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명 ‘박근혜 무장 해제’도상작전 시작됐다
특명 ‘박근혜 무장 해제’도상작전 시작됐다
  • 이금미 
  • 입력 2006-02-07 09:00
  • 승인 2006.02.0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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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표의 손발을 묶어라’한나라당 대권후보 자리를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는 이명박 서울시장이 야전사령관들에게 내린 특명이다.적진을 포위하기 위해 그동안 낮은 포복자세를 취해오던 이시장 진영은 자세를 높은 포복으로 바꾸고 적진을 향해 돌진할 태세다.이시장 진영이 공격자세를 바꾼 이유는 어느정도 대세를 장악해 가고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아예 이참에 박대표진영을 무장해제시키자는 매파의 목소리도 톤을 높여가고 있다.당내 일각에서는 이시장이 5·31 지방선거 이후 당복귀 연착륙을 위해 ‘워게임’에 들어갔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을 정도이다.

이시장 진영이 진행하고 있는 워게임은 아직 도상훈련에 불과하지만 치밀한 계획하에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이시장 진영에서 가장 유력하게 상정하고 있는 공격안은 전면전이다.거시적으로는 이시장 사람으로 분류되는 이재오 원내대표를 7월로 예정돼 있는 당대표경선에 내보내 박대표와 겨루게 하는 방안.이럴 경우 물론 이원내대표는 이시장을 대신해서 대리전을 치르는 모양새가 된다.또 미시적으로는 이시장 진영의 매파로 분류되는 홍준표 박계동 김문수 의원등 이른바 ‘삼각편대’를 가동해 박대표 진영의 반격을 차단하는 전략도 모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홍의원과 박의원이 단일화를 이뤄내 두 사람중 한 사람이 서울시장 후보경선에 나서 박대표 진영의 맹형규 의원을 제압한다는 것이다.

이미 경기도는 우군인 남경필의원의 양보로 김문수 의원이 단일 후보로 나서게 된 상태다.따라서 승패를 가르는 수도권 단체장직을 싹쓸이하는 방식으로 박대표 진영을 넉아웃시킨다는 전략이다.하지만 이시장 진영이 이처럼 무턱대고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야 한다는 사실에 근거해 한나라당 내부에선 2007 대선과 관련, 두 가지 시나리오가 회자된다. 우선 이회창 전총재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는 것. 일찌감치 대세론으로 정권창출을 예견했음에도 두 번이나 실패한 전력에서 ‘빅2’로 통하는 ‘이명박-박근혜’ 두 주자의 어깨가 엇비슷한 수준으로 일정 정도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요즘 이 시장의 참모들을 만나면 ‘대세론’으로 굳어지는 게 아니냐는 걱정을 많이 한다”면서 “이같은 분위기는 당내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면을 들여다보면 딱히 그렇지도 않은 게 한나라당의 현주소다. 당권과 대권을 분리시킨 한나라당의 당헌당규로 인해 예측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시각도 많은 게 사실이다. 철저하게 대권 주자들의 지도부 진입을 차단한 상태에서 당내 구심력을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총재 체제와 달라 ‘불안’

몇 번의 대선을 경험한 한나라당 한 당직자는 “과거 ‘총재 체제’에선 여당의 이슈 파이팅에 밀려도,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총재로 인해 내부 결집에 있어선 문제가 없었다”면서 “그러나 현재의 구도는 당권에서 벗어나게 될 대권 주자들로 인해 계파간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어 내부 결속도 장담할 수 없음은 물론, 정권창출 더 나아가 현역의원 개개인의 18대 국회 진입도 불안한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박근혜 체제에서 당직을 맡고 친박인사로 분류된 인사들이나, 아직 어느 쪽으로 돌아서지 않은 인사들이나 마찬가지 상황이라는 것. 더 나아가 그는 “누군가가 나서 교통정리를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한나라당 주변에서 교통정리가 시작됐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박혀있는’ 박근혜 대표를 향해 ‘날아오고 있는’ 이명박 서울시장이라는 얘기다. 이는 일찌감치 광역단체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지역구로 내려간 중진급 의원들이 떠난 한나라당 주변에서 7월 전당대회 최고위원에 과연 누가 나설 것이냐가 관전 포인트로 부상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특히 한동안 잠잠하던 한나라당 소장파의 행보가 심상치 않은 데서도 이 시장의 당권 장악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는 견해가 많다. 이들은 한결같이 박 대표와 각을 세우며, 탈 영남을 주장하고 있다. 주로 ‘새정치수요모임(수요모임)’ 소속인 이들은 이재오 홍준표 김문수 의원 등이 참여하는 ‘국가발전전략연구회(발전연)’ 멤버들과 적극적으로 제휴하며 활동반경을 넓히고 있는 게 사실이다.

교통정리 기폭제 ‘후보단일화’

소장파 의원들의 이같은 행보에 기폭제가 된 사건은 후보군 중 제일 먼저 표밭을 다지고 있던 남경필 의원의 김문수 의원과의 경기도지사 ‘후보단일화’ 선언이다. 남 의원은 출마를 포기한 이유를 ‘당내 개혁’에서 찾았으며, 경기도지사 도전에 기울였던 집중력을 당 비판에 쏟고 있다. 참모들과 회의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출마 포기’를 통보한 남 의원은 잠시 숨은 고른 후, 지난 1일 의총에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서라도 더 이상 영남중심 정당으로 가선 안 된다”며, 한나라당의 가장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기 시작했다. 물론 이는 대구가 지역구이며 영남권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박 대표에 대한 정면 도전이기도 하다. 물론 이보다 먼저 연기를 피웠던 사건은 신임 이재오 원내대표의 등장이다.

사실 이 대표도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하기 직전까지 서울시장 도전에 총력을 기울였던 예비 후보였다. 막판까지 승리를 확신했던 김무성 후보가 이 대표에 밀린 데서 친이명박 또는 반박근혜로 분류되는 인사들의 이 대표에 대한 지원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강한 의문점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총선 직전 다선 의원들이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불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치러진 지난 총선을 통해 한나라당에서 중심 역할을 하는 3선 의원들도 그리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게다가 이같은 물갈이 요구는 18대 총선에서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노무현 대통령의 실정에 대한 반사이익으로 또 높은 당 지지율을 바탕으로 어디든 깃발을 꽂기만 하면 ‘당선’이라며 출사표를 던진 이면에는, 막연한 불안감에 쫓기는 3선급 의원들의 ‘올인 정신’이 광역단체장 도전 이유의 대부분이라는 게 정설이다.

이는 이 대표와 남 의원의 ‘회군’과 관련, 의혹이 짙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남 의원의 후보단일화 선언 이후 박 대표를 향한 공격의 선봉에 섰던 원희룡 최고위원도 가세했다는 것 역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사학법 장외투쟁을 두고 박 대표와 설전을 벌였던 그는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지난달 27일에는 박 대표의 신년기자회견 내용도 조목조목 비판했으며, 여기에 수요모임 대표를 맡고 있는 박형준 의원도 나서서 거들었다. 현재 이들은 당내 ‘중도 개혁세력의 결집’이란 명분을 앞세우고 있다.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개혁색채가 분명한 세력이 당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박근혜-이명박’으로 급격히 양분되는 구도 속에서 ‘제3의 세력’으로 나설 것이라는 정치적 계산이다. 이를 통해 지방선거 공천과정과 7월 전당대회는 물론 대선 후보 경선과정에서 ‘균형 추’로서의 역할이 그것이다. 이와 함께 원 최고위원은 대선 후보경선에, 남 의원은 최고위원 경선에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7월 전당대회 ‘추’의 이동 시작

지방선거 이후에 치러지는 전당대회는 ‘당권-대권 분리’라는 점에서 차기 대권구도의 실질적인 컨트롤타워의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당권과는 거리가 멀었던 이 시장이 여론조사에서 급격한 상승곡선을 타고 올라온 데에는 현역 프리미엄이 자리하고 있다. 이는 박 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대선부터 대선 후보로 물망에 오르고 있었으나, 제1야당 차기 대권주자 자리를 굳힌 데에는 마찬가지로 ‘당 대표’라는 현역 프리미엄이 있었다.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균형 추 역할론’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차기 지도부에 몇 명의 최고위원을 확보하고 있느냐, 다시 말해 당권을 누가 잡고 있느냐에 따라 추가 옮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바뀐 당헌당규에 의하면 박근혜 체제에서 막강한 당대표의 권한은 없어진다. 9명의 최고위원으로 구성된 최고위원단을 중심으로 한 집단지도체제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당안팎에선 차기 지도부의 당권의 향배를 가늠하는 최소한의 성원인 최고위원 5명의 예비 후보들이 회자되고 있다. 물론 친박근혜, 친이명박 양측 모두에서 말이다. 특히 차기 최고위원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인사들의 등장 배경을 풀어보면, 역시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된 이재오 대표의 ‘원내대표 경선’ 출마 저울질 시기와 일치한다.

우선, 이 대표의 당권으로의 회군에 관여한 인사들. 17대 국회 내내 현안을 두고 반목을 거듭했던 수요모임과 발전연은 ‘이재오 당선’과 함께 ‘남경필-김문수’ 후보단일화를 이끌어 냈다. 각 모임 ‘5인대표’들이 접촉했으며, 수요모임 대표로는 원희룡 남경필 정병국 권영세 박형준 의원이, 발전연 대표로는 박계동 김문수 이재오 홍준표 전재희(심재철) 의원이 나섰다. 물론 이들 5인들이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도 아니며, 마지막 조율에 성공할 수 있도록 공을 세운 인사는 권오을 의원이라는 게 정설이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5인대표 회담에 참여한 인사들 대부분이 이명박 시장과 가까운 인사들이었으며, 이들 중엔 회담 직전 이 시장과 비밀회동을 가진 이도 있다.

박계동-박형준-권오을 ‘조율중’

실제로 5인대표 회담에서 차기 최고위원을 두고 대화가 오고갔으며, 일련의 과정 속에서 역할 분담이 이뤄질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이와 관련, 회담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영남권에서 수도권으로, 수구·보수에서 개혁적 중도세력으로의 ‘축’을 이동하는 과정”에 있다면서, “모임에 참석한 인사들 중 누군가는 최고위원에 도전해 지도부에 편입해야 쉽게 ‘축’을 이동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회담에서 차기 최고위원을 두고 말이 오갔으나, 아직 결정된 사항은 아니다”면서 “5인 대표 회담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 것인지도 미지수”라고 전했다.

이금미  nick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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