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관리 투철하고 민주적 의사수렴 중시
자기관리 투철하고 민주적 의사수렴 중시
  • 이인철 
  • 입력 2005-01-13 09:00
  • 승인 2005.01.1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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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문 전청장이 임기 2개월을 남긴 채 돌연 사표를 제출해 관심을 끌었던 차기경찰총장에 허준영(55) 서울지방경찰청장이 내정됐다. 외무고시 출신인 허 내정자는 업무능력과 개혁성향이라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는 전언이다. 김종민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허준영 차기 경찰청장 내정에 대해 “경찰조직의 원활한 운영과 연초 경찰 정기인사 활성화를 위해 자진용퇴 의사를 밝힌 최기문 경찰청장의 뜻을 높이 평가한다”며 “최 청장의 뜻을 존중해 치안공백 방지와 조직의 조기안정을 위해 후임자를 내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외무고시 출신 첫 경찰청장

김 대변인은 또 “허청장의 경우 개혁적이고 우수한 업무능력을 인정받을 뿐 아니라 유연하고 친화력있는 성품으로 경찰조직내외에 신망이 두터운 것이 발탁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대구 출신으로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허 내정자는 경찰간부로는 특이하게 외무고시(14회)출신이다. 그는 국제연합국장, 주UN 공사 차석대사, 주 헝가리 대사를 역임하는 등 외교부에서 일했다. 그러나 정든 외교부를 떠나 1984년 경찰에 입문했다. 이후 외교전문성을 살려 홍콩주재관 등을 거치며 경찰내부의 외교통으로 자리를 굳혔다.

또 남대문서장, 경북경찰청 차장, 강원경찰청장 등을 거쳐 서울경찰청장에 재직중이다. 참여정부 출범당시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실 치안비서관을 역임하는 등 현정부의 수뇌부와의 관계도 원활한 편이다. 허 내정자는 최종낙점단계에서 4명의 후보군과 치열한 경합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추진능력과 개혁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지역이 관건이 됐다. 최 청장과 동향인 대구출신이라는 점이 임명에 걸림돌로 작용, 마지막까지 진통을 겪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참여정부의 경찰개혁을 지속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이 우세해 최종 낙점됐다. 또 논란이 됐던 지역안배는 경찰청장 영남출신, 서울청장 호남출신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허 내정자의 발탁에는 서울청장으로 재직하면서 굵직한 사건을 무난하게 처리한 점도 고려됐다.

그는 지난 한해 유영철 연쇄살인사건, 프로야구 병역비리사건, 수능시험 부정사건 등 사회적 파장을 몰고 왔던 커다란 사건들의 한 가운데 있어 주목을 받았다. 특히 유영철 사건 당시에는 직접 공개브리핑을 해 화제를 낳았다. 그러나 수능비리사건을 두고 최기문 청장과 잠시 잡음을 낳기도 했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수사방침에 대해 “수사가 구체적으로 진행되지도 않았는데 이를 언론에 발표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서울청장이 오버하는 것 아니냐”는 최 청장의 말이 전해지면서다. 이 때문에 차기인사후보군 중 한 명이었던 허 내정자가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눈총을 받기도 했다.

직원들과 대화 적극적

하지만 경찰 내부의 평은 호의적이다. 자기관리가 투철하고 민주적 의사수렴을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평소 부하직원들에게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할 정도로 개방적이며 직원들과의 대화에도 귀를 기울이는 스타일이라는 평이다. 실제 허 내정자는 종종 경찰 내부전산망에 격려의 글을 올려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우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9일엔 ‘자랑스러운 서울경찰에게’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잘못된 사회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의 한 가운데에 바로 우리 경찰이 있다”며 탄핵, 유영철, 성매매단속, 수능부정 사건 등 다른 어느 해보다 바쁜 나날을 보낸 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그는 또 “범인 검거과정에서 동료들이 순직한 사건을 결코 잊을 수 없다”며 상기한 뒤 “시간이 지나면서 경찰 업무의 위험성을 알리고 처우개선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계기로 승화됐다”고 평가했다.

수능부정사건에 대해선 “서울청 사이버수사대가 광주에서 발생한 수능부정 사건이 전국에서 일어났을 가능성을 지나치지 않고 신속히 수사에 착수, 전국에서 부정행위가 이뤄진 사실을 밝혀냈다”고 높은 점수를 줬다. 허 내정자는 지난해 8월에도 전 직원에게 e-메일을 보내 직원들을 격려해 화제를 낳았다. 그러나 허 내정자의 앞길은 그리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당장 검찰과의 수사권 독립과 관련한 난제가 기다리고 있고 경찰관 순직사건에서 보듯 직원들의 근무환경과 처우개선 목소리도 높다. 최 청장이 인사, 예산 등을 소리없이 해결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 가운데 개혁성과 업무능력을 높게 평가받은 허 내정자가 참여정부의 경찰개혁을 어떻게 마무리 지을지 주목된다.

이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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