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경은 자그마한 신체조건 탓에 연극을 포기할 뻔했으나 ‘백설공주를…’에서 반달이 역을 맡아 특유의 연기로 찬란하게 부활한 여배우.“키가 얼마나 돼요?”이 질문은 최인경이 탤런트 시험을 볼 때면 수없이 들었던 질문. 다른 사람들은 연기 시연을 하거나, 노래를 부르며 장기를 뽐내는데, 그녀는 언제나 이 질문을 받고 시험장을 돌아 나와야 했다. 뮤지컬을 하고 싶어 찾은 오디션 장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춤과 노래, 배역 연기에 걸쳐 3차로 나눠 진행되는 오디션에서 언제나 ‘미역국’을 먹었다. 1, 2차는 무사 통과인데, 항상 3차인 배역이 문제였다. 그녀라고 153cm라는 작은 키가 문제인 것을 모를 리 없었다.
포기하는 게 속편한 일인지 몰랐다. 하지만 그대로 주저앉고 싶지는 않았다. 하는 데까지 해보자고 도전하고 도전했던 것. 열심히 하다보니 기회도 찾아왔다. 우연히 출연하게 된 ‘백설공주를…’와 가수 이기찬의 뮤직비디오 ‘또 하나의 사랑은 가고’의 모티브가 맞아떨어지면서 큰 반향을 일으킨 것. 졸업 후 데뷔작인 ‘백설공주를…’로 유명세를 타 기분은 좋았지만, 이미지가 남성적으로 굳어지는 게 속상했다는 최은경은 “서른 이후에는 저도 섹시하다는 걸 보여 드릴게요. 기대하세요”라며 당찬 모습을 보인다.
‘소매 속 여행 호두까기 인형’은 주인공 소녀 마리가 크리스마스 전날 밤 선물로 받은 못생긴 호두까기 인형이 생쥐왕과 전투를 벌이고 승리를 거둬 멋진 청년으로 변신한다는 줄거리다.생쥐왕을 물리친 호두까기 인형과 마리가 옷 소매 속으로 들어가 신비한 나라를 여행하다 현실세계로 돌아오는 것으로 원작은 끝이 나지만, 뮤지컬은 이 ‘여행’ 부분을 키워 새로운 드라마로 재구성했다.주인공들의 성격도 원작과는 조금 다르게 그려진다. 생쥐대군을 물리치는 용맹스런 호두까기 인형을 뮤지컬에선 나약하고 소심한 인물로, 마리는 그러한 호두까기 인형을 강하게 이끄는 캐릭터로 설정했다.
호두까기 인형을 수행하는 ‘말탄기사’ 등 원작에 나오지 않는 인물들도 여럿 등장한다.‘가족뮤지컬’이라는 타이틀을 달았지만, 주인공 소녀의 성장과정, 러브 스토리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점에서 아이들 뿐 아니라 성인관객들까지 주 타깃으로 하고 있다.‘백설공주…’에 이어 또다시 동화 소재의 작품에 출연하는 최인경은 “동화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꿈과 환상은 사람을 성장시킨다. 작품을 통해 관객들이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허물 수 있다면 뿌듯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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