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공세에 박대표 ‘수수방관’…적전분열 양상
여당 공세에 박대표 ‘수수방관’…적전분열 양상
  • 이금미 
  • 입력 2006-03-27 09:00
  • 승인 2006.03.2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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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서울시장의 ‘황제 테니스’ 의혹이 정치판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여당은 이참에 차기 대통령감 여론조사 1위를 내달리고 있는 이 시장을 낙마시킬 태세다. 게다가 형사고발을 통해, 이 시장 문제를 5·31 지방선거의 최대 이슈로 부각시킬 조짐이다. 수세에 몰려있던 이 시장측도 나서 “저급한 정치공세에 가만 있지 않겠다”, “맞고발하겠다”며 여당에 정면 대응을 선언했으나, 이번 싸움은 이 시장측에 훨씬 버거워 보인다.

‘로비 의혹’의 진실을 떠나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대표측과 간극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황제 테니스 파문을 계기로 ‘적전분열’ 양상마저 감지되고 있다는 게 한나라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방미길에서 돌아온 직후 이 시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황제 테니스 의혹을 공식 해명했다. “사려깊지 못했다”는 것. 그뿐이 아니다. 이 시장측은 두 차례에 걸쳐 박 대표와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에게 해명자료와 입장을 전달했다. 여당의 정치적 공세를 방어하는 데 협조를 구한 것이다.

한나라당발(發) 테니스 ‘의혹’

그러나 당에선 황제 테니스 파문과 관련, 어떠한 공식적인 논평도 나오지 않았다. 이정현 부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이명박 시장은 다소 문제가 있었던 것에 대해 솔직하게 대국민 사과도 했다. 열린우리당은 정치적 공세를 자제해야 한다”, 이계진 대변인이 “이명박 시장이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이면서 광역자치단체장인 만큼 자신의 문제에 대해 자신이 방어하는 게 맞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시장이 해명하고 사과한 마당에 중언부언 하는 것이 맞지 않다”는 수준에 그쳤다. 때문에 이 시장 주변에선 노골적으로 박 대표에 서운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이 시장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지원사격이 없다는 것 자체가 이 시장에 대한 공격이라는 등식이 성립한다는 것.물론 박 대표측에선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장과 관련된 사건이니, 서울시가 알아서 해야 한다는 것. 김두관 최고위원 등 여권 인사들의 ‘이명박 사퇴’ 주장에도 박 대표측은 수수방관이다. 여당 진상조사단을 통해 제기되는 각종 의혹에도 박 대표의 침묵이 이어지면서, 당 내부 분열의 움직임마저 감지되고 있는 형국이다. 소극적인 박 대표측의 대응에 당내 일각에선 이상한 소문도 들려온다. “박근혜의 ‘이명박 죽이기’가 시작됐다”, “황제 테니스 의혹이 박 대표 주변에서 흘러나왔다”, “의혹의 당사자인 선병석 전 서울시 테니스협회장은 애초 ‘박근혜 사람’이었다”는 등의 악성 루머도 전해진다.

이재오의 ‘이명박 감싸기’

당권을 쥐고 있는 박 대표가 본격적인 실력행사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황제 테니스 의혹에 대해 당 차원의 엄호가 없다면 대권주자 이 시장이 회복할 수 없는 치명상을 남길 수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이 시장의 엄호에 나선 이재오 원내대표의 발언에서도 감지되는 대목이다. 이 대표는 지난 21일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이 시장의 황제 테니스 파문과 관련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테니스를 친 것도 사실이고 돈을 안 낸 것도 사실이지만 특별한 의혹이 없고, 로비를 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는 것.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대표 발언의 요지는 분명 박 대표측의 입장과는 다른 견해다.

사실, 박 대표 주변에선 ‘법적 문제’가 아니라 ‘도덕성 문제’라는 데 무게 중심을 두고 있었다. 그런데 황제 테니스와 관련 남산 테니스장에서 박 대표도 테니스를 쳤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 시장측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번 사태를 안전하게 넘기지 못하면 의혹의 진위가 가려지기도 전에 낙마한 ‘제2의 이해찬 사태’로 번질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한나라당 내부에선 황제 테니스 사태가 더 길어지면, 적전분열 양상까지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당내 친박근혜 인사들과 친이명박 인사들간의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당의 지원 사격이 없다면 “이 시장 낙마는 물론, 중앙당 진입도 물 건너갈 것”이라는 섣부른 관측도 나온다.

‘강금실’ 뜨자 ‘영입’ 작업

하지만, 박 대표와 이 시장 진영의 감정의 골은 벌써부터 위험수위를 넘나들었다는 관측도 있다. 서울시장 영입과 관련해 박 대표와 이 시장이 엇갈린 입장을 취한 데서부터 이미 각자의 길을 모색하고 있었던 게 아니냐는 것. 서울시장 영입에 있어 박 대표의 미지근한 태도에 이 시장이 서운한 감정을 품고 있었다는 게 한나라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지난 연말부터 ‘영입 논의’를 위해 이 시장이 박 대표에게 손을 내밀었으나, 박 대표는 묵묵부답. 당시만 해도 여권의 서울시장 후보 히든카드로 거론됐던 강금실 전법무부장관의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았던 때다. 한나라당의 유력 대권주자 이 시장에게 서울시장이 누가 되느냐는 경선의 승패를 가름하는 분수령이다.

여당 후보 또는 박 대표의 사람이 서울시장에 당선된다면, ‘이명박 대망론’의 실천과제였던 청계천 공사 및 서울시 교통체계 개편 등의 공적이 하루아침에 폄훼될 공산이 컸다. 서울시장 영입을 두고 박 대표와 이 시장간의 팽팽한 긴장감은 박 대표의 발언에서도 감지된다. 박 대표는 친이명박 인사인 박계동 의원이 서울시장 영입론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과 관련해 “서울시장 후보(영입) 문제와 관련해 합의된 적도 없는데 박 의원이 전혀 사실이 아닌 일을 마치 사실인 것 같이 이야기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어떤 목적을 갖고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불만을 제기했다.

당시 이 시장 주변에선 ‘강금실 대항마’로 ‘정몽준 카드’가 거론되고 있었다. 물론, 정몽준 의원측과 이 시장측의 사전교감에 이어 물밑조율이 이뤄지고 있다는 소문도 등장했다. 이와 맞물려 한 언론사에서 실시한 차기 서울시장감 여론조사에서 정 의원이 강 전장관을 제치고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정몽준 영입’은 급물살을 타는 듯했다. 문제는 바로 이 때가 ‘최연희 성추행 파문’이 정국을 강타한 시점과 맞물려 있다는 데 있다. 때맞춰 이 시장은 ‘해변가’ 발언으로 박 대표의 허를 찔렀고, 박 대표는 이를 악물고 “좌시하지 않겠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세력재편 시도

이 시장과 신경전을 벌여온 일련의 과정, 박 대표 주변에선 이참에 차기 전당대회를 겨냥해 세력재편까지 시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차기 대표최고위원은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그리고 한나라당 안팎에선 차기 대표를 노리는 중진급 의원들의 물밑 세확산이 지방선거 공천과 맞물려 조심스레 진행되고 있다. 즉 이들과의 연대를 통해 대표 최고위원 경선에 ‘올인’해야 한다는 것. 김덕룡 의원과 한 배를 타는 것이 그것이다. 일찌감치 김 의원 주변에선 ‘박근혜-손학규-김덕룡’의 연대를 골자로 한 삼각편대 시나리오가 등장했던 터다. 게다가 지방선거 이후 대통령 중임제 및 정부통령제로의 개헌논의가 점화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인 탓에, ‘영남+수도권’, ‘민정계+민주계’의 만남은 이상적인 대권구도로 그려지고 있다.


# 대권 꿈은 ‘제각각’ 테니스는 ‘한마음’

“박근혜 vs 이명박 ‘빅매치’ 성사될까”.요즘 한나라당 관계자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말이다. 그렇다고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의 대권경쟁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다. 요즘 정치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테니스’ 실력이다. 이 시장은 지난 3년간 남산테니스장에서 남녀 국가대표 출신들과 테니스를 쳤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 시장이 지난 3년간 주말에 테니스장을 찾은 횟수는 모두 51번. 한 달에 한두 번 꼴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선수들은 불편함을 겪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선수들은 이 시장이 언제 올지 몰라 주말이면 코트에서 대기하기도 했다. 선수 일부는 주말 당번을 짜서 테니스장에서 대기했다는 후문이다.

면이 단 한 개뿐인 탓에 일반인들에겐 개방하지 않았다는 남산테니스장, 그럼에도 현직 서울시장은 전국가대표 선수 출신들과 주말 황금 시간대에 테니스를 즐긴 것이다. 그래서 나온 말도 이른 바 ‘황제 테니스’.드러난 정황상 이 시장의 테니스 실력은 수준급이다. 한편, 문제의 남산테니스장을 이 시장 이외에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고건 전총리, 정몽준 의원 등의 유력인사들도 이용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미묘한 파문이 일고 있다.

자천타천 대권주자로 거론돼 온 인사들이 남몰래 한 코트에서 테니스로 체력을 단련했기 때문이다. 그 중 가장 시선을 모은 인사는 박 대표다. 이번 이 시장의 황제 테니스 파문과 관련, 당 차원의 공식적인 논평도 허락하지 않았다. 박 대표는 2005년 봄에 남산테니스장을 이용했다고 즉각적인 해명에 나섰다. 그렇다면 박 대표의 테니스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한 지인에 따르면 박 대표는 테니스로 어두웠던 과거를 달랬다. 79년 10·26 사태 이후 외부와 단절된 삶을 살았다고 알려져 있으나, 박 대표는 종종 한남동에 위치한 A테니스장을 찾아 안면이 있는 인사들과 함께 테니스를 했다. 그에 의하면 박 대표의 테니스 실력은 선수급이다.

이금미  nick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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