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지현 기자] 전국 1호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선정된 서울 '창신·숭인' 지역에 변화가 한창이다. 일제강점기 아픔을 간직한 채석장 절개지 상부에는 다음달 '채석장전망대'가 문을 연다.
우리나라 봉제산업 1번지로 1100여 개 업체와 3300여 봉제인들 삶의 터전에 지난해 4월 개관한 문화공간 '이음피움 봉제역사관'은 총 2만5000여 명이 방문하는 등 도시재생으로 새로운 활력을 찾고 있다.
서울시는 30일 이같은 '창신·숭인 도시재생선도사업'으로 변화된 창신숭인 지역의 모습을 공개했다.
과거 창신숭인 지역은 조선 수도 한성의 내사산(內四山) 중 하나인 낙산 자락에 위치한 성밖 마을이었다. 물이 맑고 골짜기마다 풍치가 아름다워 조선시대 문신들의 집이나 별장지로 사랑을 받았다.
일제강점기에는 서울에 석조건물을 세우려던 일제에 의해 낙산이 채석장으로 탈바꿈됐다. 광복 이후 채석장 사용은 중단됐고 한국전쟁 후 서울로 상경한 이주민과 피난민이 채석장 일대로 모여들면서 마을을 이뤘다. 오늘날 '창신숭인'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다.
2007년엔 아파트이 들어설 뉴타운으로 지정됐으나 주민들의 반대로 지정해제됐다. 이후 2014년 전국 1호 도시재생지역으로 지정됐다. 전면철거가 아닌 동네의 역사와 이야기, 친숙한 삶의 터전을 주민 스스로 보존하고 지속가능한 변화를 만들기로 결정한 것이다.
시는 지난 5년간의 창신숭인의 변화를 ▲봉재산업 보존·활성화(산업재생) ▲역사·문화 자산의 지역 자원화(문화재생) ▲정주여건 개선 ▲지역 맞춤형 특화 프로그램 ▲지역재생기업(CRC) 등 5가지로 소개했다.
우선 창신숭인 지역에는 한양도성 성 밖 마을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쳐 오늘날까지 풍부하게 쌓인 역사·문화자산과 이야기를 지역 자원화 하는 '문화재생'이 추진되고 있다.
재개발로 사라질뻔한 일제강점기 채석장,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 생가, 원각사 등이 도시재생을 통해 지역의 새로운 랜드마크이자 주민들을 위한 시설로 변신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아픔을 간직한 채석장 절개지 상부에 다음달 '채석장전망대'가 개장한다. 당초 접근이 제한됐던 낙산배수지 인근에 시민휴식공간을 조성해 시민에게 돌려준다. 회색빛 절벽 위 전망대에 오르면 바로 아래 펼쳐진 한양도성부터 더 멀리 고층의 스카이라인까지 서울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창신숭인의 봉제산업도 도시재생으로 새로운 활력을 찾고 있다.
창신동 봉제거리에 들어선 문화공간 '이음피움 봉제역사관'은 지금까지 총 2만5000여 명이 다녀갔다. 이음피움 봉제역사관은 봉제산업의 역사와 가치를 다양한 체험·전시를 통해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창신동의 봉제장인과 패션 디자이너와 모델을 꿈꾸는 전국의 대학생들이 함께 참여하는 상상패션런웨이, 봉제장인과 젊은 봉제인들이 함께하는 교육프로그램 '소잉마스터 아카데미' 등도 진행 중이다.
창신숭인에는 전국 1호 지역재생기업(CRC)도 있다. 지역주민들이 공동출자해 설립한 '창신숭인 도시재생협동조합'이다.
창신숭인 도시재생협동조합은 백남준 기념관의 마을카페 운영과 도시재생 전문가 교육 등을 통해 일자리와 수익을 창출하며 타 도시재생 지역의 주민역량강화 사업에 참여할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
도시기반시설의 정비와 마을 유휴공간 등을 활용한 커뮤니티 시설 확충으로 주민들의 정주여건도 크게 개선됐다.
노후 골목길과 계단난간은 정비됐고 어두운 골목길엔 CCTV와 비상벨 14개소가 설치됐다. 150개의 안심이 장치, 200개소의 태양광 조명등도 설치돼 범죄예방 환경이 조성됐다. 노후 하수도 9.4㎞ 정비는 2021년까지 완료된다.
지난 5월에는 놀이공간 겸 복합문화공간인 '산마루 놀이터'가 개장했다. 주민공동이용시설도 각 동별로 총 4개가 새롭게 생겼다. 청소년문화시설 겸 공공도서관도 2021년 완공을 목표로 현재 조성 중이다.
아울러 다문화·1인가구 지원, 공동육아, 부모교육 같이 창신숭인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맞춤형 특화 프로그램으로 1만9000명의 주민들이 참여해 주민의 문화·복지 삶의 질 향상에도 나서고 있다.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2013년 뉴타운 해제부터 지금까지 창신숭인 도시재생 사업에 힘써주신 주민들께 감사하다"며 "국내 1호 창신숭인 지역의 도시재생 사례가 서울을 넘어 국내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지현 기자 jhyi1193@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