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5일 서울교육대학교(이하 서울교대) 온라인 성희롱 관련 특정감사 결과 성희롱 발언 등 부적절한 사안이 있었던 것을 확인하고 관련자들을 중징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예비 교사를 꿈꾸는 서울교대에서 벌어진 성희롱 사건이었던 만큼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전교조 “교사가 가져야 할 성평등·인권 의식에 반하는 행동”
서울시교육청 “성인지감수성 향상 위해 특별교육 등 후속조치”
서울시교육청은 졸업생을 포함한 서울교대 남학생들이 온라인상에서 성희롱 등 부적절한 발언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지난 6월부터 감사를 실시했다.
현직교사 및 임용예정자 18명을 대상으로 감사를 한 결과 서울시교육청은 ▲대면식 및 단톡방에서의 부적절한 언행 ▲여학생 외모평가 내용이 포함된 소개자료 제작 등의 사실을 확인했다.
징계자 18명 중
현직교사가 10명
18명 중 9월 1일 자 발령자를 포함해 현직교사는 10명이다. 이중 3명은 중징계, 1명은 경징계, 3명은 경고 조치를 내렸다.
임용예정자의 경우 형평성 차원에서 현직교사에 준하는 조치를 내려 1명은 중징계, 6명은 경징계에 해당하는 신분 처분을 할 예정이다.
혐의점을 찾지 못한 4명은 미처분하기로 했다. 세부적인 징계 처분은 징계위원회에서 결정된다.
감사결과 통보 후 재심의 절차를 거친 후 경징계의 경우는 소속 교육지원청에서 징계처리절차를 진행하며 중징계는 서울시교육청에서 징계처리 절차를 진행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기대수준을 감안했고 성평등 전문가 자문을 토대로 처분 수위를 결정했다”며 “재발방지 및 성인지감수성 향상을 위해 특별교육 이수 등 후속조치가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면식에서 술 마시고
성희롱적 발언 해
문제가 된 서울교대 국어교육과 남자대면식은 2018년까지 매년 3월경 선·후배 간 친목도모를 목적으로 이뤄져 왔다. 재학생과 졸업생이 참석하는 비공식 미팅이지만 재학생은 의무적으로, 졸업생은 희망에 따라 참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면식은 해당학과 축구소모임을 중심으로 이뤄졌으며 축구시합 후 술자리까지 이어졌다.
감사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7년 대면식의 경우 교내 술자리에서 재학생들이 좋아하는 여학생의 이름과 이유를 말하는 시간을 가졌고 이때 성희롱적인 발언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직교사의 부적절한 단톡방 발언, 같은 과 동기 여학생의 외모평가 발언도 확인됐다.
스케치북 작성 활동도 문제가 됐다. 스케치북 활동은 대면식이 진행되는 동안에 재학생이 좋아하는 여학생과 그 이유를 빈 스케치북에 적는 것으로, 주로 졸업생에 의해 이루어졌다. 스케치북은 2016년까지 작성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관련자 모두 스케치북의 내용을 본 적이 없어, 어떤 내용이 기록되어 있는지 모른다고 부인하고 있으나, 국어교육과 남자 단체 카카오톡에서 오고 간 대화를 살펴보면 상당수가 스케치북의 기재 내용을 알고 있거나 추측하고 있으며 스케치북에는 성희롱적인 발언 등이 기록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밖에 국어교육과 남자 재학생들은 사전에 신입 여학생의 이름, 사진, 소모임 등 개인정보와 외모평가 내용이 포함된 ‘신입생 소개자료’를 제작해 졸업생에게 제공한 것도 확인됐다.
소개자료는 암묵적으로 2학년 재학생이 만들고, 3학년이 제작 관련 사항을 구두로 인수인계해 주었으며, 제작할 소개자료에 들어갈 내용에 대해서도 언급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서울특별시교육청은 관련자 비위행위에 대한 징계 등의 처분과 더불어 재발방지 및 성인지감수성 향상을 위하여 특별교육 이수 등 후속조치가 이루어지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예비교원 대학서 징계 시
교원자격 취득 과정에 반영
교육부는 지난 6월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9차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었다. 서울교대 학생들의 성희롱 사건이 알려진 직후다.
당시 교육부는 교육 분야 성희롱·성폭력 근절을 위해 교원자격 취득 기준에 관련 교육 이수를 필수로 규정하고 예비교원이 대학 재학 중 관련 징계 이력이 있을 경우 이를 교원자격 취득에 반영하는 안을 검토한 바 있다.
교육부는 올해 하반기에 성인지 감수성 제고를 위한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 이수를 교원자격 취득을 위한 필수기준으로 규정할 계획이다.
2020년까지는 재학 중에 성희롱·성폭력 징계 이력 등을 교원자격 취득 시 반영하도록 교원자격검정령 개정을 추진한다. 2020년부터는 초중고와 대학의 정보공시 항목에 양성평등 관련 진단지표를 반영해 공개할 예정이다.
현행법상 성폭력을 저질렀다가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거나 법원 판결로 자격 상실 또는 정지된 경우 등 사법 판결을 받을 경우 교육공무원 임용 결격사유가 생겨 자격을 잃게 된다. 그러나 교내 징계만으로는 교원 자격이 박탈되지 않는다.
한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은 지난 5월 22일 서울교대와 교육당국에 성폭력 방지 규정·매뉴얼 마련 및 성평등 문화 정착 등 교원양성대학 학생 간 성희롱 사건을 해결할 근본 대책을 촉구했다.
당시 전교조는 성명을 통해 “지난 3월 드러난 ‘서울교대 성희롱 사건’은 현직 교사를 포함한 예비교사들의 성차별·성폭력 문화를 보여주는 것으로서 교사로서 가져야 할 성평등 의식과 인권의식에 반하는 행동”이라며 “어린 학생들에게 인간의 존엄과 평등한 공동체를 가르쳐야 하는 미래 교사로서 절대 용납될 수 없는 행동으로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전교조는 “교사에게 요구되는 윤리적 기준과 책임을 깊이 성찰하고, 교사양성 단계에서 어떠한 교육과정이 필요한지 냉철하게 살펴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서울교대와 교육당국의 대책을 요구했다.
오두환 기자 odh@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