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막말 TOP 10] 20대 국회, 진화하는 막말 정치
[정치인 막말 TOP 10] 20대 국회, 진화하는 막말 정치
  • 강민정 기자
  • 입력 2019-09-06 18:32
  • 승인 2019.09.06 20:29
  • 호수 1323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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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직책, 남녀가 따로 없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국회는 여야 간 협치와 공존을 바탕으로 운영돼야 하는 곳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회의 경우 근거 없는 비하와 비방으로 점철된 ‘막말’이 고질병이 돼 버렸다. 일요서울은 모두가 화합하는 한가위의 정신이 국회에도 깃들어 협치, 상생, 공존이라는 본연의 가치를 되찾고, 막말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추석특집으로 20대 국회에서 회자됐던 막말을 찾아봤다.

최근 국회에서 '막말'이 오가고 있다. 일요서울은 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20대 국회에서 회자됐던 막말을 찾아봤다.
최근 국회에서 '막말'이 오가고 있다. 일요서울은 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20대 국회에서 회자됐던 막말을 찾아봤다.

- ‘조국 블랙홀’·‘패스트트랙 정국’…‘막말’ 키워드, 性·비하·신조어
- 이호은 교수 “‘계산된 막말’…정치인에겐 전투력 과시 압박감”

최근 정치권에서 오간 거친 언사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국민들은 때로 당혹감도 느꼈다. 정치인들이 민의를 나라 운영에 반영하기 위한 상생과 협치에 노력을 기울이기보다 각자의 주장을 내세우기 위해 거친 말도 서슴지 않기 때문이다.

시대적인 변화도 이들의 ‘막말’을 부추기는 데 한몫했다. 언론의 수가 늘어 전파력이 더욱 강해졌고, 영상이 새로운 전달 매체로 급부상하면서 전체적인 맥락보단 편린을 소비하는 경우가 늘었다. 

이에 의원들이 대중의 주목을 끌기 위한 ‘한방’을 노려 발언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그러다 보니 ‘막말’이 나오게 되는 구조라는 풀이다. 최근 의원들이 선수, 직책, 남녀 등 ‘가릴 것 없이’ 막말을 쏟아내는 양상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이런 현상을 두고 품격 있는 말을 한 국회의원에게 수여하는 ‘국회를 빛낸 바른정치언어상’ 주최기관인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의 고문인 이호은 청운대학교 방송영화영상학과 교수는 “정치인들의 막말은 ‘계산된 막말’이 많은 것 같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당내에서도 ‘정치인에겐 전투력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나오기도 하고, 이런 것들이 초선 의원들에겐 압박감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며 “본의 아니게 반은 의도된 막말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풀이했다.

일요서울은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막말의 홍수 가운데서 최근 도마에 올랐던 10가지를 추렸다. 이를 살펴보니 ‘성희롱·성차별’, ‘비하’, ‘신조어’ 등으로 분류됐다.

‘막말’로 ‘막말’ 막기?

요즘 국회에서 가장 ‘핫’한 인물은 조국(54) 법무부장관 후보자였다. 조 후보자와 그의 가족을 둘러싼 여러 의혹이 제기돼 청문회가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여야는 청문회 일정을 합의하는 과정에서부터 신경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김정재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31일 ‘또다시 드러난 조국의 위선, 더 이상 국민 우롱 말고 사무실의 꽃 보며 자위(自爲)나 하시라’라는 제목의 논평을 발표했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서면 브리핑을 발표해 김 대변인의 발언에 문제 소지가 있으며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정 대변인은 “자위는 ‘스스로 위로한다’는 뜻의 한자어지만, 수음(手淫)을 다르게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라며 “중의적 표현이라지만, 문장의 맥락상 이는 명백히 조 후보자를 조롱하고, 성적 희롱하는 표현이며, 국민을 모욕하는 발언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대변인은 이튿날인 지난 1일 “민주당은 온갖 성적 상상력을 동원해 ‘위선자 조국’에 대한 물 타기에 여념이 없다”며 “‘조국 지키기’에 혈안이 돼 자위라는 일상의 용어마저 금기어로 만들겠다는 민주당의 성적 상상력에 한숨만 나온다”고 반박했다.

조 후보자의 청문회 일정을 두고 여야가 기싸움을 벌이던 지난달 23일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청문회를 3일간 열자’는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주장에 대해 “정치를 매사 정략적으로 할 거면 집에 가서 다른 일 하는 게 낫다”고 말해 빈축을 샀다.

이에 대해 한국당 여성의원과 당원들은 지난달 25일 “상식 이하의 여성 비하 발언”이라며 “나 원내대표가 여성이기에 퍼부은 비아냥과 조롱”이라고 강하게 규탄했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 역시 ‘조국 정국’ 때 막말이 불거졌다. 이 대변인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 브리핑을 마치고 국회 출입 기자와 입씨름을 하는 과정에서 “이러니 ‘기레기(기자+쓰레기)’ 소리를 듣는다”고 말해 논란을 샀다.

대변인의 브리핑은 정론관에서 발표하는 ‘온브리핑’과 발표 후 기자들과 간단한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백브리핑’으로 나뉜다.

이 대변인은 브리핑 이후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지난 2일 있었던 조 후보자의 기자간담회 장소 대관이 국회 사무처 내규 위반이라는 논란에 대해 묻는 기자에게 “그렇게 변죽 울리는 방식에 협조하고 야당의 스피커가 되는 방식을 하면서 지금 사실상 볼펜이 일제니 아니니 그런 것에 집착할 때 아니냐”며 다른 답변을 내놨다.

답을 듣지 못한 기자가 논란 관련한 당의 입장을 재차 묻는 과정에서 이 대변인은 ‘기레기’를 언급해 도마에 올랐다.

논란이 확산되자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내가 대신 사과하겠다”며 “부적절한 표현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반면 이 대변인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에서 “‘이러니 기레기라는 말 듣는 것 아니냐’는 말은 나도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도 “질 낮은 취재에 대한 반성 없이 사건을 부풀리며 호도하려는 것에는 더욱 유감”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앞서 한선교 한국당 의원 역시 기자들에게 던진 막말로 파문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한 의원은 지난 6월 3일 회의장 밖에서 취재를 위해 대기하던 기자들이 앉은 채 이동하자 그 사이를 지나가면서 “걸레질을 하네”라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이 말은 당시 한국당 의원들이 연일 뱉은 ‘막말’과 맞물려 더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는 이날 입장문을 발표해 “기자들의 취재 환경이 열악해 고생한다는 생각에서 한 말로 상대를 비하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표명했다.

청문회에서 “아내 관리 못한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와 최기영 과학정보기술통신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진행된 지난 3일, 정갑윤 한국당 의원은 미혼인 조 후보자에게 “한국 사회가 가장 큰 병폐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출산율이다”라며 “조 후보자가 참 훌륭한 분인데 그것(출산)까지 갖췄으면 정말 100점짜리 후보자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또 최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에서 박성중 한국당 의원은 “아내 하나도 제대로 관리 못하는 사람이 엄청난 R&D(연구개발) 예산이 있는 과기부장관으로 온다는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해 ‘성차별 망언’이라는 지적을 받아야 했다.

특히 ‘막말’로 고생을 한 인물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다. 나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통과에 반발해 장외투쟁을 하던 지난 5월 11일 대구에서 열린 규탄대회에서 “KBS 기자가 (독재에 대해) 물어봤더니 ‘문빠’, ‘달창’ 이런 사람들한테 공격당하는 거 아시죠”라고 했다. 달창은 스스로를 ‘달빛기사단’이라 칭하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을 비하하기 위해 만들어진 ‘달X창X단’의 줄임말이다. 

논란이 거세지자 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문 대통령의 극단적 지지자를 지칭하는 과정에서 그 정확한 의미와 표현의 구체적 유래를 전혀 모르고 특정 단어를 썼다”며 “인터넷상 표현을 무심코 사용해 논란을 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해명했다.

이 교수는 국회의 막말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선 “국회의원들이 각성해야 한다”며 “여야 할 것 없이 의원들이 모여 자신들의 의사 발언에 대해 성찰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민정 기자 km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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