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서울 만들기’ 프로젝트 ‘발표만 남았다’
‘즐거운 서울 만들기’ 프로젝트 ‘발표만 남았다’
  • 홍준철 
  • 입력 2006-03-13 09:00
  • 승인 2006.03.13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시장 출마를 두고 고민중인 강금실 전법무부장관이 지난 7일 자신이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 지평의 사무실 이전 개소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자리에서 강 전장관은 취재진들의 서울시장 출마여부를 묻는 질문에 ‘3월중에 말씀 드리겠다’며 결정이 임박했음을 내비쳤다. 특히 강 전장관 주변에선 서울시장 출마를 위해 서울시 발전 청사진 및 정책아이디어 개발, 공약 등의 입안이 마무리단계에 들어갔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캐치프레이즈로 ‘즐거운 서울’을 내세울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또한 강 전장관이 미디어 선거의 중요성을 감안해 TV토론 전문가를 초빙해 비밀 과외중이라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선거공약 입안 마무리 단계

강 전장관의 서울시장 출마여부가 3월중에는 가시화될 전망이다. 이미 한나라당에선 홍준표, 맹형규, 박진, 박계동 의원이 출마선언을 하고 앞서서 뛰고 있다. 강 전장관이 3월중 출마선언을 한다면 작년 10월 말부터 출사표를 던진 한나라당 후보에 비해 최대 5개월에서 3개월이나 늦게 출사표를 던지는 셈이다.여당과 강 전장관측은 최대한 출마 선언을 늦게 함으로써 지방선거에서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여권 일각에서는 준비를 너무 소홀하게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하고 있다.하지만 강 전장관은 비밀리에 서울시정뿐만 아니라 현안, 공약 등 서울시관련 정책을 은밀하게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여당 내부에서는 서울시당 위원장인 유인태 의원이 선대본부장으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따라서 강 전장관측과 유의원측간에 선거전략과 관련해 사전 교감을 주고받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강 전장관은 이미 서울 발전 청사진도 마련해 두었으며 공약도 발표만 남겨두고 있을 정도로 완벽하게 준비했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출마 선언이 늦어지는 이유가 서울시 현안 공부와 정책개발 때문이 아니냐’면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한편 야당에선 오래전부터 정부가 강금실 거들기에 나서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야당이 지목하는 대목은 최근 문화재청이 공개한 ‘서울 역사도시 조성계획’발표이다.

이 계획안이 강금실 출마를 전제로 한 정부의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것이다.지난달 2일 문화재청(청장 유홍준)이 발표한 이 계획안의 골자는 광화문 복원과 주변에 1만2,000평 정도의 대규모 광장을 조성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계획이 실현되면 말그대로 서울은 파리 콩코르드 광장이나 런던 트라팔가르 광장처럼 대한민국의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역사와 문화의 도시로 탈바꿈하게 된다. 당장 서울시는 교통 체증과 사고 위험을 거론하며 문화재 복원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서울시장 경선 후보를 중도 사퇴한 이재오 원내대표 측에선 청사진 베끼기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이 원내대표측은 “출사표를 던지면서 서울 발전 청사진을 발표했는데 이중에는 서울 사대문과 서소문을 복원해 한양 천도 후의 성안 모습을 재현하겠다는 내용이 있었다”며 정부의 계획안이 자신들의 공약안을 그대로 베낀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미디어 선거전이 승부의 관건

강 전장관이 TV토론에 대비해 토론실무 수업을 받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미디어 선거의 귀재 교사로부터 과외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강 전장관은 대중적 인지도는 높지만 미디어가 선거판세를 좌우하는 선거전에는 취약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과정을 통해 실제인기를 높이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디어 전문가들 역시 합동연설회나 집단 연설회가 사라진 선거 환경속에서 TV 및 라디오, 인터넷 매체의 영향력이 높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결심을 하더라도 후발 주자로 나설 수밖에 없는 강 전장관에게 있어 미디어 활용은 매력적인 선거 전략이 아닐 수 없다.민기획 박성민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미디어전이 승부를 가른다는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며 “미디어를 통해 강 전장관의 매력인 솔직함과 새로움을 보여주는 게 승부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존 박근혜 대표의 ‘우아함’이나 이회창 전총재의 ‘법대로’가 국민들에게 환호를 받았던 것처럼 강 전장관의 ‘코미디다’, ‘촌스럽다’고 한 정치적 신선함은 국민들에게 강력한 호소력을 지니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95년도 서울시장 TV토론을 상기시키며 ‘어눌했던’ 조순, ‘번지르르 했던’ 박찬종, ‘청산유수였던’ 정원식 후보를 예로 들며 왜 조순이 됐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정치전문회사 e윈컴을 11년째 운영하고 있는 김능구 대표도 “서울시민들은 강 전장관이 서울시 운영을 잘 할 수 있느냐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강 전장관이 TV 토론에 나와서 즐거운 서울을 만들겠다며 맥을 잘 짚어내는 콘텐츠를 보여준다면 충분히 거품론도 사라질 것”이라고 평했다.

김 대표는 “지난 2002년 대선에서도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감이 아니라고 했지만 토론을 제일 잘했고 결국은 승리했다”며 미디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지난 97년 대선에서 김한길 의원과 함께 TV토론을 준비했던 미디어 선거 전문가 김윤재 변호사(법무법인 자하연)도 강 전장관이 미디어전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줄 것이라고 전망했다.김 변호사는 “TV토론은 영화처럼 풀미디어가 아니기 때문에 부드럽고 편안한 이미지가 시청자들에게 안정감을 준다”며 “강 전장관의 부드러움과 솔직함은 호소력을 높일 수 있다”고 평했다. 또 그는 “상대방 후보들이 강하게 공격해 나온다고 해서 방어에 급급하다보면 게임은 끝난다”며 “서울시에 대한 비전, 어떤 서울을 만들 것이냐에 초점을 맞추고 메시지 전달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20~30대 투표율 높이기에 올인

미디어 전문가들은 강 전장관이 20~30대의 높은 지지를 어떻게 투표장으로 이어가느냐가 승부의 관건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김 변호사는 “투표율이 낮은 20~30대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투표장까지 끌고 갈 수 있는 메시지 개발이 중요하다”며 “이는 TV 방송뿐만 아니라 인터넷과 유기적 결합을 통해 젊은층에게 투표장에 나갈 명분과 동기를 유발해 줘야 한다”고 전략도 제시했다.하지만 일각에서는 강 전장관의 미디어 선거전에서의 강점에도 불구하고 힘든 선거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타내고 있다.

박성민 대표는 “강 전장관이 실제로 TV토론을 조언을 받아서 잘 할 수 있다”며 “그러나 강 전장관의 지지도는 지금이 최고치이기 때문에 앞으로 빠질 일만 남았다. 어떻게 지켜낼 것인지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 전장관에 대한 인기거품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미디어 선거만큼 중요한 것은 여야간의 중앙당 차원의 정치전쟁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지난 2000년 지방선거 때 DJ 세 아들 관련 ‘삼홍 게이트’로 민주당이 참패를 했듯이 윤상림 게이트 등 청와대의 부도덕한 점이 드러나면 강 전장관이건 누가 나와도 여당후보가 패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윤재 변호사도 “TV토론을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강 전 장관은 가장 늦게 서울시장 후보에 뛰어든 만큼 서울시에 대한 문제, 청사진 등 콘텐츠를 쌓는 게 급선무”라고 조언했다. 콘텐츠가 풍부하면 TV토론에서 기술적인 것은 부차적인 사안이라는 설명이다.


# 홍준표 맹형규 ‘TV토론’ 대비 ‘총력전’

한나라당 홍준표 캠프쪽에선 TV토론에 강한 자신감을 표출하고 있다. 홍 의원도 공공연히 자신의 진짜 토론상대는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이나 민주노동당의 노회찬 의원 정도라고 밝힐 정도로 ‘입씨름’을 자신하고 있다.하지만 미디어 전문가들은 홍 의원의 토론방식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홍 의원의 경우 말은 논리적이고 웅변적이지만 상대방을 몰아세우는 모습은 지양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논리적인 공격이라고 할지라도 시청자들에게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또 이슈를 두고 공방을 벌이는 일상적인 TV토론장에선 상대방을 이기는 것이 중요하지만 선거의 경우에는 유권자에게 적합한 메시지 전달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반면 방송 앵커출신인 맹형규 의원은 주1회 주말을 이용해 청와대 근무경력을 가진 김현오 특보와 당내 미디어 전문가로 알려진 심동철 특보를 통해 질의 문답식 토론연습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미디어 전문가들은 맹 전의원에 대해 안정감 있는 분위기와 부드러움을 최대 강점으로 꼽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민적인 이미지가 홍 의원의 어필 포인트임에도 TV토론에선 맹 의원의 부드러움 때문에 서민층에게 더 다가갈 수 있다는 견해도 밝혔다. 반면 맹 의원이 보완할 점으로 방송계 출신 정치인들에게 따라붙는 콘텐츠 부재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홍준철  mariocap@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