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년간의 시정운영에서 이룩한 이 시장의 공과가 차기 서울시장의 품안에서 철저한 검증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이 시장과 오 후보가 ‘밀월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이 시장은 자신에 우호적인 오 후보의 당선을 돕고 있으며, 오 후보는 전임 시장의 노하우를 전수받고 있는중이다. 이 시장과 오 후보의 윈-윈전략이 성공한다면 7월 중앙당에 복귀, 본격적인 대선전에 돌입할 이 시장의 발걸음은 가벼워질 전망이다. 이 시장 입장에선 이른바 ‘대권 굳히기 전략’인 셈이다.
이 시장이 오 후보를 물밑지원하고 있다는 ‘의혹’은 이미 오 후보가 당내 서울시장 후보 경선 참여를 두고 저울질하던 당시부터 불거졌다. 그리고 오 후보가 경선에 참여한 지 불과 16일만에 후보 경선을 통과함과 동시에 의혹은 기정사실로 굳어진 상태다.
전쟁 직전 야전 사령관 급파
그렇다면 경선을 통과하고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한 오 후보 주변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이 시장이 ‘오세훈 서울시장’ 만들기를 위해 지원군을 투입한 정황이 포착됐다. 우선 전반적인 선거운동에 이 시장의 간접지원 의혹이 감지되고 있다. ‘이명박의 그림자’로 알려진 박영준 전정무팀장이 오 후보 선거캠프 선거대책본부 상황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박 실장은 이 시장의 친형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다.
2002년 지방선거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 후보 비서실차장으로 활동, 이후엔 시장직 인수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다. 특히 박 실장은 서울시 정무팀장으로서 이 시장의 그림자 역할을 하며 이 시장의 일정조정 업무를 담당한 최측근 인사다. “오세훈 후보와의 개인적인 인연(고려대 법대 1년 선후배 사이) 때문”이라고 강조하는 박 실장의 해명과 달리, 이 시장의 간접지원 의혹이 불거지는 이유는 ‘상황실장’이 갖는 역할 때문이다.
선거캠프 상황실장은 조직홍보기획의 실무 총괄책임을 맡고 있는 자리이다. 군대로 치자면 전쟁 직전의 야전 사령관이다. 선거 국면 상황실장의 순간적인 ‘상황판단’이 선거 결과를 좌우한다는 점에서, 박 실장의 자리 이동은 이 시장의 복심(腹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압도적이다. 선거는 ‘D-15’가 중요하다는 공식에 적용한다면, 이 실장은 오 후보 선거캠프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정치권 주변에서 “상황실장의 능력은 ‘위기’ 때 더욱 빛을 발한다”는 말이 나도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박 실장은 이같은 정치적인 해석이 부담스럽다고 전했다. “2002년 선거캠프에서 호흡을 맞춰 일하면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고, 어려울 때 도와주기로 한 이상 궂은 일을 맡고 있을 뿐”이라는 것.
교통개편 사수 ‘엇갈린 평가’
한편, 이 시장측이 오 후보의 정책·공약을 간접지원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청을 중심으로 이 시장을 돕고 있는 공무원 그룹의 핵심멤버이자, 이 시장의 교통 분야 조언 전담자인 제타룡 전서울시도시철도공사 사장이 오 후보 캠프에서 ‘정책 조언’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 후보측에선 “정책 조언의 역할을 할 뿐”이라며, 이 시장과의 연관성에 선을 긋는다. 제 전사장은 38년생으로 이미 ‘실무’와는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그러나 교통 분야에 있어 제 전사장의 화려한 이력은 오 후보측의 해명을 무색케 한다.
제 전사장은 서울시 교통국 교통기획과 과장, 기획관리실 기획담당관, 교통관리사업소 소장, 교통국 국장 등을 지냈으며, 지난 95년 출간된 ‘서울시교통백서’에도 공동저자로 참여했을 만큼 ‘서울시 교통 전문가’로 통한다. 게다가 지난해 9월 임기 만료로 사퇴하기 전까지 서울시도시철도공사 사장을 역임, 서울시 교통 현안에 대해 누구보다 밝다. 여기서, 많은 정책 분야 중 이 시장의 교통 분야 전담 조언가인 제 전사장만이 오 후보 캠프에 합류한 이유는 짚어볼 대목이다. 서울시 버스운영체제 개편은 시행 초기 과정에서 크고 작은 문제들이 불거졌으나, 시행 3년을 맞아 안정궤도에 접어들었다는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청계천복원사업에 비해 버스운영체제 개편 공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버스업체로부터 “적자 보전에 허덕이고 있다”, “정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개편 이후 교통사고 발생 빈도가 높아졌다”는 빈축도 샀다. 오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될 경우 대선 국면 이 시장 시절 교통개편의 공과 등 시정운영과 관련해 네거티브 선거전을 사전예방할 수 있으며, 시정운영의 연속성이라는 점에서 이 시장과 오 후보는 ‘윈-윈전략’ 구도를 이어갈 수 있다. 오 후보 역시 시장 출마를 결심할 당시부터 “이명박 시장 시절 대중교통 중심으로 개편돼 잘 시행돼온 정책 기조를 이어받아 승용차 중심이 아닌 대중교통체계에 기반한 교통시스템을 개선·확충하겠다”고 거듭 밝혔던 터다.
게다가 이 시장의 오 후보에 대한 정책·공약 간접지원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후보 경선 과정에서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서 간접적으로 오 후보를 지원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오 후보 진영이 경선 직전 한 언론사가 실시한 정책·공약 수행평가에서 최고점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 후보측에선 “제 전사장의 공식적인 직책은 없다”, “시정개발연구원에선 인적자원은 물론 어떠한 지원도 없다”며 이 시장과의 연관성을 일축했다.
이금미 nick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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