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해인가 사실인가’…
‘음해인가 사실인가’…
  • 이금미 
  • 입력 2006-04-27 09:00
  • 승인 2006.04.2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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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둔 아들이 있대.”여의도 정가에서 3명의 정객들만 모이면 하는 말이다. 이명박 서울시장과 관련된 악성 소문중의 하나인 이러한 얘기는 지난해 추석 무렵부터 솔솔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중앙당 입성을 앞두고 있는 요즘 소문은 점점 증폭되고 있다. 진위 여부를 떠나 이시장 진영은 현재 괴로운 표정이 역력하다. 아들의 실체까지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아들을 왜 숨겨야만 했는지 다양한 스토리도 양산되고 있다. 일단 이 시장측은 “사실이 아니기에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런 악성 소문은 이 시장의 대선 후보 경선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카더라’로 시작해 의혹으로

이 시장의 숨겨둔 아들에 대한 소문이 여의도 주변에 처음 등장한 때는 지난해 추석 무렵이었다. 이 시장뿐 아니라, 여권 대선주자 중에도 숨겨둔 딸이 있다는 얘기도 들려왔다. 베일에 싸인 자식들의 거주지역까지 거론되곤 했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소문의 내용은 이 시장의 아들은 제주도, 여권 대선주자 A씨의 딸은 미국 LA에 살고 있다더라는 ‘카더라’ 수준이었다. 해가 바뀌고, ‘차기 대통령감’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이 시장이 1위로 껑충 뛰어오르면서 숨겨둔 아들에 대한 소문은 그럴듯하게 포장돼 번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이번엔 거주지가 서울로 바뀌었다. 주로 여권 주변에서 들리는 이 시장의 숨겨둔 아들을 둘러싼 소문의 배경은 이러했다. “서울 모처에 숨겨둔 아들의 생모가 운영하는 OO업체가 있다. 장사가 잘 돼 부족함이 없다. 아들과 둘이 살고 있다” 몇몇 기자들은 비교적 구체적인 이 소문의 진상을 확인하기 위해 모처를 배회하거나 OO업체 주변을 파헤치기도 했다. 사정이 이러하니, 소문에 대해 ‘뭔가 있는 게 아니냐’는 식의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 시장의 숨겨둔 아들과 관련해 사실 관계가 확인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때문에 김한길 원내대표가 쏘아올린 ‘경악’ 발언과 관련해 “혹시, 이 시장의 숨겨둔 아들 얘기가 아니냐”라는 얘기가 나돌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수면 아래서만 떠돌던 소문이 김 대표의 입을 통해 공개적으로 드러나는 게 아니냐는 것. 그리고 며칠간의 시간차를 두고 한 시사종합월간지를 통해 숨겨둔 아들이 수면위로 부상했다. ‘기자수첩’을 빌려 보도된 글의 내용은 숨겨둔 아들이 있는지에 대한 이 시장측의 공식적인 ‘대응’이 골자다.

15대 총선 때도 ‘등장’

따지고 보면 이 시장의 숨겨둔 아들에 대한 의혹은 지난 96년 15대 총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치1번지 종로에 도전장을 내민 이 시장에 대한 상대 후보의 반격은 거셌다. 하지만 당시에도 확인된 것은 없었다. 이 시장의 한 측근은 “숨겨둔 아들 소문이 떠돈 지 10년이 지났지만, 누구 하나 ‘내가 이명박의 아들’이라고 나타난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거론할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시장측은 숨겨둔 아들이 있다는 소문 확산에 경계를 늦추고 있을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입과 입을 건너면서 소문은 스스로 진화하기도 하고 성장하기 때문이다. 하루가 다르게 전개되는 대선전에서 정치권을 떠도는 치졸한 소문들이 당락을 결정하는 변수로 부상하는 사례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대표적인 경우가 지난 2002년 대선 이회창 후보와 관련된 소문이다. 김대업씨가 주장한 이 후보 장남의 병역비리 은폐 의혹, 설훈 전의원이 폭로한 이회창 후보측의 최규선 20만 달러 수수설, 그리고 이 후보 부인의 기양건설 비자금 10억 수수설이 그것이다. 선거 당시만 해도 거의 모든 언론이 이 사건들을 다뤘다. 증인들의 생생한 증언이 있었기에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날까’식의 추측을 넘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던 게 사실이다. 정세분석가들은 3대 의혹사건으로 인해 여당 후보가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 예상하기도 했다. 이 후보측과 한나라당에서 ‘정치공작’으로 규정했음에도,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대선 막바지 길목에서 이 후보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대선이 끝난 지 한참 뒤에야 이 사건들은 모두 무혐의로 결론이 났지만, 피해자인 이 후보 측은 보상받을 길도 없다.

악성 소문에 경선 ‘비상’

이 시장측이 숨겨둔 아들 소문을 경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울시장 임기는 곧 끝난다. 본격적인 여의도 공략을 앞둔 시점,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도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게다가 소문의 진원지 역시 여당은 물론 한나라당 내부라는 소리도 들리고 있다. 지방선거 이후 이 시장의 여의도 공략을 저지하려는 움직임의 일환이라고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사실, ‘이회창 학습효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소문의 진위 여부를 떠나 소문은 확산되고 덩어리가 커진다. 동시에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다.

언론도 대세를 따라 소문의 진상을 확인하기 보다는 증언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이 시장의 숨겨둔 아들 소문도 이러한 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다. 지방선거 이후 정세를 분석하는 자리에서도 거론될 정도로 소문에 점점 살이 붙고 있다. 이 시장의 대선 후보 경선 참여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섣부른 추측도 나온다. 한편 ‘황제테니스’, ‘별장파티’ 등 이명박 가치를 평가절하하기 위한 여당의 공세에도 검찰 고소라는 강수를 띄우며 맞대응했던 이 시장이다. 따라서 뿌리를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이는 이번 소문을 잠재우기 위해 이 시장이 내밀 반전카드가 관전 포인트로 부상하고 있다.

이금미  nick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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