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 쥴 랩스가 ‘트로피칼’, ‘딜라이트’, ‘크리스프’ 3종의 공급을 중단했기 때문에 국내 편의점 업계도 이에 따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반 액상보다 가향 액상이 더 유해하다는 연구결과와 근거는 현재까지 나오지 않은 상태다.
다만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FDA(미국식품의약국)는 청소년층의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급증에 따른 대책으로 사전판매허가를 받지 않은 가향(담배향 제외)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할 계획임을 발표했다.
FDA 허가 전까지는 ‘담배향 및 멘솔향 전자담배’만 판매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이유인즉슨 2019년 미국 청소년 27.5%가 액상형 전자담배 현재 사용자이며 고등학생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자 중 과일향 사용자가 66%, 멘솔향 사용자가 64%이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가 미국 방침에 따른 것으로 업계는 추측하고 있다.
쥴과, 릴 베이퍼에는 문제 성분 없어
정부가 발표한 ‘액상 전자담배로 인한 미국의 중증 폐질환 환자’의 경우 지난달 뉴잉글랜드 비영리 의학센터 연구팀은 “전자담배로 인한 환자 중 합법적인 전자담배 사용자는 없었다”며 “액상 대마 등의 마약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환자들도 모두 상피세포 등에 거품이 붙어 있었고 이것은 불법약물을 사용한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CDC(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의 경우 “미국에서 발생한 질병은 액상 전자담배를 개조해 불법 대마초 액상을 첨가해 피운 것으로 전자담배 사용을 밝힌 환자 78%가 대마유래 성분인 THC(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etrahydrocannabinol)와 ‘비타민E 아세테이트’가 함유된 전자담배를, 10%만 니코틴이 함유된 제품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쥴과 릴 베이퍼에는 해당 성분이 함유되지 않았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김도환 한국전자담배협회 회장은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중단 권고 조치를 전혀 이해할 수 없고 정면으로 반박한다”며 본지에 입장을 밝혔다. “미국 FDA에서는 THC 및 비타민 E 아세테이트로 인해 사망자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4일 ‘궐련담배를 끊기 위해 전자담배를 사용하는 흡연자의 경우 다시 연초로 돌아가지는 말 것’이라고 공식 권고를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달 23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액상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적극 알리겠다고 했지만 그 근거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전자담배가 더 유해하다는 증거를 보여 주기를 간절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대마 성분이 없는 전자담배에서도 환자가 나와 중단 권고를 했다. 빨리 유해성을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의 경우 “제품회수, 판매금지 등을 위한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액상형 전자담배 내 액상 중 THC, 비타민E 아세테이트 포함 7개 성분에 대한 유해성분 분석을 오는 11월까지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식약처와 질병관리본부는 액상 전자담배의 인체 유해성에 대한 연구와 조사 결과를 내년 상반기 중 발표할 계획이다.
신유진 기자 yjshin@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