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전대표가 정기국회이후 이명박 전서울시장과 전면전을 벌일 것이라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내년 있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전에 이 전시장을 당에서 내침으로써 ‘박근혜 대세론’을 굳히겠다는 얘기다. 최근 정가를 떠도는 이명박-안희정 회동설, MB진영의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주장도 친박 진영을 자극하고 있다. ‘누가 나와도 한나라당 후보가 된다’는 5·31 지방선거 효과가 차기 대선에서도 나타날 것이라는 자신감도 엿보인다. 바야흐로 2007년 대선이 다가오면서 한나라당은 정권 재창출을 넘어 누가 대통령후보가 되느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달 13일 이명박 전시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정두언 의원이 의미 있는 글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이명박 전서울시장에 대한 일곱 가지 거짓말’이라는 제하의 글에서 정 의원은 이 전시장이 차기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항간의 괴소문에 조목 조목 해명했다. MB 병역문제부터, 분당설, 숨겨놓은 자식, 재산문제 등 이 전시장의 아킬레스건이 거론됐다. 이 글에서 정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들도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고 개탄해 당 외부용보다 내부의 친박 진영을 겨냥해 작성했다는 시각도 나왔다.
뜨거운 감자 ‘오픈프라이머리’
정 의원이 MB 옹호론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그간 MB와 친박 진영간 노출된 갈등이 단초가 됐다는 관측이다. 외형적으로는 지난 7·11 관리형 대표 선출과정에서 나타났다. 이명박-박근혜 대리전으로 치러진 이날 당대표에 낙마한 이재오 최고위원이 경선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후 MB진영에서는 국민과 당원 5:5 구성이 아닌 완전국민참여 경선방식인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들고 나왔다. MB진영의 이런 주장에 박 전대표는 몸소 나서 ‘변경은 없다’고 제동을 걸었다.
완전 국민참여경선제는 여권의 친노 진영에서 적극 검토되고 있는 안이다. 이런 가운데 이명박과 안희정 회동설이 정가에 파다하게 전해졌다. 친박진영에서는 대통령 오른팔인 안희정씨가 이 전시장을 만났다는 주장에 의혹어린 시선을 보내기 시작했다. 특히 노-이 연대의 시초가 오픈프라이머리 공감대 형성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대통령도 ‘외부선장론’을 언급하며 친박진영에 기름을 부었다. 연이어 여권의 한 중진 의원도 고건 전총리뿐 만아니라 이 전시장도 외부 선장론 대상에서 배제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그러나 이 전시장은 안희정과의 만남이나 노-이 연대론은 여권발 ‘음모론’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MB ‘경선전 결단내릴 것’ 파다
MB 진영과 친박 세력간 충돌은 그 결과에 따라 한나라당 분당과 직결된 중차대한 사안이다. 그래서 이 전시장은 탈당은 없다고 끊임없이 부인하고 있다. 그럼에도 당안팎에서는 경선전에 이 전시장이 모종의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친박진영 일각에서는 차라리 박 전대표가 선공을 날려서 사전에 MB를 정리하자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타진했다는 후문이다.
시기적으로 정기 국회가 마무리되는 12월을 D-day로 잡고 공격 방식은 경선룰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친박진영의 이런 주장 뒤에는 이 전시장이 한나라당에 있을 때 높은 지지도를 받고 있지만 당을 떠나면 거품처럼 사라질 것이라는 믿음도 한몫하고 있다. 또한 당내 경선방식을 두고 옥신각신하는 모습보다 사전에 내침으로써 대세론으로 가는 게 박 전대표 개인 대권 로드맵에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흥행이냐 대세론이냐
박 전대표가 측근들의 이런 주장을 수용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일단 당내 다수는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보다 정권 재창출에 더 목을 매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당내 유력 주자들도 한나라당 정권 재창출이 우선이라는 데 동의한 바 있다. 또 한나라당은 이회창 대세론에 안주해 지난 1997년과 2002년 2번의 대선에서 패배한 아픈 경험도 갖고 있다. 나아가 유력한 대선 주자가 중도에 하차할 경우 경선 흥행을 기대하기도 요원하다. 그렇다고 손학규 전경기도지사의 지지도가 갑자기 급등해 MB를 대체할 가능성도 현재로선 높지 않아 보인다. 이런 점이 박 전대표가 과감한 결정을 내리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실 박 전대표는 경선 흥행몰이와 대세론 그리고 정권 재창출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관건은 박 전대표가 이 전시장과 관계정립을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따라 판가름이 날 전망이다.
홍준철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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