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보기에 이명박 시장은 상대적으로 손 지사보다 덜 분주한 편이다. 거주지도 서울이고 오래전부터 강남에서 가동해온 재단법인 ‘동아시아연구원’이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회 앞 M빌딩에 위치한 비선라인 실무진들이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는 공간은 이 시장의 여의도 공략 전초기지로서 안성맞춤이다.
정무-여의도, 정책-서초동
그러나 이 시장에겐 남모를 고민이 있다. 지난 2002년 서울시장에 당선된 이후 방치해두었던 동아시아연구원이 최근 재가동되고 있다. 이름도 세계화를 지향한다는 뜻의 ‘국제정책연구원’으로 변경했다. 시정개발연구원장 출신이자 최측근으로 활동해온 백용호 이화여대 교수가 초대 원장으로 활동했다. 백 교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이 시장의 정책 브레인으로 통하며, 300여명에 이르는 이 시장의 자문교수단을 이끌어온 인물이다. 고민은 백 교수로부터 시작된다. 백 교수는 최근 국제정책연구원장직을 그만 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청 주변에선 이 시장의 최측근 백 교수가 사직서를 제출한 데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먼저 “임기 중 시정에만 전념하겠다”며 개인 연구소를 가동하지 않겠다던 이 시장의 약속이 얼마 전 들통난 사건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때는 ‘황제 테니스’ 의혹으로 이 시장이 곤욕을 치르고 있던 지난 3월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비밀리에 국제정책연구원을 부활시킨 이 시장측에선 황제 테니스 대책회의를 이 사무실에서 가진 것이다. 이 시장의 입장에선 긴박했던 순간이다. 방미 중 갑작스레 불거진 황제 테니스 의혹으로 인해 하루 앞당겨 3월18일 귀국했다. 그러나 이 시장은 언론과의 접촉을 피했고, 19일에도 시청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당시 “‘서초동’에서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는 이 시장 측근의 해명 때문에, 국제정책연구원이 공개된 것이다. 그리고 이 시장의 대권 싱크탱크 역할을 할 국제정책연구원은 졸지에 ‘비공개 개인사무실’로 추락했다. 게다가 이 시장의 외곽조직이라 할 수 있는 동문조직을 비롯해 다양한 경로를 통한 ‘민원’을 접수하는 장소로 알려지기도 했다.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백 교수는 연구원을 이끌어갈 연구원들을 모집중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던 게 사실이다. 이른 바 ‘정무는 여의도, 정책은 서초동’ 전략이다.
백 전원장은 아더앤더스 코리아 출신
백 교수의 중도하차와 관련, 또 다른 얘기는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로비스트 김재록’ 사건으로 연결된다. 시정개발연구원 원장으로 활동하기 전 백 교수는 뉴욕주립대 경제학을 전공한 재원으로 경제정책 분야에서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다. 신한국당 서대문을 지구당위원장, 여의도연구소 부소장 등 정당인으로서 활동할 무렵 이 시장과 인연을 맺었으나, 백 교수는 이후에도 대기업 사외이사 및 방송 프로그램 진행자로서 왕성한 활동을 했다.
문제는 지난 2000~2001년 아더앤더슨 코리아 상임고문, 2001~2002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매각심사소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는 데 있다. 김재록 사건이 불거지고 아더앤더스 코리아 출신 인사들에 수사망이 좁혀지면서, 이 시장의 부담을 덜기 위해 자진 사직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백 교수가 이 시장과 완전히 멀어졌다고는 볼 수 없다는 게 이 시장 주변의 관측이다. 백 교수의 거리두기로 인해 이 시장의 대권플랜을 마련할 연구소 가동은 6월쯤으로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국제정책연구원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이 시장의 측근인사로는 한나라당 부대변인 출신인 전영태씨만 가끔 출근할 뿐이다. 전씨는 2002년 서울시장 선거 때 이 시장 캠프에서 활동했다.
‘경기개발연구원’ 멤버도 참여
손 지사측에서는 여의도 입성 준비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회 인근 사무실 물색은 물론 손 지사의 경우 거주지도 서울로 옮길 계획이다. 손 지사의 한 측근은 “마포 인근에 손 지사 부부가 거주할 공간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물론 손 지사측에서도 가장 전념하고 있는 부분은 연구소이다. 지난 2001년 손 지사가 경기도지사 출마를 저울질하던 당시 연구소를 내 외연을 넓힌 바 있으나, 지금까지 가동하지 않았다는 게 정설이다.
서대문 인근에 있다고 해서 ‘서대문연구소’라 불렸으며, 손 지사의 당선인 시절 대변인도 서대문연구소장 출신인 장준영씨가 맡았다. 장씨는 현재 경기신용보증재단 상임감사로 활동하고 있다. 손 지사의 연구소는 경기도청 산하기관 곳곳에 포진해 있는 손 지사의 측근들로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윤생 경기도중소기업지원센터 홍보실장, 김주환 경기도영어문화원 교육운영부장 등이 그들이다. 손 지사의 한 측근은 ‘경기개발연구원’ 멤버들의 참석 여부도 배제하지 않았다.
# 차기 국회의장 누가 노리나정동영 VS 김근태 ‘대리전 양상’…김덕규 VS 임채정 ‘맞대결’
각당이 5월31일 지방선거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는가 하면 선거와 무관한 중진급 의원들 사이에선 차기 국회의장을 놓고 물밑 신경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렇다면 5월31로 임기가 만료되는 김원기 국회의장의 후임으로 거론되고 있는 인사들에는 누가 있을까. 국회의장은 여당 몫이기에 김덕규 국회부의장과 임채정 의원이 유력 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김 부의장과 임 의원은 41년생 동갑이며 고려대 동문이다. 국회의원 선수(選手)에선 김 부의장이 5선, 임 의원이 4선으로 김 부의장이 임 의원에 앞서고 있으나, 대학 학번으로 보자면 임 의원이 1년 선배인 탓에 ‘양보’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양 의원측에선 차기 국회의장감으로 ‘적임자’라는 주장을 펴며, 개별 의원들과의 접촉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막판까지 조율에 실패한다면 경선으로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한편, 경선으로 진행된다면 정동영 대 김근태 유력 대권주자의 대리전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김 부의장은 정동영 의장, 임 의원은 김근태 최고위원과 가깝기 때문이다. 김 부의장이 의장에 도전하고 있어 우리당 몫의 차기 부의장을 놓고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4선의 이용희ㆍ장영달 의원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특히 이 의원은 오래 전부터 공을 들여왔으며, 최근엔 측근 의원들을 대동하며 세확산에 나서고 있다. 재야파 출신인 장 의원의 경우도 재야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접촉 빈도를 높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나라당 몫인 차기 부의장에는 5선의 이상득 의원과 4선의 이강두 의원이 저울질을 하고 있다. 이상득 의원의 경우 선수에서 앞서지만, 친동생인 이명박 서울시장이 유력한 대권주자라는 이유 때문에 그가 부의장에 도전할 경우 한나라당 내부 역학구도에 적지 않은 변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이금미 nick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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