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대와 달라진 개정안의 핵심사안은 무엇인가. ▲우선, 친일반민족 행위자의 범주가 확대됐다. 개정안은 군수, 경시, 군(소위) 고등관 지위에 있었던 사람들이 포함됐다. 또 16대 때는 전국적 차원과 중앙에서 한 친일행위만 조사범위였는데 이번엔 그 단서조항이 삭제됐다. 지역의 친일행위자도 범주에 포함시킨 것이다. 16대 때 삭제된 창씨 개명에 앞장선 사람, 야스쿠니 신사 참배 종용인물, 조선사편찬위원 등의 인물들도 포함됐다. 위원회 활동기간 역시 3년에서 5년으로 늘었고 상임위원을 정무급(2급)으로 해 그 만큼의 책임과 역할 권한을 강화시켜 주었다. 역사적으로 제대로 보존하기 위한 사료관 건립과 언론출판과 학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독소조항을 삭제했다.
- 개정안의 가장 큰 의미는 무엇인가. ▲의미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국민들의 열정이 담긴 것이다. 16대에 만들어진 법안은 국회의원들이 만들었지만 17대엔 60여개가 넘는 시민단체가 만들었다. 역사학자, 민족문제의 전문가들이 모여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을 위한 시민연대가 만들어졌고, 그 분들이 5개월여 동안 헌신한 끝에 개정안이 만들어졌다. 다른 하나는 뒤틀린 역사를 바르게 해석하려는 점이다. 부끄러운 과거를 우리 스스로 반성하고 화합해 미래로 나아가자는 의미다.
- 특정인을 향한 정치적 의도를 지니고 있다는 논란이 있는데. ▲특정인이나 특정 언론인을 겨냥한게 결코 아니다. 법안을 제대로 읽지 않고 말하는 오해다. 오히려 친일진상이 규명되면 손해를 보는 세력이 법안의 통과를 방해하려는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움직임이라고 본다. 무조건 정쟁으로 몰고 가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 말을 하는 분들에게 ‘역사인식이 있는지’를 반문하고 싶다.
- 하지만 한나라당의 반발이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친일청산의 문제는 어느 한 세력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민족의 문제다. 민족의 문제는 정쟁이 있을 수 없다. 여야가 있을 수 없다. 이것은 잘못된 역사를 함께 풀어 제자리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친일역사 청산문제는 민족적 과업이자, 국민적 염원이다. 이념이 있을 수 없고, 여야가 따로 없다. 정치적인 정쟁으로 돼서는 안된다. 어느 한 당의 대표를 겨냥한 것은 대단한 오해이거나 역사인식이 없거나 둘 중의 하나다. 나는 오해이길 바란다.
- 조사대상의 범주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는데 그 원인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먹고살기 위해, 민생문제로 어쩔 수 없이 강요에 의해 친일을 했던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 의지로 친일을 한 사람들의 반민족적 행위는 현재의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없기를 바랐던 행동이다. 이순신 장군이 서 있는 광화문에 이등박문의 동상이 서 있는 것을 상상해 보라. 이것을 규명하자는 것이다. 또 해방이후 우리사회는 정의보다 돈, 기득권, 권력이 더 중요하게 인식돼 왔다. 이런 가치관 혼란을 바로 잡는 것이다.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도 역사왜곡을 하고 있다. 부끄러운 역사를 우리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 조상의 친일 문제로 인해 후손들이 정신적 피해를 입을 수도 있는데. ▲어느 누구를 정죄하자는 의미가 아니라, 규정 규명을 하고 그래서 반성하고 화해하고 그래서 국민통합으로 가자는 게 법안의 핵심철학이다. 그래서 열 사람이 친일파라고 규정하기 전에 한 사람이라도 억울함이 없도록 하기 위해 개정안에 심의위원회를 신설했다. 또 동행명령권을 두었다. 기본적으로 심의위원회에서 판정절차를 강화할 것이지만 판정에 대해 가족입장에서 억울함이 있을 수 있어 진상조사 신청 등 일련의 조치를 취해놨다. 이 법을 꼼꼼이 들여다보면 오해가 없을 것이다.
- 16대 법안을 시행도 안 해보고 개정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그 당시 이 법안이 잘못된 법안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형식이라는 틀거리만 통과된 것이고 내용은 국민들의 요구에 의해서 다시 하겠다고 약속했다. 다시 개정안을 내는 것은 국민적 약속이다. 16대 의원들이 ‘이번엔 이렇게만 통과시키고 17대때 다시 논의해서 통과합시다’라고 약속했다.
- 친일진상규명법과 관련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겉옷을 입기는 모두 국회의원의 옷을 입었다. 그러나 역사를 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랐다. 이 시각을 교정시켜가면서 설득해 간다는 것이 어려웠다. ‘다 죽은 사람을 이제와서 규명하면 뭐 하느냐’는 식의 말도 있었고, 모 의원은 ‘살인죄도 15년이면 공소시효가 소멸된다’는 발언을 했다. 정말로 황당했다. 또 저쪽은 마치 기득권을 지키려는 것처럼 보이고 우리는 기득권을 뺏으려고 보이는 왜곡된 시각이 힘들었다. 특히 언론들이 의미는 부각시키지 않고, 아주 지엽적인 문제를 확대하는 것이 곤혹스러웠다. 그러나 누더기 법안이라도 통과시킬 수밖에 없었다. 17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 박근혜 대표 패러디 사건은 어떻게 보는가. ▲신문에 난 패러디 사진을 봤다. 깜짝 놀랐다. 사진을 보고 청와대가 돌았다고 생각했다. 패러디의 의미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야합했다는 것이다. 물론 젊은세대의 시각으로 보면 그 정도 쯤이야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악의적인 부분과 여성을 비하하려는 의도가 있다면 그것은 틀린 것이다. 청와대가 조치를 빨리 했어야 했다. 비판을 받아 마땅했다. 다만 여야 여성의원들이 이 문제를 정치적인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 총선이후 열린우리당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는데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나. ▲열린우리당은 개혁을 원하는 국민들의 힘으로부터 탄생했다. 우리는 강력한 개혁을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개혁을 하려는 세력들이 반격을 시도한 측면도 있다. 열린우리당이 탄생한지 1년이 채 안된다. 해방이후에 보면 어떤 정당도 하지 못한 개혁을 시도하다 보니 이런저런 실수가 터져 나왔다. 경륜이 부족한 면이 있다. 하지만 작은 실수나 작은 오류를 언론이 용납하지 않는다. 물론 결코 우리가 잘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총선이후의 당의 시스템이 잘 정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겼다. 아파트 원가공개, 이라크 파병문제, 박창달의원 체포동의안 문제등이 그것이다. 통일된 정서적 공감대가 없이 의원 개개인의 주관적 판단등이 너무 방치된 감이 있었다. 공감대가 없이 모아지지 못하고 방치됐다. 그래서 실망을 드린 것 같다. 그러나 지향점은 개혁이다. 당내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핵심인사들이 입각했고 당정, 당청관계가 의사소통이 본격적으로 가동이 될 것이다. 책임있는 여당으로서의 개혁과제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열린우리당이 결코 국민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 행정수도이전문제에 대한 입장은. ▲행정수도이전이 아니라, 신행정수도 건설이다. 지역균형발전이 노 대통령의 정치적 화두다. 신행정수도를 건설해서 균형발전을 이루려는 것이다. 일각에서 천도라는 말도 하는데 이는 왕조시대에서나 쓰는 말이다. 무식의 소치다. 신행정수도건설은 수도권 입장에서도 환경문제, 교통문제, 주거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가 풀린다. 이른바 윈윈전략이다. 우리 국민들도 중앙집권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또 한나라당 의원들도 80%가 동의해 놓고서 이제와서 반대하는 것은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행위다.
- 청와대의 특정언론에 대한 비판에 대한 김 의원의 생각은 무엇인가. ▲청와대에서는 언론의 모든 개혁과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언론구조는 거대언론이 시장을 독점하며 기형적인 언론구조를 만들어왔다. 이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이런 기형적인 구조를 유지시키려고 한다. 결과적으로 우리사회의 개혁을 바라는 마음을 막아왔다고 판단하는 게 아닌가 싶다.
- 이라크 추가파병에 대한 입장은.▲개인적으로 반대한다. 평화재건이라는 목적으로 파병한다고 한다. 그런데 현지에서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또 중요한 건 한국인이 표적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파병 강행으로 국제사회에서 적을 만든다는 것은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이다. 서희·제마 부대를 파병한 것으로 해서 한미공조표시는 한 것이라고 본다. 추가파병을 안한다고 해서 한미 공조의 근간이 무너진다고 보지 않는다. 이제는 우리정부도 한미관계에 중점을 둔 외교에서 아랍권과 제3세계 국가들과의 외교관계도 고려해야 한다.
- 최근 여당 내부에서 국가보안법 개·폐 논의가 추진중인데 김 의원 개인의 생각을 말해 달라.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한다고 해서 처벌하는 법은 전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 일제시대의 치안유지법이 그 기원이다. 그 동안 민주주의를 유린해온 대표적인 악법이다. 남북이 화해와 협력으로 가고 있는 큰 장애요소로 작용한다. 국제 인권 규약에서도 폐지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형법조항으로도 충분히 처벌할 수 있다. 개폐할 게 아니라, 폐지해야 된다고 본다. 이미 사문화된 법이니 만큼 개정이 아니라, 폐지해야 된다고 본다.
이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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