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참패 전제 합리적 중도 세력 ‘결집’ 반한나라당 연대로 ‘승부수’
여당참패 전제 합리적 중도 세력 ‘결집’ 반한나라당 연대로 ‘승부수’
  • 홍준철 
  • 입력 2006-05-03 09:00
  • 승인 2006.05.0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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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의 지방선거 참패를 전제로 고건 전총리 진영이 은밀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본지 취재결과 확인됐다. 최근 고 전총리측은 겉으로는 조용한 모습이지만 물밑으로는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자칫 대권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팽배해지고 있기 때문이다.특히 고 전총리 진영의 이런 움직임과 관련해 범여권 통합을 모색하고 있는 여권 일각의 움직임도 심상찮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고 전총리의 소리없는 작업에 반응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이와 관련, 평소 통합론자로 알려진 열린우리당 신계륜 전의원과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박주선 전의원이 최근 서울 모처에서 비밀회동을 가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나라당에 정권 내줄 수 없다”

두 사람은 광주고 선후배 사이로 절친한 관계이다. 만남은 서울시장에 출마하는 박 전의원을 신 전의원이 격려하기 위해 이뤄졌다. 하지만 이는 대외용일 뿐이다. 만난 시기 자체가 아주 미묘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고 전총리와 ‘통’하는 두 인사가 고건 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에 본격적으로 나선 게 아니냐는 섣부른 해석을 하기도 한다. 이른바 반한나라당 연대를 기치로 내걸고 구여권인사들이 뭔가 일을 꾸미는 게 아니냐는 얘기다. 구체적인 안도 나오고 있다. 대의명분으로 반한나라당 연대를 내걸고 호남-충청을 아우르는 실용적 중도세력 연합 태동의 싹이 트고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평소 이들 두 사람은 고 전총리를 반한연대의 통합후보로 보고 있다. 고 전총리측도 이런 움직임이 싫지 않은 기색이다. 다만 시기가 무르익지 않았을 뿐이라고 내심 때를 기다리고 있다. 고건 중심의 박주선-신계륜 전의원의 ‘반한연대 통합후보론’이 향후 정계개편에 어떤 돌풍을 일으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5·31 지방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 후보군들이 가시화되면서 본격적인 선거철에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이나 일반 국민들에게서 들뜬 분위기를 찾아보기는 힘든 실정이다. 이번 지방선거가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면서 다소 김이 빠진 형국이다.한나라당에선 내년 있을 대선에서도 이런 압승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자신감 있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반면 여당의 마음은 바쁘다. 당장 지방선거에서 승리도 중요하지만 패할 경우 분열된 여권을 추슬러야 하는 지상명제가 발등에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고-신-박 ‘연쇄회동’

신-박 전의원의 회동에 대해 양측은 모두 회동사실을 시인했다. 박 전의원의 한 측근은 “단순히 식사하는 자리였다”며 “광주고 선후배 관계로 만났을 뿐”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신 전의원도 “민주당 시절부터 존경해온 선배였다”며 “의원직 상실이 되고 보니 박 전의원의 3번구속 3번 무죄의 시련도 알게 돼 동병상련의 자리였다”고 설명했다.하지만 두 인사의 면면을 보면 단순한 식사자리 이상이었을 것이란 관측이다. 바로 고건을 중심으로 정계개편을 위한 ‘역할 분담’을 위한 자리가 아니었겠느냐는 지적이다.신 전의원은 범여권 통합후보 만들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인사다. 지금과 같이 여권 분열 구도가 지속될 경우 2007년 대선 승리는 어렵다는 위기감도 잘 알고 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과도 친분이 깊은 관계이다. 또 고 전총리와는 1998년 민선 시장 때부터 인연을 유지하며 근10년째 정례적으로 만남을 유지하고 있다. 박 전의원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서울시장 출마 배경으로 민주개혁세력 통합후보를 내세웠다. 민주당을 살리고 정치권 대통합을 위해 전남지사에서 서울시장으로 유턴한 배경이란 것이다. 언뜻 서울시장 당락보다는 지방선거이후 불 정계개편에서 모종의 역할을 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박 전의원은 한나라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치세력들이 통합후보를 낼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가 통합 후보로 고 전총리를 거론하고 있는 것은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아울러 DJ정부시절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그는 구DJ세력들의 재결집도 도모하고 있다.두 인사가 고건 중심의 반한나라당 연대와 통합 후보 필요성에 동감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게 비쳐지고 있는 것이다.

판 만들어 놓고 합류 요청

신-박 전의원의 만남이후 나오는 고건을 중심으로 한 정계개편 시나리오는 구체적이다. 이념적으로 실용적 중도개혁을 내세우고 지역적으로는 호남과 충청 연대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박 전의원의 한 측근은 “여당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할 경우 열린우리당 내에서 창조적 파괴론이 나올 것”이라며 “이후 열린우리당, 민주당, 국중당을 중심으로 뭉치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또 한나라당의 합리적 중도세력들도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고 전총리는 자의든 타의든 정계개편의 핵으로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결국 정계개편이라는 큰 판을 만들어 놓으면 고 전총리는 자연스럽게 부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박 전의원은 명목상 서울시장 선거에 고 전총리의 지지를 얻기 위해 금명간 고 전총리를 만날 예정이다. 고 전총리측도 만남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신 전의원과의 물밑교감을 고 전총리에게 전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돼 주목된다.신 전의원도 박 전의원의 ‘반한연대-중도개혁 세력’ 결집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박 전의원이 내세우고 있는 반한연대는 좋은 얘기라고 생각한다”며 “개인적으로 지방선거 이전이라도 반한연대가 나타나면 좋겠고 지방선거 이후에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동의했다. 신 전의원은 “내가 그런 일에 앞장서겠다고 이미 천명한 바가 있다”며 반한 연대에 적극적인 역할을 할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그러나 구심점이 고 전총리이냐에 대해선 즉답을 피했다.

‘대안은 고건 뿐’ 바람잡기

고건 전총리측도 신계륜-박주선 전의원의 반한 통합후보 추진에 싫지 않은 표정이다. 그렇다고 드러내놓고 적극적으로 대응하지는 않고 있다. 김덕봉 전총리 공보수석은 박주선-신계륜 두 인사의 만남에 대해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평소 두 사람은 고건 전총리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러나 김 전수석은 “신 전의원의 경우 총리에 대한 큰 그림을 많이 그린다”며 “특히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아서는 안된다는 믿음과 함께 고 전총리가 대안이 돼야 한다는 점에서는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김 전수석은 “박 전의원이나 신 전의원은 고건 대안론에 서로가 대화가 된다”며 “그러나 (고 전총리는)아직은 시기가 무르익지 않았다고 본다”고 밝혔다. 특히 두 인사가 만남을 갖기 전에 고 전총리와 사전교감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정치상황상 사전교감은 중요하지 않다”며 “중요한 것은 누가 리드하느냐이다”고 강조했다.김 전수석은 지방선거이후 정계개편 멍석이 깔아지고 때가 무르익어야 고 전총리도 본격적인 대권행보에 나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 정치권, ‘고건 잡기’ 러브콜 ‘합창’몸값 상승에 미소 들킬까 ‘표정관리’


5·31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고건 전총리의 몸값이 상승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을 제외한 정치권 모든 세력들이 선거전에서 고심을 얻기 위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지난달 26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고 전총리는 성향이나 지내온 과정을 볼 때 한나라당과 가장 잘 어울리는 분”이라면서 “행정경험도 풍부하고 경륜도 있으니 당에 와서 함께 힘을 합한다면 참 좋은 일”이라고 러브콜을 보냈다. 박 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당장 지방선거에서 승리보다는 내년 대선 승리를 염두에 둔 호남 민심 잡기의 사전포석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3월12일 고 전총리와 오찬 회동이후 등을 돌렸던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도 러브콜을 다시 보냈다. 정 의장은 지난달 21일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 참석, 고 전총리와 연대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지방선거 이후 내년 대선까지의 과정에서 폭넓은 협력과 연대가 모색될 것”이라는 말로 미련을 숨기지 않았다. 정 의장은 같은 전북출신인 고건이라는 거목을 넘어야 명실상부한 차기 대권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는 처지이다. 지방선거를 앞둔 민주당 출신 후보들은 드러내놓고 추파를 던지고 있다.

민주당 전북지사 후보로 선출된 정균환 전의원은 지난달 말 기자회견장에서 “고 전총리를 계속 만나면서 민주당 입당에 대해 상의해왔다”며 “그의 입당이 현시점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지방선거 이후 지각변동이 있을 것”이라고 풍선을 띄웠다.이낙연 원내대표는 한 발 더 나아가 “전북출신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전남이 빚을 갚도록 하겠다”며 “고 전총리에 대한 지지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한편 여야 정치권 인사들의 고 전총리에 대한 러브콜에 대해 고 전총리측은 반기는 분위기다.김덕봉 전 공보수석은 “고 전총리는 특정세력에 기울어 있지 않다”며 “국민통합을 위해서라면 누구와도 만날 수 있고 얘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준철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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