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하한다. 소감 한마디 부탁한다.▲ 고맙다. 말할 수 없이 기쁘다. 응원해준 많은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특히 오랜 시간동안 믿고 기다려준 부모님과 가족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 결승전에서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는데. ▲ 너무나 힘든 경기였다. 상대편 선수가 힘이 좋아서 체력이 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죽기 살기로 덤볐다. 여기서 죽어도 좋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했다. 체력의 한계를 느낄 때는 정신력으로 버텨가며 경기에 임했다. 남들은 ‘투혼’이라고 하던데, 그런 멋진 말은 잘 모르겠고(웃음)… 그저 죽을 힘을 다한 기억만 난다.
- 금메달이 확정되고 가장 먼저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가. ▲ 일단은 기뻐서 정신이 없었고, 아무 생각도 나질 않았다. 갑자기 눈물과 웃음이 한꺼번에 나왔다. 나중에 방송된 화면으로 보니까 조금 창피하기도 하더라. 하지만 그 순간의 기쁨을 생각하면 창피함은 순간일 뿐이다.
- 결승전을 치르면서 부상을 입었던 것 같은데.▲ 많이 다쳐봐서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멍이 조금 들었는데 나았다. 젊은데 그 정도 다치는 것은 별거 아니다. 더 심한 부상을 입었다 하더라도 금메달을 바라보면 금세 나을 것 같은 기분이다(웃음).
- 월계관을 직접 써본 느낌과 기분을 자세히 알려 달라.▲ 일단 신기했다. 처음 써본 것이기 때문인가?(웃음).원래는 올림픽 마지막 날 열리는 남자 마라톤 우승자에게 주는 것인데, 이번엔 특별히 올림픽 발상지인 아테네에서 열리는 것이라 메달 수여자 전원에게 월계관을 선물했다고 한다. 금메달 딴 것도 기쁘지만 월계관을 받은 것도 내겐 너무 큰 선물이다. 일단 의미가 깊지 않은가. 잘 보관했다가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자랑도 하고(웃음), 오래오래 간직해 ‘가보’로 남기고 싶다.
- 가장 상대하기 힘들었던 선수는 누군가. ▲ 매 경기가 모두 힘들었다. 하지만 마지막 결승전 경기에서 상대했던 로베르토 몬존이 가장 힘든 상대였다. 세계선수권 2위인데다, 모두가 지목한 금메달 유망주 아니었는가. 워낙 기량이 월등한 선수들이 많아서 세계무대를 제대로 경험한 것 같다.
- 사실 금메달 유망주는 아니었는데. ▲ 맞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열심히 했다. 한마디로 ‘악으로 깡으로’ 싸운 셈이다. 올림픽을 앞두고 온갖 매체에서 금메달 유망주인 선배들을 취재해 갈 때마다 너무 서러웠다. 한 쪽 구석에서 훈련에만 매진해야 하는 내 신세가 너무 처량하기도 했다. 그래서 다짐했다. 반드시 금메달을 따서 얼굴을 알리겠노라고. 죽지 않을 만큼 훈련했는데, 아마도 그런 노력에 행운이 함께 한 것 같다.
- 어릴 적부터 여러 가지 운동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 초등학교 때 체조를 시작으로 중고등학교 시절 유도를 하기도 했다. 감독님의 권유로 레슬링을 시작하게 됐다. 어릴 적부터 운동을 해서인지 유연성과 민첩성만큼은 자신 있다. 체조와 유도를 배운 것이 레슬링에 많은 도움이 됐다.
- 취미가 컴퓨터 게임이라고 들었다. 어떤 게임을 즐기나.▲ 말수가 적은 편이라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 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쉬는 시간이 생기면 영화를 본다거나 인터넷으로 게임 등을 한다. 결국 인터넷과 대화하는 셈이다(웃음). 금메달을 딴 뒤로 인터뷰가 많아졌는데 멋진 말을 못해 죄송하다. 굉장히 좋을 줄 알았는데… 아직은 남들 앞에 서는 것이 어색하다(웃음).
- 스물 한 살이면 여자친구도 있을 것 같은데.▲ 아직 없다. 매일 운동만 했으니까. 술 담배 나이트클럽… 전부 관심 밖의 분야다. 특히 노래방은 절대 사양이다. 워낙 음치인데다 남들 앞에서 노래하는 것이 죽기보다 힘들다(웃음).
- 포상금 등 많은 혜택이 주어질 것 같다. ▲ 포상금은 전부 부모님 드릴 계획이다. 나를 키우시느라 고생하셨으니 전부 드려도 전혀 아깝지 않다. 제일 기쁜 소식은 군 면제를 받은 것이다.
- 앞으로 계획은 어떤가.▲ 당분간은 아무런 생각 않고 푹 쉬고 싶다. 몸과 마음이 너무 지쳐있는 상태다. 일단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에 앞날을 생각할 계획이다. 참! 인터넷 개인 홈페이지에 팬들의 축하 글이 너무 많아서 걱정이다. 전부 읽어보고 답글 해주려면 며칠은 걸릴 것 같다(웃음). 너무 행복한 고민인가?(웃음)
정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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