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수구가 보수라는 이름 하에 도덕적 자각을 망각하고 있다”며 “시대 변화에 불만만 있지 헤쳐나갈 힘도 없다”고 강력히 비판했다.변화를 바라는 원 위원은 노무현 정부의 개혁드라이브에 대해서도 “부패 원인과 분위기를 바꾼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지만, 운동권적 시각으로 전개되는 개혁 방법론에는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운동권 세력은 ‘생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것은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이고, 자신들은 그걸 뺏고 나눠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것이 잘못”이라고 질타했다. 다음은 원희룡 최고위원과의 일문일답이다.
- 보수성향 의원들과 성향상 차이가 많은데, 이 분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소신 있는 목소리를 계속 낼 것인가.▲지금은 연착륙단계라고 생각한다. 수구가 보수라는 이름 하에 도덕적 자각을 망각하고 있다. 시대변화에 불만만 있지 헤쳐나갈 힘도 없다. 보수가 부패에 대해 무감각하고 기득권에 안주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웃의 아픔에 대해 함께 하지 않는 문제가 있다. 우리 공동체의 그늘진 부분에 대해 따뜻한 감정을 가져야 한다. 봉건제 군주도 그렇게 하면 쫓겨난다.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필요하다. 도덕적으로 더욱 철저해지고, 재무장해야 한다. (당내 보수파와) 인간적 관계나 대화 부족을 풀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다름’은 불편함이 아니다. 서로간의 존재를 부정하는 게 문제다. 잘 풀릴 것이다. 그러나 목소리를 낮추거나 섞는 것은 길이 아니다. 그러면 나의 위치(최고위원)를 사유화시키는 것이다. 집단 속에서의 역할에 충실하고, 국민의 신뢰에 벗어나지 않도록 일하겠다.
- 최고위원에 선출된 후, 당내 ‘소장파 리더 경쟁’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소장파 의원간의 관계설정은 어떻게 해 나갈 계획인가.▲쉽게 말하면, 센터포드와 레프트 공격, 그리고 라이트 공격진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소장파 전체의 힘이 높아지는 것으로 좋은 현상이다. 사람 사는 세상에 미미한 부분도 있겠지만, 당의 변화 포지셔닝이 좋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 당명개정을 둘러싸고 당내 반대 움직임이 뚜렷하다. 당명개정에 대한 입장은.▲반대파들은 ‘내용이 중요하지 이름이 중요하냐’고 하는데, 이것은 내용도 바꾸지 말자는 것이다.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는 것이다. 말이 안 된다. ‘기호도 2번이 됐는데 이름까지 바뀌면 표 안나온다’고 하는데 프리미엄에 안주하면 안 된다. 그렇게 해서 표가 나오겠나. 당명개정은 반드시 실현해 내겠다. 손쉬운 것부터 해야 한다.
- 한나라당내 행정수도 이전 반대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데 원 위원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점점 더 커질 것이다. 정부예산 11조원으로 50만명 규모의 행정수도를 건설한다는 근본계획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비용으로 되겠나. (정부예산과 민간투자 합쳐) 110조 이야기가 있는데, 그 돈이 들어간다고 했을 때, 투자효과가 있겠나. 검토 분석 후 어리석다고 판단되면 반대할 것이다. 명분은 동의하지만, 비용대비 효과에 이의가 있는 것이다. 정부 1년 예산이 110조 정도인데, 행정수도에 들어가는 돈이 11조에서 3배 정도 늘어난다고 보면 검토를 더 해봐야 한다. 이것은 정부에 대한 신뢰의 문제이다.
-당내 최고위원회의 소집에 대해 최고위원 각자의 견해가 다른데 입장은 무엇인가.▲최고위원들이 상임위와 별도의 의미와 권한을 갖는 것은 불필요하다. 명칭도 못 마땅하다. 나는 당헌 당규상 ‘부대표’를 주장해 왔다. 최고위원들끼리 독자의 의결권을 갖는 것에 반대한다. 층을 많이 만들면 관료화된다.
-최근 전남 강진으로 농활을 다녀왔는데, 소위 말하는 서진정책으로 볼 수 있는가.▲한나라 의원 스스로 호남에 대한 자기 회복을 하는 과정이다. 농활 몇 번 간다고 표 주겠나. 표도 받고 싶지만, 열심히 지성으로 가면, 감천이 있지 않겠나. 무엇을 얻을까 생각하고 하면 취지를 왜곡하는 것이다. 호남을 빼면 전국정당화라는 우리의 깃발이 완전하지 않다. 민족공동체를 이끄는 마당에 호남이라는 신체 부위를 회복하는 것이다. 계산하고 하는 일이 아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일행적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는 무엇인가.▲조사 못할 게 뭐가 있나. 새삼스러울 게 없다. 식민지 약소국 백성으로 태어나서 모든 국민이 다 독립투쟁을 하는 것도 아니다. 죄악시하는 것은 역사와 타인의 입장에 대해 너무 쉽게 관념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일본군 장교로서 악랄하게 국민을 탄압한 게 아니라면… 만주군으로서 한 일은 사죄해야 한다. 박 전대통령의 업적 전체에 손상이 가지는 않을 것이다. 정면으로 뚫고 나가야지 숨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조사를 안 하면 ‘박근혜 대표가 자신의 것은 은폐하려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역사는 역사의 장에서 풀어야 한다. 박 대표도 감정이 아닌, 역사의식에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이는 지도자의 역사관의 문제다. (여당의 공세에 대한) 반발심과는 차원을 달리 해야 한다.
- 북한 경비정의 NLL(북방한계선) 침범과 관련, 보고체계상의 많은 문제가 드러났다. 근본적인 원인과 해결책은 무엇이라고 보는가.▲해결책은 ‘군 일선 지휘관들이 경고사격을 보고하면 수뇌부가 당연히 못하게 할 것’이라는 불신에 대한 해소라고 본다. 오죽했으면, 수뇌부를 불신하겠는가. 북한이 NLL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경향에 무조건 쉬쉬하는 수뇌부의 입장이 잘못됐다. 단호한 메시지를 일관되게 보여줘야 한다. 청와대나 수뇌부가 북한의 의도적 도발을 덮거나 하면 안 된다. 금년만 해도 30여 차례에 이르는 도발이 있었다. 이에 대한 경고가 없는 것이 문제다. 근본 원인은 이것이고 고쳐져야 한다.
- 북한 김정일 위원장이 답방하기 위해선 어떤 조건이 있어야 하나.▲조건은 없다. 답방하면 좋겠다. 물밑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수증기가 올라온다는 것은 화산이 지하에서 활발한 마그마 활동을 하고 있다는 거 아니겠나. 김 위원장의 답방은 북한 입장에서 보면 중요한 카드이다. 앞으로 있을 6자 회담이라든가 한·미·일 등으로부터 최대의 것을 얻어야 한다. 즉 핵 포기를 해야 이런 것을 얻을 수 있다. 결국 핵 폐기가 먼저냐 인센티브를 동시에 줄것이냐의 변수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개혁드라이브에 대해 평가한다면.▲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개혁 명분을 독점하고 있다. 부패 원인과 부패 분위기를 바꾼 것은 긍정적이다. 개혁목표는 나라와 국민이 모두 잘 사는 것이다. 목표는 좋은 건 다 하겠다는 것인데, 모순이 많다. 방법론에서 서투르다. 내용에서 생산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며 경제가 잘 되는 개혁보다는 기득권층과 소외계층을 나누는 등 ‘이 편 저 편’으로 나누고 있다. 과거를 심판·단죄하고 이것을 개혁으로 동일시해버리는 ‘과거를 먹고 사는’ 분열적이고 적대적인 세계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운동권 세력 입장에서 보면, 생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것은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이고, 자신들은 그걸 뺏고 나눠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잘못이다.
김판수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