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약일정은 어떻게 되는가.
▲ 어디서 어떻게 할 것인지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되지 않았다.
- 준비해온 글을 읽을 때 눈물을 흘렸다. 눈물의 의미는 무엇인가.
▲9년 동안 똑같은 야구복을 입다가 외국에 입단한다고 하니 마음이 무거운 것은 사실이다. 여기 오기 10분 전까지도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했다. 지금 내 와이프도 국내에 남는 것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은 내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다. ‘무리해서 외국으로 갈 필요가 있느냐’고 ‘국내에 남아서 영원히 아무도 깨지 못하는 기록을 여기서 달성해 보라’는 가까운 분들의 말도 많았다. 하지만 내 인생은 내가 결정하고 싶었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내가 하고 싶어서 해서 실패하면 누구도 원망하지 못할 것이다. 내 결정을 모든 분들께서 받아 들였으면 좋겠다. 잠시 떠나 있더라도 많은 관심 가져 주셨으면 좋겠다.
- 삼성에서 더 이상 이룰 게 없다는 것은 한달 전이나 2년 전이나 똑같은 상황이다. 일본행을 망설였던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었나.
▲ 제일 문제가 된 것은 가족이었다. 어머니 몸이 편찮고 아버지도 건강이 약화됐다. 항상 제가 보살펴 줄 수는 없지만, 두 분 얼굴을 뵈면 나에게도 힘이 생긴다. 아버지도 일본으로 간다니까 많이 걱정했다. 아버지와 사이도 좋았는데 이번 일로 인해서 목소리도 좀 높인 적이 있다. 이 때문에 망설임이 많았다. 사실 일본에 가면 아는 사람이 없다. 혼자 남아서 한다는 게 힘들고 어려운 싸움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주저했던 것이지, 자신감이 없거나 겁이 난다는 생각은 한번도 한 적이 없다.
- 메이저리그 행을 접고 일본행을 선택한 큰 이유는.
▲ 우선 일본행을 선택한 것은 2년 동안 뛴다면 아무런 조건 없이 자유계약으로 풀어줄 수 있다는 말을 들었고 롯데에는 메이저리그 출신 감독이 있다. 내가 2년 동안 있으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는 없겠지만 조금씩 배워가면서 미국야구에 대해 알고 싶다. 일본 야구는 섬세하지만, 미국인 감독이 들어오면 내가 야구하는 데도 유리하지 않을까 싶었다. 미국행을 포기한 이유는 강조하지만 금전적인 문제는 아니다. 다른 문제가 있었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지금 밝히기는 곤란하다. 먼 훗날에 밝히는 게 제 자신이나 미국 쪽에도 좋을 것 같다.
-계약조건에 대해 만족하나.
▲ 계약조건은 계약금 1억엔에 2년간 2엑엔씩이다. 나머지 구체적인 인센티브는 잘 모른다. 계약조건은 만족스럽다. 삼성에 있더라도 이 정도 대우는 받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그러나 같은 값이라면 좀더 새로운 곳에서 내 자신의 능력을 테스트해 보고 싶다. 주위에서는 먼 훗날 10년 뒤 20년 뒤 어떻게 되어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안정된 생활을 찾으라고 했다. 나 역시 내 미래에 대해 잘 모른다는 불안한 마음이 있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해서 실패했다면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일본롯데에서 야구 외 조건에 대해 다 들어주었다고 했는데.
▲ 적응하는데 많이 힘들 것이다. 9년 동안 계속 삼성에서 뛰어서 그만큼 시야가 좁다. 하지만 그쪽에서 단도직입적으로 ‘야구만 해라. 나머지 조건은 이승엽 선수가 하고 싶은 대로 원하는대로 해 줄 수 있다’며 ‘야구만 해주면 우리 팀으로서도 고맙겠다’는 말을 했다. 그 말을 들었는데 다른 말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 삼성에서 야구외적인 조건이 그 동안 불편했다는 것인가.
▲ 아니다. 똑같은 값이면 새로운 곳에서 개척하고 싶다는 말이다.
- 일본의 롯데는 팀성적과 인기가 그다지 높지 않다. 이 점이 걸림돌이 되지 않았나.
▲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구대성 선배가 오릭스를 선택했듯이 내가 요미우리같은 팀에 가면 자리를 차지하지 못할 것이다. 내게 찬스를 많이 주고 많이 뛸 수 있는 곳으로 가야지 내 능력을 보여 드릴 수가 있다. 이점이 롯데와 생각이 일치했고 롯데가 그 만큼 날 원해서 지금까지 온 것 같다.
- 일본행을 마지막으로 결정한 시점은 언제인가.
▲ 엘리베이터 타기 전에 결정했다. 우스운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내 자신이 그 만큼 고민이 많았다. 기자회견장에 들어올 때 전화를 한 것도 내 결정을 삼성측에 전화를 해달라고 아버지께 말 한 것이다. 내가 직접 말하는 것도 좋지만 우선 아버지께서 양해를 좀 구해달라고 부탁했다.
- 마지막 결정하게 된 동기는 무엇이었나.
▲ 가까운 분께서 ‘네가 여기서 뭘 하겠냐’, ‘네가 여기 있다고 해서 네가 내년에 홈런 50개 친들 사람들이 얼마만큼 환호해주고 좋아하겠냐’는 말을 했다. 물론 새겨듣지는 않았다. 야구선수는 늘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내 개인적으로도 나태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내년에 다시 여기서 뛴다면 더 이상 팬들에게 보여드릴 것도 없고 나 자신의 목표의식도 없다. 국내에서는 해볼 것은 이젠 다 해봤다. 이제는 한국보다 조금 더 높은 곳으로 가서 인정받고 싶다. 그래서 마지막에 일본행을 결정했다.
- 2년 뒤 다시 도전할 것인가.
▲ 다시 도전할 것이다. 하지만 만약 다시 올해 같은 대우를 받고 조건을 제시받는다면 재고해 볼 것이다.
- 어떤 조건이라도 가야 한다는 팬들의 의견이 많다.
▲ 판단은 내가 하는 것이다. 나는 자존심이라는 게 별로 없다. 남들의 의견도 많이 믿는 편이고 아직까지 어떤 판단이 좋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서 내 자존심에 상처를 입힌다면 나는 가지 못한다.
- 일본에서의 성공을 가늠할 수 있는 타율과 홈런 개수는 어느 정도로 보는가.
▲ 우선 일본에 가 일본야구에 대해 비디오를 보며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 현재의 마음가짐으로는 2할9푼에 홈런 30개 정도로 첫해를 보냈으면 좋겠다. 하지만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서 지금부터 많은 준비를 해 꼭 좋은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하겠다.
- 이승엽 선수가 못 가는데 다른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갈 수 있겠느냐는 의견이 많았다.
▲ 내 경우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다. 내 포지션이 1루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과 시기가 좋지 않았다는 거다. 나중에 선수들이 갈 때는 메이저리그의 재정문제나 상황이 좋아져서 많은 선수들이 갔으면 좋겠다. 내가 인정받지 못한 한국야구를 다른 선수들이 한 번 인정을 받았으면 좋겠다.
- 미국에 있는 에이전트사는 지금의 결정을 알고 있나.
▲ 모르고 있다. 일본에 가는 것은 어느 정도 알고 있다. 며칠 전에 이야기를 했는데, 어제 통화를 했을 때는 잘 모른다고 했다. 이제 결정이 됐기 때문에 통보를 해야겠다. 일본은 에지전트가 없다. 그래서 원래부터 계약을 할 때 미국 쪽만 협상을 해주기로 했기 때문에 이번 일과는 무관하다. 다시 미국 쪽과 협상을 한다면 그쪽에 맡길 것이다.
-훈련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 이번 주까지는 스케줄이 잡혀 있어 못 움직일 것 같다. 몸 관리를 잘 못해서 현재 몸이 망가져 있는 상황이다. 다음주부터는 웨이트트레이닝부터 시작해 일본야구에 적응할 수 있는 타격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또 이제 떠나면 몇 개월 동안 못 들어오기 때문에 주변정리도 해야겠다. 인사드릴 분들도 찾아보면서 차근차근 일본행을 준비하겠다.
- 일본에서 실패할 경우, 국내복귀에 대해 생각해 봤나.
▲ 벌써부터 그런 생각을 하겠는가.
- 일본에는 언제 가는가.
▲ 기자회견하기 전 5분전에 결정이 났기 때문에 그 쪽 일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겠다.
이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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