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여러 가지 문제를 수습하느라 입법과 관련 마무리 지어야 할 일들을 하지 못해, 그 부분을 정리하고 있다. 또 틈틈이 신년 계획도 세우고 있고, 그동안 소홀했던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12월30일 원내 부대표단에서 물러난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의 일상사다. 2005년, 나 의원은 공보부대표로서 바쁘게 뛰어다녔다. 입맛 까다로운 정치부 기자들도 “논란의 여지가 있는 굵직한 정책에 대해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게 브리핑한다”고 호평했을 정도. “준비된 원고를 읽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회의가 끝나자마자 브리핑을 하는 경우도 있고, 구체적으로 방향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기자들 앞에 서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부족한 부분은 공보담당자가 채워야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했던 적은 있었을까. 짧은 생각 뒤 나 의원은 “긴장의 반복”이라는 말로 대신했다.
“여야간 첨예한 갈등이 빚어지는 사안에 대해서는 수위를 판단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가장 어렵다. 비판의 수위가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 뉘앙스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나 의원은 ‘대변인’과 ‘공보부대표’의 역할을 이렇게 정리했다. “대변인이 화려한 수사로 승부한다면, 공보부대표의 역할은 사실 전달과 정보 제공, 논리적인 설득과 상대방 주장에 대한 논리적인 비교에 있다. 간단히 말해 논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논리적 비판이다.”‘공보담당자 나경원’에 대한 자평을 주문했다. “가능하면 감정적인 부분을 배제하고, 사족을 달지 않으려 했다. 판사 시절 몸에 밴 버릇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너무 ‘드라이’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감정과 사견을 배제하는 나 의원이지만, 여당의 사학법 개정안 강행처리에 대해선 목소리를 높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의회독재의 시도”라고 여당을 몰아세웠으며, “입법부의 존재가치가 없어졌다”고 성토했다.
그렇다면 개인적 견해와 다른 브리핑을 해 본 적이 있을까. “불법도청 ‘X파일’ 수사와 관련해 한나라당은 도청테이프 내용을 모두 공개하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전직 판사로서 불법성이 있는 도청테이프 내용을 정치적 입장에서 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바쁜 와중에도 나 의원은 장애인·북한주민·청소년·외국인근로자·수용자 등 소외된 계층의 인권보호를 위한 입법정책과 제도개선에 정성을 쏟았다. 자폐아 조기진단, 장애영유아 교육지원, 형사절차상 여성장애인 인권개선 방안 등이 그것이다. 특히 17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출범, 그가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국회 연구모임 ‘장애아이 We can’은 소문이 자자하다. “장애인의 문제는 특별한 영역이 아니라 일반적인 영역이다. ‘장애아이 We can’의 가장 큰 성과는 장애인의 문제가 보건복지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부 청소년위원회 등 각 부처내의 문제라는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됐다는 데 있다.”‘얼짱 의원’이라는 닉네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조심스레 물었다. “‘인상이 좋다’는 칭찬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성 앞의 수식어는, 그 사람의 모든 것을 그 이미지로 제한한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실제로 일하는 여성은 실력과 능력이 있음에도 이미지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이들은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나 의원은 정치에 입문하기 전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입장에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법을 입안하는 입장이다. 나 의원은 “판사와 국회의원은 행동양식과 사고방식이 다른 영역”이라면서 “그럼에도 입법활동은 보람된다”고 말한다.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던 부분이 있다면 입법권을 이용, 한 번에 큰 틀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통점도 있다는 게 나 의원의 지적이다. “판사는 원·피고의 얘기를 잘 들어야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또한 국회의원은 국민의 소리, 관련 이해 당사자의 얘기에 귀를 기울여야 제대로 된 법안을 만들 수 있다.”
# 정동영-영남 김근태-호남으로 간 까닭은
정동영 전통일부 장관과 김근태 전보건복지부 장관이 당 복귀를 완료, ‘2·18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레이스에 돌입했다. 그러나 같은 시기 당에 복귀한 신고식은 그 방향에서부터 다르다. 먼저 평당원인 정 전장관은 8일 부산을 시작으로 경남지역을 방문해 ‘영남 민심’과 ‘당심’을 청취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지난 2일 일찌감치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역 순회 중인 김 전장관은 6일에는 광주 망월동 5·18 국립묘지를 참배하는 등 ‘호남 민심’ 잡기에 나섰다. 7일에는 민주평화국민연대 회원 등 자신을 지지하는 의원 및 당원들과 함께 계룡산에서 신년맞이 산행에 나서고 8일에는 행정중심 복합도시 건설현장을 찾는 등 충청지역을 방문했다. 한편 이들의 엇갈린 행보와 관련 다양한 해석이 줄을 잇는다. 우선 ‘신중함’의 대명사인 김 전장관은 발 빠르게 당 복귀 절차를 밟으며, 역동적인 이미지 각인에 주력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평소 추진력과 순발력이 강점인 정 전 장관은 숨을 고르며 당 복귀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부>
이금미 nick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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