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방문 중인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23일 게이오대학 학부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news/photo/201910/343035_259794_4255.jpg)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가 23일 일본 방문을 시작으로 일본의 여·야, 전·현직 정계 인사 등 다양한 이들을 만나 한일관계 개선 의지를 피력했다.
이 총리는 이날 오후 주일 한국대사관에서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와 입헌민주당의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대표와 차례로 면담했다.
이 총리는 야마구치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일본 국민들의 상당수가 지금의 일본 정부가 취하고 있는 정책이 옳다고 지지하면서도 동시에 지금 이 상태의 한일관계 그대로 갈 수 없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가능한 한 빠른 시기에 이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공명당 지도자로서 양국이 그런 속도를 내도록 지도해주고 중개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 총리는 에다노 대표와 만남에서도 “한일관계를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 대해 국민 다수가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지금의 한일관계는 1965년 (청구권)협정 위에 서 있다”며 “지금 입장 차이가 나타나고 있지만 과거처럼 이번에도 서로 지혜를 짜서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에다노 대표는 “현재 한일관계 매우 안타까운 상태”라면서 “그러나 한국과 일본 가까운 나라임에는 변함없고 앞으로도 그렇기 때문에 양국관계가 더 이상 나쁜 방향으로 나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일부 일본 정치인들과는 비공개 면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한일관계의 현주소와 해법에 대해 허심탄회한 논의를 나눴을 것으로 관측된다.
일한의원연맹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회장·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간사장,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와의 회동은 비공개로 열렸다.
일한의원연맹 소속 정치인들은 이 총리가 국회의원 시절부터 만들어진 일본 정계 인맥으로 여겨진다. 당시 이 총리는 한일의원연명에서 활동한 바 있다.
4선 의원 출신인 이 총리는 2000~2014년 국회 의원외교의 대표적 단체인 한일의원연맹에 소속돼 간사장, 수석부대표 등을 맡았다.
이 총리는 한일의원연맹 시절 인맥을 형성한 정치인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해 왔으며, 일부는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을 정도로 친분이 있다고 한다.
그는 강제징용 배상 문제로 한일이 첨예한 대립각을 세운 이후 서울을 방문한 누가카 회장, 가와무라 간사장을 극비리에 회동하기도 했다.
이 총리는 이날 주일한국문화원에서 일본 방문 취재단을 만나 정치권 소통 일정이 갖는 의미를 전했다.
그는 누카가 회장·가와무라 간사장 면담과 관련해 “비공개는 일본 측이 원했다”며 “아무래도 옆에 다른 사람 있으면 그런 솔직한 얘기를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까지 상황에 대한 솔직한 의견 교환과 상황 진단이 있었다”면서 “이 상황을 타개하고자 하는 진지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도쿄에서 느낀 한국에 대한 감정에 관해 이 총리는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다. 그러면서 “공기처럼 깔린 것으로 보이는 한국에 대한 비우호적이고 서운한 마음과 함께 한류에 대한 호감도 그대로 있었다”며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갈등 해결이) 어렵다고 하지만 이대로 갈 수도 없다는 생각을 갖기 시작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또 “상황은 어렵지만 지금부터 양측이 지혜를 함께 짜내기 시작하면 돌파구 같은 것이 만들어질 수도 있겠다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강민정 기자 kmj@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