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고 무시한 계속된 도발이 탄핵 불렀다”
“충고 무시한 계속된 도발이 탄핵 불렀다”
  • 이상봉 
  • 입력 2004-04-01 09:00
  • 승인 2004.04.0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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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탄핵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진 황태연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장. 황 소장은 지난 2월 25일 개헌 토론회에서 “내각제와 미국식 4년 중임 정부통령제의 장점을 결합한 개헌안을 총선 공약으로 내걸어야 한다”고 말해, 대통령 탄핵 후 개헌이라는 큰 틀을 이론적으로 정립했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그는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민주당의 핵심 두뇌 역할을 했다. 그를 직접 만나 그의 막후 역할과 위기에 빠진 민주당의 기사회생 방안을 들어보았다.

- 탄핵안 가결 과정에서 황 소장은 어떤 역할을 했나.▲(웃으며)얘기 안 했다. 확인할 수 없는 것 아니냐?

- 그래도 큰 역할을 했다는 소문이 도는데.▲탄핵과 개헌은 양자 택일의 문제이다. 개헌은 국정파탄을 일으킨 대통령을 내정에서 손떼게 하는 것이고, 대신 임기 5년을 보장하는 것이다. 그것이 중도적 방법이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 스스로 자신이 내 건 공약을 내팽개치고 탄핵을 자초했다. 따라서 지금은 개헌 정국이 아니다.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개헌이냐 탄핵이냐 딱 두 가지만 남았다. 완전히 물러나느냐, 3분의 2만 물러나느냐의 선택만 남았다.

- 그게 무슨 말인가.▲그러니까 총리를 포함해서 20개 각료 중에서 16개 내각을 양보하는 것이다. 그러니 3분의 2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이 부드러운 개헌 정국이었다. 그런데 노 대통령은 스스로 그것을 선택하지 않고 오히려 탄핵 당하는 것을 선택했다.

- 그래도 민주당이 탄핵을 몰아붙이지 않았나.▲여기(민주당)는 불가피하게 갈 수밖에 없었다. 노 대통령은 계속 도발했다. 우리가 끊임없이 충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도발했다. 선관위 같은 헌법기관을 무시하고 우리나라 법을 무시했다. 대통령이 다른 나라 법은 존중하고 우리나라 법은 무시하니 이건 대통령으로서의 자격이 없는 것이다.

- 탄핵 이유를 말하는 것인가.▲그렇다. 게다가 노 대통령은 스스로 측근인 안희정이나 최도술을 동업자라고 했고, 지금도 믿고 존경한다고 했다. 한 푼도 자기 지시 없이는 지출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는 노 대통령이 측근들과 ‘공범관계’라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그것을 전 국민 앞에서 실토하고 자백한 것이다. 또 검찰도 이미 확인해 주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노 대통령이 취임 후 안희정, 이광재 등의 측근비리에 관한 한 ‘수뢰죄 공범’이라는 것은 명백하다. 그것이 두 번째 탄핵 이유이다.

- 세 번째 사유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국정과 경제 파탄을 일으켰다고 해서 탄핵 당할 수는 없다. 가령 대통령이 무능해서 경제와 국정이 파탄 났다고 하자. 그 경우 누가 탄핵 당하겠는가? 바로 무능한 대통령을 뽑은 국민들이 탄핵 당해야 하는 것이다. 불가항력적 국정파탄에 대해서는 아무도 탄핵 당할 수 없다. 신적 존재가 아닌 한 어쩔 수 없는 것이다.반면 노 대통령은 헌법 69조에서 요구하는 대통령의 의무를 저버린 사람이다. 즉 대통령으로서의 의무를 성실하게 수행하지 않아서 국정을 파탄으로 이끌었다. 결국 국민을 불행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가 일 년 내내 이어진 자살행렬이다. 그런 역사가 일찍이 우리나라에 없었다. 국민들이 절망한 것이다. 헌법 10조에 있는 ‘행복추구권’을 대통령이 짓밟은 것이다. 11일 기자회견에서 말을 함부로 함으로써 또 남상국씨가 자살했다. 이것은 노 대통령과 국민들간의 관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국민 불행의 중심에 있다.

- 너무 추상적이지 않은가.▲그렇지 않다. 불성실한 직책수행의 증거는 많다. 첫째, 공산당 허용해야 한다, 이라크 파병해야 한다-아니다 등등 말실수가 너무 많았다. 국정 번복을 수없이 했다. 대통령으로서의 중천금 같은 말을 함부로 했다. 그 결과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을 죽음으로까지 이끈 것이다. 최도술 비리를 덮기 위해서 재신임 투표한다고까지 했다. 위헌적인 발상이었다.둘째, 대통령이라는 직책 자체를 얕보았다. “대통령 못해먹겠다”가 뭔가?셋째, 10분의1 이상 받았으면 대통령 그만두고 정계 은퇴한다고 했다. 국민이 나라를 잘 이끌어가라고 뽑아주었는데 대통령이 선거에만 올인 했다. 불성실한 직책 수행 결과 다른 나라는 호경기인데 우리나라만 불경기이다. 이 모든 것이 노 대통령이 헌법을 무시하고 국정을 불성실하게 한 결과이다. 당연히 탄핵당해야 한다. 그렇게 나라를 망치고, 국민을 절망 속에 빠지게 해 놓고도 끊임없이 ‘촛불테러’를 선동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야말로 정치불안의 핵이다. 이런 국정혼란 속에서 외국자본이 들어오겠는가. 따라서 핵을 제거해야 하는 것이다.

- 너무 감정적 비판 아닌가. 만약 김대중 전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과 비슷한 선택을 했다고 해도 그렇게 비판할 것인가.▲(발끈하며)어떻게 김대중 전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을 비교할 수 있는가.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작년 8월 21일 하버드대 국제학생회의 개막 연설에서 노 대통령을 염두에 두고 맹자의 ‘폭군형벌론’을 주장했다. 즉 임금이 백성들에게 선정을 베풀지 않고 백성을 괴롭힌다면 아무리 임금이라도 추방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왜 그 시기에 그런 말을 했겠는가. 김 전대통령의 정치철학은 노무현 대통령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 개헌과 관련, 조갑제 월간조선 편집장과 황 소장의 차이는 무엇인가.▲나는 탄핵이라는 최후의 길을 피하기 위해 개헌이라는 중용의 길을 주장했던 것이다.

-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공조를 야합이라며 비판받기도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무슨 공조인가? 우리는 공조한 적 없다. 우리가 앞장섰고 한나라당은 뒤를 따라왔을 뿐이다. 우리는 이끌고 그들은 추종자일 뿐이다. 그런데 무슨 공조인가. 리더와 뒤를 따르는 추종자를 구분해야 한다. 열린우리당이 주장하는 ‘공조’라는 말을 언론이 그대로 받아 적어서 문제다.

- 민주당이 기사회생할 수 있는가.▲여론은 변한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 오늘(19일)로써 탄핵안이 가결된 지 일주일 지났다. 빠른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지금은 패러다임 전환기이다. 탄핵 정국에서 고건 정국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고건 중심으로 논의가 형성되고 있다. 고건 총리가 잘 하는데 왜 강금실 장관이 발목을 잡는가? 지금 시중에는 노무현 치하보다 고건 총리가 잘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고건 총리가 차라리 대통령 했으면 좋겠다는 소리가 나돌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은 잊혀졌다. 이제 노무현 대통령의 컴백에 대해 두려움이 감돌고 있다. 민주당 지지율이 올라간다기 보다 열린우리당의 대추락이 시작될 것이다. 4월이 되면 열린우리당은 당을 유지하기조차 힘들 것이다.

- 추미애 전면론에 대한 생각은.▲당은 아는 바 없다. 그건 개인적 의견일 뿐이다.

- 황 소장 개인의 입장은 어떤가.▲조순형 추미애 쌍두마차로 가야 할 것이다. 그게 제일 좋을 것 같다.

- 김대중 전대통령 시절 언론사가 세무조사를 받았다. 지금은 야당과 방송사가 전쟁 중인데 어떤 차이가 있는가.▲그 당시에는 신문사, 방송 가리지 않고 차별없이 (세무조사를)했다. 법적으로 5년마다 하는 것이다. 그것을 하지 않은 김영삼 전대통령이 불법을 저지른 것이지, (세무조사를)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잘못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두 방송사만 문제다. 뻔뻔스럽기 짝이 없을 정도로 불법 방송을 하고 있다. 서양 같으면 지하 극좌나 할 수 있는 내란 선동 행위이다.

- 방송사에서는 국민의 70%가 탄핵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평면적 형평성을 주장할 수는 없다고 하는데.▲무슨 70%인가? 여론 조사 자체가 조작이다. 그리고 그것을 발표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이다. 백 명 전화하면 열 명만 받는다. 그것이 무슨 신빙성이 있는가.BBC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비공식 조사’라는 단서를 붙인다. 한국방송 정연주 사장이 문제이다. 그는 극단적 인물이다. 한겨레신문에서 칼럼 쓸 때부터 문제가 있었다. 그 행태가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 이 기회에 아예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합당하는 것은 어떤가.▲주도적인 세력이 어떻게 추종자와 결합하는가? 우리는 한나라당과 뿌리, 이념, 역사가 다르다. 합당이니 공조니 하는 것 자체가 열린우리당의 홍보 논리이다. 불쾌하다. 질문에 예의가 있어야 한다. 우리는 50년 역사를 가진 정당이다. 신익희 선생부터 지금 조순형 대표에 이르기까지 역사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군사독재라는 뿌리를 가진 정당이다.

- 호남 민심의 변화를 어떻게 보는가.▲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호남인을 배신했다는 점을 적극 홍보할 예정이다. 잠시 그들이 배신자라는 것을 호남인들이 망각했기에 이런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법 위에 군림하는 폭군을 제거하기 위해, 적어도 고향이 호남인 고건 총리 대행 체제를 출범시키기 위해 한나라당과도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고건 총리는 좋은데 탄핵은 싫다’고 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자체 모순이다. 시간이 흐르면 스스로 정리될 것이다. 배신자를 처단하기 위해 차도살우(칼을 빌려서 소를 잡다)했던 것이다.

- 총선 후에 보수와 진보로 정계개편이 될 것으로 보는가.▲민주당은 ‘중도개혁주의’이고 ‘강력한 중도’이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급진개혁이다. 보수와 진보로 개편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만약 일어나면 중도 노선인 민주당은 없어진다. 중도 개혁주의는 평화적 개혁세력이 끊임없이 강화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한나라당 같은 초보수주의와 열린우리당 같은 급진세력이 충돌해서 나라를 망하게 하는 현상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우리는 곧 회복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 두 가지 점에 역점을 두겠다. 첫째, 김대중 전대통령의 ‘폭군형벌론’을 적극 홍보할 것이다. 둘째, 고건 총리가 호남 ‘출신성’이라는 점을 전파할 것이다. 고건 총리는 상대적으로 안정감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호남을 배신했고, 고건 총리에 비해 불안하다. 국정 파탄과 정치 불안의 핵이 노무현 대통령이라는 점이 자연스럽게 부각될 것이다. 그러면 노무현 대통령은 제거될 것이다. 내각의 코드 세력들이 고건 총리 흔들기를 할 것인데 민주당이 저지할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국정 안정이 이루어진다. 민주당 지지율도 오를 것이다. 고건 대행 체제는 불가피하게 자립할 것이다. 그것이 국정 안정에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헌법에 나온 대로 고건 권한 대행이 대통령으로서의 모든 권한을 행사하게 만들 것이다. 오늘 아침 여론조사를 보니 고건 대행을 좋아하는 국민이 73%라고 한다. 자연스럽게 노 대통령 컴백에 대한 두려움이 국민들 사이에 확산될 것이다.

이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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