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세 뒤집기 비밀 프로젝트 ‘극비추진’
이명박 대세 뒤집기 비밀 프로젝트 ‘극비추진’
  • 이금미 
  • 입력 2006-02-22 09:00
  • 승인 2006.02.22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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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알지.”지방선거에 이어 7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물밑 세확산에 나선 이명박 서울시장을 두고 한나라당내 친박인사들이 하는 말이다. 지방선거 이후 대표 최고위원직을 내놓아야 하는 박근혜 대표. 게다가 여론조사 선호도 1위로 기선을 잡은 이 시장은 박 대표의 활동반경을 좁히고 있다. 광역단체장 후보단일화를 통해 이 시장 측근세력의 당선 확률을 높이며, 전대를 기점으로 당권장악의 동력까지 구축하며 맹공을 가할 태세다. 이같은 판세변화는 이 시장쪽으로 흐르고 있는 힘 쏠림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박 대표를 밀고 있는 친박인사들의 기세엔 흔들림이 없다.박 대표측의 고민은 깊어갈 만 하다.

지난 10월 청계천 완공을 계기로 5개월간 차기 대통령감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상한가를 치고 있는 이 시장에 당내 선두자리를 내준 박 대표다. 게다가 원내대표 경선 이후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치러질 당내 후보경선은 철저히 이 시장과 박 대표의 대리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원내대표 경선 결과를 비롯해 경기도지사 후보단일화는 세력 양분화의 분기점을 찾지 못한 후보군 및 현역의원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은 물론이다. 더 나아가 7월로 예정된 전당대회 최고위원 선출도 같은 모양새를 취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아직 박 대표 진영에선 한숨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당심은 우리편 ‘자신감’

박 대표측에선 “원내대표를 비롯해 광역단체장 선거도 중요하지만, 사실상 대선 후보의 이정표는 누가 더 많은 지구당 위원장을 확보하느냐에 있다”면서 “지난 전당대회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보여준 위원장들을 비롯해 당원들의 당심(黨心)은 여전히 박 대표에 있다”고 여유를 보이고 있다. 친박세력의 한 핵심인사는 “가깝게는 지방선거 영입인사를 매개로 해 이 시장의 당권 공략을 차단하고, 멀게는 외연을 확대해 우군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라고 소개했다. 지방선거 이후 대선국면으로 빠르게 진행될 정치일정의 속성상 박 대표 역시 이 시장측에 대한 대반격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 시장측의 기세에 맞서 박 대표가 내놓을 비(秘)카드는 무엇일까.

박 대표는 이 시장과 이회창 전총재의 벌어진 틈을 비집고 들어간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 이 시장은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인간적으로는 이회창 전총재보다 노무현 대통령이 낫다”고 말했다. 이 전총재로서는 불쾌한 일이 아닐 수 없는 발언이다.이와 관련, 박대표의 한 핵심측근인사는 “이회창 전총재측에 사람을 넣어 연대의사를 타진중”이라고 귀띔했다. 한마디로 이 전총재측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는 얘기다. 박대표측이 이처럼 이 전총재측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아직 한나라당 내부에는 이 전총재의 말한마디에 움직이는 인사가 적지 않다는 게 정설이다. 이 전총재의 영향력이 여전히 막강하기 때문이다.이 전총재측의 한 의원은 “아마 대승적인 관점에서 따져보지 않겠느냐”며 “은퇴를 선언한 이 전총재가 뭔가 큰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전총재가 마음을 비우고 박대표를 지원할 가능성이 충분이 있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대목이다.이 전총재에게 지원을 요청해 연대를 이루는 방법 이외에 박대표는 여당의 김근태 고문이 선점한 이른바 ‘범민주세력 대연합론’을 벤치마킹하는 방안도 모색중이라고 한다. 비록 여권에서 점화된 방안이긴 하지만 대권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모든 세력을 끌어안아야 함은 불문가지이기 때문이다. 우선 시선이 모아지는 곳은 한나라당 내부. 얼마 남지 않은 한나라당내 민주계 인사들의 구심적 역할을 해온 김덕룡 전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민주계 부활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른바 ‘박근혜-손학규-김덕룡’을 중심으로 한 삼각연대다, 이같은 시나리오는 지난해 초 여당이 밀어붙인 4대 개혁입법 과정에서 박 대표와 마찰을 빚은 후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 김 전대표의 당권 도전을 위한 ‘회심의 카드’라는 게 정설이다.

바뀐 한나라당 당헌당규상 대권주자는 당권 경선에 도전할 수 없다는 점에서 대선 때마다 대권주자로 거론돼 온 김 전대표의 입장에선 정치적 계산에 의한 결단이다. 벌써부터 차기 당대표 경선을 두고 김 대표의 출마가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부분에 있어서도 당권을 향한 김 전대표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김 전대표의 움직임에 “설 연휴를 기해 ‘이명박-김덕룡’ 회동이 성사됐다”, “김덕룡의 재기 시나리오가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각에도 박 대표 진영에서 받아들이는 온도는 적정수온이다. 박 대표의 약점을 극복할 묘수라는 것. 영남 색채가 짙다는 당내 비주류의 공격에 타깃이 돼 왔던 박 대표와 민주계에 뿌리를 둔 손학규 경기도지사의 연대이기 때문이다.

80년대 한국 민주화의 선봉에 섰던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 및 민주계 인사들이라면 박 대표의 ‘영남대표’ 이미지를 희석시킬 수 있다는 복안이다. 공교롭게도 차기 서울시장에 도전, 박 대표를 대신하고 있는 맹형규 전의원이 정책위의장직, 원내대표 경선에서 패한 이후 반박세력에 패했다며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전열을 가다듬고 있는 김무성 의원이 사무총장을 맡을 당시 김 전대표의 이같은 구상이 흘러나왔다는 것은 주목할 대목이다. 게다가 제2사무부총장으로 박근혜 체제 친박세력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한 이성헌 전의원, 최근 원내수석부대표에 발탁된 안경률 의원도 민주계 인사라는 사실은 박 대표가 주도하는 민주대연합론의 절차적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도 ‘포용’ 제스처

그러나 김 고문의 범민주개혁세력대연합론과 박 대표의 민주대연합론의 대척점이 어디인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민주대연합의 상징인 김대중 전대통령(DJ)과 김영삼 전대통령(YS)의 화해가 선행돼야 한다는 조건 때문이다. 또한 YS를 정점으로 해 한나라당에서 명맥을 유지해온 민주계는 더 이상 실체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던 총재 체제하에서 두 번의 대선을 치르는 동안, 그리고 YS 대변인 박종웅 전의원이 지난 17대 공천에서 탈락한 이후 민주계에 남은 것은 원심력뿐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대연합의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일각의 시각이다. 연합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동교동계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 때문이다. 이번에도 민주대연합의 단초를 제공한 곳은 엉뚱하게도 민주당이다. 한화갑 대표가 한나라당과의 통합에 대해 “한나라당내에는 잘 아는 동지도 많고 영남에서도 동지도 많다”며 “영호남 연대는 생각해볼 수 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교동계까지 아우르는 대연합은 현실적으로 성사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일반적인 해석이다.

이명박 시장의 대세론을 차단하기 위해 박대표 진영이 바람을 잡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박대표는 현재 어느 진영이라도 자기편으로 끌어들여야 하는 절박한 입장이다. 따라서 민주당이나 동교동계와 각을 세우거나 외면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입장이다. 대세반전을 위해 깃발을 치켜든 박대표의 수첩에 어떤 메모가 담겨져 있는지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는 이유이다.


# 지방선거전 ‘이회창 움직인다’

‘고건-김근태 회동’의 불똥이 한나라당 뿐만 아니라 이회창 전총재 진영에까지 튀고 있다. 오는 5월31일 지방선거 ‘역할론’이 그것이다. 이 전총재 주변에서는 ‘지원 유세’ 가능성을 언급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7일 이 전총재 지지모임인 ‘창사랑’의 신임 조춘호 대표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한나라당에서 이회창 전총재를 대선후보로 추대해 주는 게 옳다”고 주장했던 데서 시작됐다. 고 전총리가 여권 후보로 압축된다면 이에 맞설 야권 후보로는 이 전총재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국정 경험과 국민의 정서 통합이라는 데서도 저력을 갖고 있다는 것. 고 전총리가 차기 대권후보로서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도 현 정권의 아마추어리즘에 대한 국민들의 반사적 기대현상이라는 조 대표의 지적이다. 조 대표는 오는 5월31일 지방선거와 관련해서도 이 전총재의 역할론을 거론했다. 박근혜 대표,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도지사가 이 전총재에게 지원을 ‘간청’한다면, 책임을 다할 것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창사랑 전임 대표였던 백승홍 전의원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도전을 준비중인 것과 관련해 이 전총재의 움직임이 관심사가 되고 있다.이 전총재는 지난해 10월 유승민 후보 지원 유세차 대구를 방문한 적이 있어 이번에도 이 전총재의 대구행이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이 전총재 측에선 지방선거 역할론과 관련 “특별한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이 전총재의 최측근으로 통했던 백 전의원의 출마 역시 독자적인 결정이라는 것.그러나 정치권 주변의 시선은 여전히 이 전총재의 행보에 모아지고 있다. 지난 대구 재선거는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 이강철 전시민사회수석과 이회창-박근혜 체제 2대에 걸쳐 비서실장을 역임한 유승민 의원간의 상징적 대결이었다. 그리고 ‘유승민 카드’가 투입되는 데 앞서 두 시간 가량의 ‘이회창-박근혜 밀담’이 오고갔다. 때문에 여야 박빙의 구도가 예상되는 광역단체장 지역의 경우 이 전총재가 직접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정계은퇴’를 선언, 남대문 사무실에서 소일하고 있음에도 명절 때마다 이 전총재의 자택은 문턱이 닳도록 정치인들이 북적댄다.

이금미  nick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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