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선 강 전장관이 의도적으로 정동영 당의장을 멀리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결과에 따라 책임론에 휩싸일 가능성도 높지만, 5·31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사람은 누가 뭐래도 정 의장이기 때문이다.서울시장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던 강 전장관에게 정 의장이 공을 들여왔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지난 2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권경쟁자인 김근태 최고위원과 신경전을 벌이며 ‘강금실 모시기’에 전념했던 정 의장이다. 당시 정 의장과 김 위원 둘 중에 누가 더 강 전장관과 친분이 두터운가도 관전 포인트로 등장했을 정도다.
양측 미묘한 신경전
전당대회는 정 의장의 승리로 끝났다. 이후 정 의장은 더욱 강 전장관 영입에 집중했다는 후문이다. 일단 정 의장의 핵심측근으로 꼽히는 몇몇 인사를 강 전장관측에 파견하는 형태로 지원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또 두 사람은 꾸준히 전화통화를 하며 의견을 교환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강 전장관 영입에 전력을 기울인 정 의장이 이끄는 대로 ‘강금실 서울시장 만들기’가 진행될 것으로 보였다. 물론, 이계안 의원 등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당내 인사들의 반응도 점검해야 했기에 쉽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출마로 최종 가닥을 잡은 강 전장관의 구상은 정 의장의 그것과 달랐다. “당이 주도하는 선거는 하지 않겠다”는 것. 강 전장관의 의지가 강해 곤혹스럽다는 당 관계자들의 하소연도 들린다.
서울시장 출마와 관련, 강 전장관의 입장 표명이 2월 중순→3월 말→4월 초로 늦춰진 것에 대해서도 당내 의견은 분분하다. 당 지도부에선 “강 전장관의 서울시장 구상이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오래 전에 서울시장 후보로 제안을 받아왔지만, 결정을 내리는 데 고민이 많았다는 것이다. 물론, 정치 초년병인 강 전장관의 선거전략상 이미지를 최대한 부각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없는 것은 아니다. 당내에서도 ‘열린우리당 후보 강금실’보다는 ‘강금실’ 개인을 강조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강 전장관이 우리당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것이다. 강 전장관의 개인적인 이미지를 최대한 부각시키고 당 색깔은 최대한 희석시켜 ‘시민후보’ 형태로 내세운다는 것.
대규모 이벤트 계획 ‘차질’
그러나 강 전장관의 입당 시기가 늦춰지는 것과 관련, 정 의장과 강 전장관의 관계에서 답을 찾고 있는 시각에 있어선 ‘선거전략’도 통하지 않는다. 입당 시기와 형식에 있어 강 전장관의 소극적인 대답이 석연치 않다는 것. 우리당은 애초 강 전장관이 입당하기로 한 3월말에 맞춰 성대한 환영식과 함께 대규모 선거캠프를 꾸리는 데 있어 전폭적으로 지원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이미지로 승부하는 선거라 하더라도 높은 정당 지지율을 등에 업고 도전장을 내민 한나라당 후보군이 있기에 미리 준비된 공식적인 조직의 지원이 없다면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마음을 굳힌 후부터 착실히 서울시장 수업을 받고 있다는 강 전장관이 입당 시기를 놓고 망설이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당 한 핵심관계자는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굳힌 강 전장관이 서울시장 선거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우리당 회의에 직접 참석했다는 게 언론에 공개된 이후 강 전장관측의 움직임이 예전과 달라졌다”고 전했다.
그에 의하면 제보자는 강 전장관과 함께 회의에 참석했던 정 의장의 핵심측근이다. 또 3월20일께 강 전장관의 입당 및 기자회견 날짜를 최종 확정할 계획이었지만 앞서의 사건으로 인해 무산됐다는 후문이다. 정 의장과 강 전장관 사이의 이상기류는 선거전략 및 선거캠프 조직 구성에 있어서도 엇박자가 감지된다. 이와 관련, 강 전장관 주변에선 강 전장관이 우리당에 입당해도 당이 만든 선거전략이나 선거캠프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정 의장이 내건 지방선거 캐치프레이즈 ‘지방권력 심판론’이 아닌 ‘강금실의 감성’으로 접근한다는 얘기다. 또 강 전장관을 돕고 있는 변호사 및 교수들, 강 전장관과 개인적인 친분으로 얽힌 인사들이 중심이 돼 선거캠프가 꾸려질 것이란 말도 나온다. 실무 선에서만 당쪽 인사들이 참여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강 전장관이 자신의 팬클럽도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높다. 현재 인터넷 포털사이트엔 ‘강금실을 사랑하는 사람들(회원 2,300명)’, ‘강금실을 사랑하는 모임(회원 300명)’, ‘강금실 법무장관을 좋아하는 사람들(회원 6,200명)’ 등 이른바 ‘강사모’로 통하는 팬카페가 개설돼 있다.
선거 컨셉 두고 ‘충돌’
당과의 공식적인 창구도 서울시당위원장을 지낸 재선의 김영춘 의원, 정 의장의 측근인 김갑수 부대변인 등 몇몇 인사들만이 강 전장관측과 연결고리를 갖고 있을 뿐이다. 이를 계기로 김 의원이 서울시장 후보 선대본부를 맡을 것이라는 얘기도 전해진다. 하지만 지난 3월28일 기자와 만난 김 의원은 “전혀 근거없는 얘기는 아니지만, 강 전장관측이 요구하는 선거 컨셉과도 맞아야 하기 때문에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강 전장관은 당이 주도하는 선거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강 전장관이 당과 거리를 두고 있어 진대제 전정보통신부 장관과 비교하는 시각도 있다. 지난 3월26일 우리당 입당과 동시에 경기도지사 출마 준비에 들어간 진 전장관은 당에서 마련한 선거계획대로 움직이고 있다. 때문에 ‘강금실 서울시장 만들기’에 동원된 당내 인사들 사이에선 불만도 터져 나온다.
# 한나라당,김재록-강금실 ‘긴밀관계’ 주장 파문이한구 의원 “이헌재 전 부총리 소개로 만나” 의혹 제기
김재록씨의 전방위 로비의혹과 관련, 여당의 서울시장 후보인 강금실 전법무부 장관에까지 파장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 ‘김재록 게이트 진상조사단(단장 이한구)’은 지난 3월31일 “지난 2002년 김씨와 강 전장관이 여러 차례 식사를 함께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고 주장했다.이날 한나라당은 강 전장관과 김씨는 이헌재 전경제부총리의 소개로 만났다. 이를 계기로 김씨가 이 전부총리, 오호수 인베스투스 글로벌 회장 등과 함께 강 전장관이 대표를 맡았던 법무법인 지평이 금융계 및 증권계 일을 수임토록 지원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게다가 강 전장관이 김씨 부친상에 조문했고, 강 전장관이 김씨를 만나기 위해 여의도 인베스투스 글로벌 사무실을 찾았다고도 지적했다.
강 전장관과 김씨의 긴밀한 관계에 대한 한나라당의 지적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오호수 회장이 강 전장관을 증권업협회 고문으로 밀었으며, 협회 분쟁조정위원회 등 관련 업무에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가 활동했다는 것. 이에 대해 강 전장관측은 정치공세로 규정, 비리의혹 자체를 일축하고 있다. “일일이 대꾸할 가치를 못느낀다”는 것. 한편, 이날 한나라당은 전·현직 고위관료와 김씨의 관계를 ‘부적절한 관계’로 잠정 규정해 사태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정문수 청와대 경제보좌관과 김씨는 전남 영광 동향 출신이라는 것. 또 외환은행이사회 의장으로 활동했던 정 보좌관이 당시 은행장으로서 문제가 제기됐던 이강원(한국투자공사사장) 행장의 임명을 도왔다는 것, 그리고 이강원 전행장과 전윤철 감사원장은 동문(서울고-서울대)으로 론스타에 대한 감사원 감사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라는 것 등의 문제를 제기했다.
이금미 nick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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