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새 불씨 점화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새 불씨 점화
  • 이수향 
  • 입력 2006-01-17 09:00
  • 승인 2006.01.1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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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 진위여부를 조사해온 서울대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가 지난 10일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2005년 논문뿐 아니라 2004년 논문도 조작됐으며 황우석 교수가 갖고 있다고 주장해온 ‘줄기세포 원천기술’도 독창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게 조사위의 결론이다. 따라서 황 교수는 ‘희대의 사기꾼’으로 전락함과 동시에 학자로서 사실상 ‘사형선고’를 받은 셈이 됐다. 서울대 조사위의 최종 발표가 나오자 황 교수는 12일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했지만, 파문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오히려 ‘바꿔치기 논란’ ‘연구비 사용처’ 등과 관련한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는 실정이다. 검찰은 특별수사전담팀을 구성하여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고, 감사원은 황 교수팀에 지원된 연구비에 대한 전방위 감사에 돌입했다.검찰과 감사원으로 넘어간 ‘황우석 사태’ 논란과 관련해 여전히 풀리지 않는 핵심 쟁점을 정리했다.

1.검찰 수사 어떻게 진행되나

조사위로부터 보고서 등을 인계받은 대검찰청은 관련자료들을 서울중앙지검에 넘겼으며, 수사를 맡을 부서 및 주임 검사를 선정,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사건이 워낙 복잡한데다가 전문 지식을 요하는 부분이 많은 점을 고려, 대검·지검 합동 수사팀을 꾸려 전방위 수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수사내용별로 전담팀을 구성한 검찰은 각 팀별로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구축해 효율적인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특별수사팀은 서울중앙지검 홍만표 특수3부장을 팀장으로 중앙지검 형사부, 특수부, 첨단범죄수사부 등 검사 5∼6명과 수사관들로 구성되는데 회계 및 데이터분석 작업은 대검 첨단범죄수사과와 과학수사2담당관실의 지원을 받을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줄기세포 바꿔치기 고발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가, 사기·횡령 등의 혐의에 대해서는 대검 첨단범죄수사부가 담당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검찰 수사는 황 교수가 수사의뢰한 줄기세포 바꿔치기 의혹 등 5건의 고소·고발 사건과 줄기세포 바꿔치기, 논문조작 지시 및 주도한 인물 색출, 그 과정에서의 불법행위를 규명하는 동시에 난자채취 과정에서 생명윤리법 위반여부 등에 집중될 전망이다. 특히 수사의 초점은 황 교수가 수사를 촉구한 ‘줄기세포 바꿔치기 의혹’을 규명하는 것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연구비 횡령 의혹에 대한 부분은 그간 황교수가 연구비를 어떤 용도로 사용했는지가 핵심이다.

특히 황 교수가 김선종 연구원 등에게 제공한 5만 달러의 출처 등에 대한 규명은 횡령 등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짓는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또 12일 황 교수가 실험용 난자를 구하는 대가로 돈을 제공했음을 인정함에 따라 난자 제공과정에서의 불법행위 여부에 대한 조사도 이뤄질 예정이다. 검찰은 황우석 교수와 노성일 이사장 등 출국 금지된 11명 외 문신용 교수 등 3명을 추가로 출국금지했다. 또 12일 검찰은 황교수의 집과 서울대 수의대 연구실, 미즈메디병원과 국과수 서부분소를 포함, 출국금지된 11명의 주거지와 사무실 등 26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압수물들의 분석작업에 들어가는 동시에 관련자들이 주고받은 이메일을 추적, 수사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2.인책론 범위

검찰수사가 시작됨에 따라 황 교수 및 관련자들에 대한 인책론의 범위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인책론의 범위에 들어갈 인물은 출국 금지된 인물들로 압축되는데, 황 교수를 포함, 연구팀을 이끌어 온 수장들이 우선적으로 포함된다. 배아줄기세포팀을 꾸려온 강성근 교수, 동물복제팀의 이병천 교수, 바이오장기이식팀의 안규리 교수 등이 대표적이다.2002년부터 연구팀에 합류, 모든 실험과 데이터 정리를 책임지고 황 교수의 오른팔로 활동해온 강성근 교수는 정직 이상의 중징계를 면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또 87년 수의학과 졸업과 동시에 황 교수팀에 합류한 창단멤버인 이병천 교수와 최근 황 교수와 결별을 선언한 안규리 교수 역시 연구와 논문에 깊숙이 관여해왔다는 점, 논문에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리고 각종 의혹에 연루되어 있다는 점으로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들 핵심 수장들 외에도 논문의 총괄저자로 2004년 논문 재검증을 요청한 문신용 의대 교수와 권대기 줄기세포팀장의 징계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또 의혹의 중심에 서있는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과 황교수팀 핵심 연구원들도 줄줄이 소환, 진실 규명에 대한 조사 및 황교수와의 공모관계 등을 추궁당할 예정이다.

특히 ‘줄기세포 바꿔치기’와 ‘5만달러 제공’ 등 논란의 핵심 당사자인 김선종 연구원, 2004년 논문의 조작된 DNA 지문분석을 담당하고 지난 12월 황교수로부터 1만 달러를 받은 박종혁 연구원도 집중조사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황 교수팀 연구비 흐름의 파악을 위해 이들을 상대로 계좌추적도 벌일 방침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를 비롯한 정책선상에 있는 정부 관계자들도 인책론에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10일 사의를 표명한 박기영 보좌관을 비롯해 이른바 ‘황금박쥐‘ 멤버로 불리는 김병준 정책실장,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등의 거취도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청와대는 감사원 감사와 검찰조사가 나오면 그 결과를 토대로 인책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정부 책임론과 대통령 사과성명, 국정조사 등을 요구하고 있어 사정기관의 조사결과 전에 인책론과 관련한 결정을 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3.사법처리 수위

황 교수를 비롯한 핵심 관계자들의 사법처리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황 교수는 12일 데이터 조작을 시인했음에도 논문조작 지시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그러나 논문조작 자체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이 사법적 잣대를 들이댈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따라서 검찰은 논문조작 자체가 아니라 논문을 조작한 의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변호사들에 따르면 우선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사기죄다.

98년 이후 정부기관들로부터 약 620여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은 황 교수가 논문의 성과가 없음을 알고도 연구비를 타내기 위해 논문을 조작했을 경우 사기죄에 해당된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황 교수가 연구비를 연구와 전혀 상관없는 다른 목적에 유용한 것이 드러날 경우 업무상 횡령죄가 적용될 소지가 있다. 형량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이지만 횡령액이 5억원 이상일 경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돼 3년 이상의 징역, 50억원 이상일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황 교수가 지난해 김선종·박종혁 연구원 등에 제공한 5만 달러의 출처에 대한 규명도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황 교수팀이 지난해 1월 이후 난자를 획득하는 과정에서 부정한 돈 거래를 하거나 법에 규정된 난자수급 절차를 어긴 것이 드러나면 생명윤리법 위반에 해당된다. 따라서 12일 황 교수가 난자를 획득하는 과정에서 돈거래가 있었음을 시인한 이상 생명윤리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을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황교수의 ‘바꿔치기’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날 경우 무고혐의가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4.황 교수는 땅부자?

논문이 조작된 것으로 판명됨에 따라 가장 먼저 불거진 것은 ‘돈문제’. 특히 그간 국민의 혈세와 기업들의 지원금으로 조성된 연구비 유용에 대한 부분이다. 유례없는 천문학적인 지원금을 황 교수가 어디에 사용했는지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황 교수가 천문학적인 지원금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강력한 조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연구비의 용도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각종 루머들도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독실한 불교도로 알려진 황 교수가 ‘500억원대에 이르는 사찰을 구입했다’, ‘강남의 고급 아파트를 마련했다’는 등 미확인된 소문들이 나돌고 있다.

특히 황 교수가 지원받은 연구비를 언론플레이에 쓰는가 하면, 국회의원들에게 정치 후원금까지 전달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시사저널’은 10일 황 교수의 재산 내역과 정부 지원금·기업 후원금 내역을 공개해 새로운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황 교수는 수필집 ‘나의 생명 이야기’에서 ‘(1983년께) 결혼을 해서 열여섯 평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었는데 무작정 그 집을 팔아 경기도 황무지를 구입했다’며 ‘전 재산을 농장에 털어 넣었으니 전세 얻을 돈이 있을 리 만무했다… 그 아파트에서 무려 15년을 살았다’라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시사저널에 따르면 황 교수는 가난한 과학자와는 거리가 멀다.

황 교수는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일대 땅 6만7,500평을 가지고 있다. 황 교수는 83년 이 땅을 매입해 농장을 만들었는데, 최근 시세로 80억~100억원대를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황교수는 이 농장뿐 아니라 89년부터 경기도 화성시 신왕리 땅 2만2,000평을 산림청으로부터 1억9,460만 원에 매입했으나 2002년 송병락 전 서울대 부총장과 강용식 전 민정당 국회의원이 운영하는 연구소에 각각 1만1,000평씩 기증한 사실도 밝혀졌다. 황 교수는 또 농장 소유주인 황모씨 명의로 되어있는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에 장기간 거주했던(현재는 논현동 거주)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5.연구비는 어디에 썼나

황 교수팀이 그동안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민간기업에서 지원받은 연구비 규모와 사용처도 관심사다. 검찰은 황 교수의 연구비 수사에 대해서는 감사원의 감사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정부 지원금이 아닌 민간 지원금에 대해서는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98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과학기술부, 교육인적자원부, 경기도 등이 황 교수에게 지원한 연구비는 모두 623억원에 달한다. 또 황우석후원회는 자체 모금액 33억원 중 19억원가량을, 포스코도 2차례에 걸쳐 3억원을 지원하는 등 각종 후원회나 기업들의 지원비를 합치면 황교수팀에 지원된 돈은 1,0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과기부는 최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집행된 순수연구비 84억원 중 여비, 기술정보활동비 등 용처 파악이 쉽지 않은 금액이 8억2,000만원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황 교수에게 지원된 연구비의 규명이 쉽지 않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따라서 최근 논란이 된 김선종 연구원 등에게 보내준 5만달러의 출처를 비롯한 연구비의 용도 역시 검찰수사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 황우석-노성일 결별은 판교프로젝트 때문?

황우석 교수가 지난 12일 대국민사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판교프로켁트’를 언급, 새로운 파문을 예고했다. 이날 황교수는 사이언스 논문의 데이터를 과장한 책임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줄기세포 바꿔치기 의혹에 대해서는 미즈메디병원측의 자작극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 황교수는 ‘판교 프로젝트’를 들어 노성일 이사장을 정면으로 압박했다.

판교 프로젝트란 성체줄기세포치료제 개발업체인 메디포스트와 미즈메디병원이 1,000억여원을 공동으로 투자, 경기도와 성남시가 올 상반기 분양을 목표로 추진하는 20만평 규모의 판교벤처단지내에 여성전문병원과 줄기세포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하는 사업을 일컫는다. 오는 2010년까지 첨단 벤처단지가 들어설 판교는 막대한 시세차익이 기대돼 업체들의 경쟁이 예상되는 곳으로, 경기도 관계자에 따르면 노이사장은 지난해 7월 판교벤처단지에 부지 1만평, 연건평 1만5,000평 규모의 `바이오메디플렉스’를 조성키로 하고 소요부지의 할인 및 무상공급 가능성을 타진한 바 있다는 것이다.

황교수에 따르면 2004년 말 노이사장은 프로젝트 추진에 필요한 부지를 마련키 위해 경기도 고위인사를 만나는 자리에 동행해줄 것을 부탁했으나 황교수는 “내 이름이나 연구결과를 이용해 개인적 영업이득을 취할 생각이 없다”고 거절했다”며 “그것이 서운한 계기가 됐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노이사장의 협조를 거절한 것이 결별의 원인일 수 있다는 것. 노이사장은 검찰조사에서 밝혀질 것이라며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가운데, 위기에 몰린 황교수가 새로운 국면전환에 나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수향  thelotu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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