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 VS 시니어 참모그룹 ‘충돌’ 충성경쟁으로 ‘삐꺽’
주니어 VS 시니어 참모그룹 ‘충돌’ 충성경쟁으로 ‘삐꺽’
  • 이금미 
  • 입력 2006-03-21 09:00
  • 승인 2006.03.21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명박 시장의 위험 수위를 벗어난 발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돈없이 정치해야 한다는 시대는 갔다”, “미국 덕분에 한국이 OECD에 가입했다”고도 했다. 그를 둘러싼 사건도 점입가경이다. ‘위대한 의자 사진전’이 물의를 빚은데 이어 이번엔 ‘황제 테니스’파문이 불거졌다. ‘이해찬 골프 파문’으로 정국의 주도권을 놓칠 뻔한 여당의 역공이 강해지는 이유다. ‘최연희 성추행 파문’의 여진이 남아있는 탓에 곤욕을 치르고 있는 곳은 한나라당이다. 사건의 진원지인 이 시장은 국내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당의 역공을 받아치기에 바쁜 한나라당 안팎에서 이상한 얘기가 흘러나온다. “이 시장의 참모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는 비난이다. 국내에 남아 이 시장을 둘러싼 연이은 불미스런 사건으로 인해 이 시장의 참모들도 애가 탈만하다. 그럼에도 정치권의 시선은 이 시장이 아닌 참모들에게로 향한다. 일찌감치 대권 도전을 선언한 이 시장이기 때문이다. 이제 선거 전략을 착착 진행시켜야 할 때인데 엉뚱한 일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비난이다.

여과없이 언론공개 ‘다반사’

‘차기 대통령감’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1위를 지키고 있는 이 시장이 엉뚱한 발언과 사건으로 대권 레이스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오는 6월이면 서울시장 임기도 만료된다. 한나라당 한 핵심당직자는 “당권을 틀어쥐고 있는 박근혜 대표 진영을 공략해도 모자랄 형편이다. 그럼에도 후보 자신이 불미스런 사건을 만들고 있고, 또 여과없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면서 이 시장 참모들의 언론보좌 기능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지적했다. 그는 이 시장의 최측근이라 할 수 있는 양윤재 전서울시 행정부시장의 ‘청계천 비리’는 무사히 넘겼지만, 악재가 겹쳐 이번만큼은 쉽게 넘어가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예측도 내놨다.

이로인해 이 시장은 정치권 안팎의 비난을 받고 있다. 이러다간 이 시장의 대권 레이스에도 차질이 예상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시민은 일반인, 시장님은 특별인인가.”이 시장의 황제 테니스 소식을 접한 한 정치평론가의 촌평이다. 그의 촌철살인 비난은 위대한 의자로 이어진다. “특별인은 테니스장만이 아니라 미술관에서도 대접이 다른가 보다.” 시립미술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위대한 의자, 20세기의 디자인’ 전시회에 유일하게 전시된 이 시장의 사진을 꼬집은 말이다. 정치권의 공격은 더 매섭다. 박용진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서울시가 이 시장 1인의 왕국인 것 같다. 돈 좋아하고 특별대우 좋아하고 간판걸기 좋아하는 3박자를 두루 갖춘 전형적 구태”라고 꼬집었다.

국내 정치권이 이 시장 사건으로 뒤숭숭하지만, 적장 이 시장의 입을 통해 어떠한 해명도 들을 수 없었다. 그가 열흘 일정으로 미국 방문길에 올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건은 여기서도 벌어졌다. 미국에 도착한 첫 날인 지난 11일엔 “돈 없는 사람이 정치하는 시대는 갔다”고 돌출 발언을 했고, 이어 미국 고위급 인사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연일 ‘친미 발언’을 쏟아냈다. 애초, 이 시장의 방미 목적은 서울-워싱턴 DC와의 자매결연 체결 및 뉴욕과의 경제교류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친미 연설문’도 참모들 작품

브루킹스 연구소 연설에서 “미국이 한국전쟁 때 개입하지 않았더라면 한국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키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으며, 공화당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 간담회 연설에서는 “한미관계가 한국 경제발전에 큰 도움을 줬고 그 결과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한국이 선진국클럽인 OECD회원국이 됐다”며 미국을 향한 구애에 바빴다. 서울시장 역할을 넘어 입맛에 맞게 한미동맹·남북문제 등을 언급하며 결과적으로 미국 보수인사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고 왔다는 평가가 내려지는 이유다.

정치권에선 이 시장이 워싱턴에 차기 대권주자로 데뷔하기 위해서 방미했다는 데 이견을 달지 않는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이 시장은 한국 대선에 출마하려 하는지, 미국 대선에 출마하려 하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이참에 열린우리당은 이해찬 전총리의 40만원 상당의 내기골프 파문을, 이 시장의 6백만~2천만원대의 황제 테니스 의혹으로 갈아 치울 태세다. 주인도 없는 서울시청에선 해명 기자회견이 계속되고 있으나, 누가 뭐래도 이 시장은 ‘자살골’로 위기를 자초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 해도 한나라당 안팎에선 “대선주자 관리를 어떻게 하는 것이냐”는 노골적인 비난이 이어진다. 서울시장에 당선된 뒤 줄곧 차기 대선주자 반열에 올랐던 이 시장인데, 참모들이 엄호하지 못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것. 게다가 방미 기간 중 이 시장의 발언을 두고, 연설문을 작성한 참모들에게도 비난의 화살이 꽂히고 있다.

실제로 방미 기간 중 연설문 작성은 이 시장 참모들의 손을 거친 것으로 확인됐다. 이시장의 방미길을 수행한 인사들은 서울시 공무원이 대부분이다. 이들 중 연설문에 관여할 수 있는 이들은 경영기획실장, 대변인, 홍보기획비서관, 국제관계자문대사 등이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연설문은 현지에서 작성된 것으로 안다”고 전제한 뒤 “국내 연설이라면 이 시장이 즉석에서 첨삭해 연설할 수도 있겠지만, 영어로 작성된 연설문을 손댈 수 있었겠느냐”고 전했다.

맨파워는 ‘막강’ 조직력은 ‘느슨’

이 시장의 참모들에게 정치권이 주목하는 이유는 이 시장의 특유의 ‘치밀함’에 있다. 이 시장의 주도면밀함, 신중함을 감안할 때, 이 시장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련의 불미스런 사건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대선을 위한 이렇다할 선거 캠프가 갖춰진 것은 아니지만 이 시장은 서울시청 및 외곽조직에서 대선 전략 수립과 동시에 가동 단계에 들어섰다는 게 정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안팎의 유동성이 보장되고 있으며, 이 역시 이 시장 인맥의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는 광범위한 인적 네트워크가 바탕이라는 분석도 뒤따른다.

이 시장 지근거리에는 92년 정계입문 때부터 인연을 맺은 인사들이 보좌 및 자문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으며, 2002년 서울시장 선거를 치르면서 연이 닿은 인맥이 서울시장 재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또한 비공식 사조직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시장의 모교인 고려대 출신 인사들로 구성된 비선라인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진 바다. 고려대 비선라인의 한 핵심인사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시장의 대권 도전과 무관치 않은 조직인 것만은 사실”이라면서도 “규모와 구체적인 역할은 말해 줄 수 없다”고 전했다.

이처럼 사조직은 조심스럽게 운영되고 있으며, 최근엔 이 시장의 지지도 급상승과 동시에 세확장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시장의 외곽조직 가운데 이 시장이 재단 이사장으로 있는 동아시아연구원도 정치권의 관심대상이다.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연구원은 이 시장이 1997년 설립했으며, 정기적으로 여론동향 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또 이 시장이 대선전에 돌입했을 때 선거캠프의 근거지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시장은 이처럼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참모진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통제가 안되고 제각각 따로 논다는 얘기가 무성하다.

공세운 사람만 챙겨

시니어 그룹과 주니어 그룹으로 분열돼 자주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 시장 대권 플랜 및 선거 전략 수립 단계에서 부딪쳤다는 것이다. 맨파워에 앞서 조직력이 버텨주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 시장 캠프가 느슨한 형태를 띠고 있는 것은 이 시장의 인사 스타일과 무관치 않다는 게 이 시장 주변의 전언이다. 공(功)을 중시하는 이 시장의 인사 스타일, 그리고 그것이 이번 사단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2002년 지방선거에서 이 시장 캠프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한 인사는 “이 시장을 위해 일했던 사람들이 모두 지금까지 이 시장 가까이에 포진해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이 시장이 발탁하지 않아 서운한 감정을 드러내며, 이 시장을 비난한 사람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 이 시장 주변에서 “상대적으로 젊은 참모들이 이 시장의 일정을 관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데서도, 이 시장 참모들의 손발이 따로 놀고 있음이 감지된다. 사실, 방미 기간중 불거진 사건 외에도 이 시장의 돌출 발언은 여당은 물론 한나라당을 발칵 뒤집어 놓기도 했다. 한나라당을 ‘해변가’에 놀러온 사람들로 비유하는가하면, 강금실 전법무부장관을 배용준 등의 연예인과 비교, 차기 서울시장감으로 거론되는 강 전장관의 인기를 폄하하기도 했다. 결국,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는 문제로 압축된다.

이금미  nicky@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