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장관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 대해서도 “분단세력과 기득권 세력을 끊임없이 옹호하면서 기득권을 지키려고 한다”며 “패권적 언론은 정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그는 검찰의 ‘무소불위’ 문제도 지적했다. 김 전장관은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이라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본다” 며 “우리 검찰은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이라고 우려했다. 이러한 차원에서 “고비처에 기소권을 주는 것은 바람직했다”고 밝혔다.다음은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과의 일문일답이다.
-고 박정희 대통령의 친일행적진상규명 논란이 국가 정체성 논란으로 확대되고 있다.▲상해 임시정부, 4·19혁명, 5·18광주민주화운동, 부마항쟁, 6월항쟁. 이런 것들이 대한민국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친일행적과 관련해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심판론이 제기되니까, 그 반격으로 박 대표가 그렇게 얘기했다. 한마디로 ‘난센스’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박 대표는 정체성 논란을 할 이유가 없다. 정체성 논란을 통해서, 박 대표가 얻을 수 있는 것도 없어 보인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박 대표는 박 대통령이 부활한 망령’이라고 생각한다.
-행정수도 이전 논란에 대한 입장은.▲행정수도 이전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중앙과 지방이 상생하고 협력해, 서로가 잘 사는 것이다. 수도권 공동화·황폐화가 아니라 수도권의 과밀화와 집중을 완화해서, 분권과 균형발전으로 전국이 골고루 잘 살자는 것이다. 논쟁거리가 되지 않는 건데, 2006년 지방선거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수도권 표심을 사고, 영남지역주의 결합을 통해서 승리하려는 당리당략적 발상이다. 이명박 서울시장의 대중교통체계 혼란은 ‘수도권 집중을 막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미국에 대한 우리 정부의 목소리가 점점 약해지고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 국제관계라는 것은 냉혹한 힘의 논리로 지배된다. ‘사대외교’ ‘친미’를 떠나, 우리 외교가 적절하게 엄청나게 커지는 중국의 힘을 견제할 수 있겠나. 한미동맹 강화는 국익과 관련해 중요하고 유용하다. 자본주의를 주도하는 게 미국이다. 말과 표현에서 ‘숭미외교’ 같은 모습을 보임으로써, 당당한 자주외교를 기대한 국민에게 실망을 줬다. 기술적 대응을 잘못한 것이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 긴장이 컸었다. 노 대통령이 미국·일본·중국 방문을 통해서 북핵 문제도 안정화시켰다. 내용적으로 성과도 있었다. 지엽적 문제가 본질을 덮었기에 참여정부가 강대국과의 외교에서 당당하지 못한 모습으로 보인 게 아쉽다.
-청와대와 조중동의 대립이 더욱 첨예화되고 있는데.▲개혁이 혁명보다 더 어렵다. 개혁은 합의와 정보공유, 그리고 토론 과정이 필요하다. 합의와 공론화를 하는데, 신문과 방송의 역할이 있다. 그리고 정책대안도 내놓아야 한다. 그러나 조동(조선과 동아)은 분단세력과 기득권 세력을 끊임없이 옹호하면서 기득권을 지키려고 한다. 언론이 바로 서지 않고는 개혁이 어렵다. 조선, 동아의 패권적 언론은 정리돼야 한다.
-신기남 의장의 ‘리더십 부재’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우리당이 갑자기 47석에서 152석의 거대여당이 됐다. 탄핵이라는 상황 돌파로 덩치가 큰 당이 돼, 옷이 잘 안 맞는 것이다. 갑자기 108명의 초선 의원들이 등원했고, 각자 목소리를 내기에 지도부 리더십 문제로 비쳐졌다. 당이 체계를 잡아가는 데 있어서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본다. 지금 우리 정치상황이 아주 복잡하다. 당내 여러 가지 정세가 여당이라 하더라도 일사불란하게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렵다. 누가 의장을 하더라도 잘 한다는 소리 듣기가 쉽겠나. 리더가 되면 요구가 많게 돼 있다.
-김 전장관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참여정치연구회(참정연)의 기간당원 요건 개정 등을 주장하며, 독자세력화하고 있다. 차기 당권, 나아가 대권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의견이 많다. ▲참정연은 기간당원, 평당원이 정당의 중심이 되는 당을 지향한다. 당이라는 게 평당원의 이해와 요구를 수용하려는 노력이 있기도 하지만, 때로는 당 지도부가 독단적으로 하려는 경우도 허다하다. 우리(참정연)가 새로운 정당을 지향하고, 보수화되려는 부분을 발목 잡고, 바지가랑이도 붙들고 해서, 당이 당원 중심으로 가는 데 양념 역할을 하겠다. 열린 우리당이 애초 당헌 당규대로 정당이 잘 운영되면, 참정연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 기간당원 문제는 전당대회에서 지도부를 구성하는데 유불리를 떠나, 정보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당의 주력이 돼야 한다. 이런 사람들이 당으로 많이 들어오지 않는 한, 당이 국정을 책임질 수 없다는 것이다.
-강금실 법무장관의 갑작스런 교체로, 그 배경에 대한 많은 추측이 난무하고 있는데 그 원인은 무엇인가.▲강 장관은 상당히 자유주의자이다. 관료생활은 생지옥, 생감방이다. 여러 차례 사의를 표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관직을 유지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조영길 국방장관이 NLL 사건으로 물러나게 되면서, 정동영 장관이 계시지만, 호남출신 장관이 없어지면서, 호남소외론이 계속될 우려가 있었다. 김승규 법무부 장관이 광양 출신이다. 그런 점도 감안된 것 같다.또 고위공직자 비리조사처(고비처)의 주업무가 판검사들의 비리랄까 이런 것들을 주로 다루는 것인데, 고비처에 기소권을 주는 것에 대해 검찰 견제가 컸다. 강 장관은 검찰쪽 입장을 대변했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라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본다. 어떤 권력도 견제를 받아야 한다. 우리 검찰은 견제받지 않는 권력 아닌가. 고비처에 기소권을 주는 것은 바람직했다고 봤다. 청와대나 열린우리당의 ‘기소권 줘야 한다’는 것을 반대했다는 건 코드가 안 맞는 부분이다. 그 부분만 보면, 대통령의 의지 받들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참여정부 2기 내각이 안정내각으로 바뀌면서 개혁 후퇴가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이해찬 총리가 ‘개혁 후퇴’ 하겠나. 참여정부가 국정운영의 장기적인 로드맵을 거의 마무리했고, 내년부터 실천 단계에 들어간다. 이해찬 국무총리가 굉장히 개혁적으로 할 것이다. 개혁 후퇴는 아니다. 신인 국회의원에 비해 보수적일 뿐이지 아주 개혁적인 분이다.
-(아파트)분양원가 공개 등 청와대와 당이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 청와대가 당에 대한 신뢰를 하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는데.▲대통령은 당은 당대로의 역할을 하고 청와대는 청와대의 역할을 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대통령 의견도 존중하지만, 조금 다른 생각도 들더라. 정기적 주례회동 없이도 당정협의나 당청협의를 통해서 통일된 목소리 내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대통령도 ‘분양원가 반대한다’라고 말씀하시기보다는 ‘당과 논의를 해서 결정하겠다. 당과 협의해 하겠다’고 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대통령은 시대와 역사가 내리는 자리”김 전장관 “욕심부리지 않고 차근차근 준비할 터”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이 정치적 재기를 위해 지난 20년을 정리하고 차근차근 ‘새로운 20년’을 준비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은 우선 이달 중순부터 중국 북경대학에서 6개월간 중국 근현대사에 대한 공부를 시작한다. 공부를 끝내고 돌아오는 내년 2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재보선 준비를 할 계획이다. 지난 4·15총선에서 경남 남해·하동에 출마해 한나라당 박희태 의원에게 석패한 김 전장관은 “17대 회기 중간이라도 국회에 입성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그 길을 선택하겠다”고 말해, 내년 재보선 도전 의사도 분명히 했다.재보선 전에 치러질 열린우리당 전당대회 지도부 선출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그는 “당장은 열심히 노력해서 내년 전당대회에서 지도부 일원으로 일할 기회를 갖겠다”고 말했다.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힌 것이다.또한 그는 ‘김 전장관을 차기 대권주자로 보는 이가 많다’는 질문에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시대와 역사가 내리는 자리이고, 욕심으로 되는 자리가 아니다”라면서도 “차근차근 공부하고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수>
김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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