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인터뷰 ②] 이수정 교수 “해체 가정, 부모 대신할 ‘무언가’ 빨리 찾아야”
[추석특집 인터뷰 ②] 이수정 교수 “해체 가정, 부모 대신할 ‘무언가’ 빨리 찾아야”
  • 조택영 기자
  • 입력 2019-09-06 18:18
  • 승인 2019.09.06 1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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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살해’, ‘아동학대’, ‘방임’ 등 사건, 어느 때 보다 많아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 [뉴시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 [뉴시스]

장대호같은 사회화된 구성원’, 고립된 생활 속 사회적인 규범의 끈놓아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사건사고가 불거지면 매스컴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 바로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다. 그는 대한민국 1세대 프로파일러로도 유명하다. 연구 활동 등 바쁜 일정에도, 누구보다 활발하게 범죄를 분석하며 대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이 교수의 자문 등 여러 공익적인 활동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일요서울은 민족 대명절인 추석을 맞아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와 인터뷰를 통해 대한민국 범죄를 진단해 봤다. 지면의 한계로 다 담지 못했던 인터뷰 내용을 추가로 공개한다.

- 한강 몸통 사건 장대호가 자수를 한 이유는 무엇이라 보는가.

장대호는 좀 특이한 캐릭터다. 혼자 오랫동안 표류하며 살았고, 공식적으로 고등학교 중퇴였다. 가족이 있을 때 가족을 전혀 만나지도 않고, 거의 혼자가 지내다시피하면서 사이버 공간에서만 주로 활동을 했던 사람이다. 오프라인에서는 비정규직 모텔방이나 노래방, 안마방 이런 곳을 떠돌아다니면서 생활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 게 장대호에게 굉장히 광범위한 피해 경험을 유발했던 것 같다. 그게 결국 누적이 돼서 자신의 여러 가지 불안정한 상황에 대한 이유가 소위 진상손님 때문이다이런 식의 잘못 오인을 하는 것이다. 결국 진상손님을 척결해야 된다는 생각을 평상시에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어느 날 터진 것이다. 일종이 시한폭탄 같이 불만이 쌓여있던 것이다.

자수는 당초 손이 발견되니까 더 이상 도주하기 어렵다고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의 분노 폭발과는 틀림없이 거리가 있다. 만약 합리적인 사람이 자수를 했으면 카메라를 들이댔을 때 눈물을 흘리면서 반성을 해야 본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을 알 텐데, 장대호는 자수를 해놓고 사망한 피해자에게 마구 악담을 했지 않느냐. 그런 모습들이 자신에게 굉장히 불리하게 작용할 텐데도 그런 식의 행동을 한 것은 오랫동안 비사회화가 돼서 상황에 대한 분별력 등이 상당히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사람은 오프라인에서 사람을 계속 만나고 친사회적인 활동을 해야 지배적인 사회의 규범이 내면화가 되지 않느냐. 사회에서 적대감은 어떤 식으로 표현해야하고, 사회적으로 용인된 방식은 무엇인지 등을 습득할 수 있는 것이다.

장대호는 소위 히키코모리 신드롬처럼 사회적인 끈을 놓은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사이버 활동을 통한 판타지 세상 속에서 사는 것이다. 그 공간에서는 직접 복수를 해도 큰 문제가 안 된다. 많은 게임의 메인 스토리가 리벤지(revenge복수)이지 않느냐. 폭력적인 활동을 용인해주고, 내가 당한만큼 갚아주고 이런 종류의 행위의 정당성이 생긴다. 이런 종류의 사고방식이 생기는 것이다. 병적인 특성이 점점 심화되는 것이다. 그것도 반사회적인 형태로. 결국에는 행동으로 옮긴다. 사실 장대호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런 비사회화된 구성원이 돌방행위를 한 케이스는 PC방 살인부터 노래방 토막 살해 등 꽤 많은 사건이 있다. 이들의 사고방식에서는 장대호처럼 어떤 일을 당하면 사람을 죽이고, 난도질해도 그게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마음대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냥 일반적인 분노라고만은 표현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더 있다는 것이다. 일본 같은 경우는 히키코모리 신드롬이라고 얘기를 할 것이고. 정확하게 얘기하면 극도로 고립된 생활 속에서 사회적인 규범의 끈을 놔버리는 것이다.

- 아동청소년에 대한 관심을 강조하셨다. 교육부에서 아이들을 학교 밖으로 절대로 보내면 안 된다는 지적이다. 가정에서는 어떻게 대처해야될까.

내가 볼 때는 학교에서 털린(쫓겨난) 애들의 가정은 이미 해체됐다. 과거 같은 가치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는 부모들과 부모 노릇을 할 수 없는 부모도 많아졌다고 생각한다. 이게 지금의 영아살해, 아동학대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이유다. 아동학대는 지금 굉장히 많은 증가 추세를 보인다. 아동학대, 방임 등 사건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지금이 많아졌다.

국가 예산을 아동청소년 보호에 훨씬 더 많이 투입해야한다. 또 해체된 가족의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무언가를 빨리 찾아야 한다. 외국에서는 선례가 있다. ‘포스터 케어. 부모가 무책임해지고, 마약 중독자들이 많이 늘어나고, 애는 낳아놓고 제대로 돌보지도 않고. 결국에는 부모의 기능을 대체하는 게 포스터 케어이지 않느냐. 한국은 친권 제한을 잘 안하는 나라다. 암만 학대를 해도 친권을 없애지 않는다. 부모 대신에 보호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후견인을 마련한다든지, 뭔가 대안이 있어야한다.

- 현재 대비하지 않으면 더 큰 범죄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을 이대로 놔두고는 중과부적이다. 랜덤 채팅 앱이 모든 아이들을 성매매로 끌어들이고, 성 산업이 난무하는 대한민국이다. 엄마, 아빠가 멀쩡하게 안방 또는 마루에 앉아있어도 애가 성폭행 피해를 당하러 나가지 않느냐. 랜덤 채팅 앱이나 이런 것들을 두고 어떻게 애들을 보호하겠느냐. 이제 SNS 등 온라인에 대한 표현의 자유권을 그대로 나둬도 되느냐를 고민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양진호가 재벌이 되도록 놔둔 게 누구냐. 양진호가 첨단의 IT 기술로 갑부가 된 것이 아니다. 그게 다 우리 사회가 놔둔 것이다.

조택영 기자 ct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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