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션 주인에서 시인으로 거듭
펜션 주인에서 시인으로 거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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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5-01-27 09:00
  • 승인 2005.01.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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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제 구조라해수욕장 인근 윤돌섬이 바라보이는 언덕배기에 지난해 7월 펜션 겸 카페를 차려놓고 장사도 하고 시도 쓰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김옥곤(47)씨. 그는 요즘 펜션 앞 뒤뜰에 돌탑 쌓는 재미에 살고 있다. 한 개 쌓을 때마다 한 이틀씩은 앓아누울만큼 고되지만 어느덧 그렇게 쌓은 돌탑이 벌써 네개나 된다. 거제 장승포가 고향인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에 다녀온 직후 대구에서 객지 생활을 시작했다.

그 때가 1981년 5월. 형이 경영하던 종업원 십여명의 피복공장 관리를 맡아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3년후 양복점을 내고 그 와중에 아내(김정남·43)를 만나 결혼도 하게 된 김씨. 그러나 90년대초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어 사업에 실패하게 된 그는 2001년 가족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리고 흑염소 방목 및 생칡즙 팔기 등을 하며 생계를 꾸려오다 노모도 모실 겸 가실바꾸미에 다시 터를 잡았다. 그러던 중 대구에 있을 때 조금 모은 돈으로 사둔 윤들 땅 300여평에 지금의 펜션을 짓게 된다.

처음 해보는 건축 일에 고생도 많이 했지만 이 일에 뼈를 묻을 생각을 하니 숨을 쉴 만하다는 김씨. 유달리 시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그 사이에도 틈틈이 계속 시를 써왔다. “83년에 이미 몇몇 문우들과 함께 거제생활문학회(현재 ㈔거제문인협회의 모태)도 만들었고,94년초엔 ‘한맥문학’에 신인상을 받으며 정식 등단하기도 했다. 동인지는 24권이나 냈고, 발표한 시도 100편이 넘지만 아직 내 이름으로 된 시집은 하나도 없다”는 김씨.“내 인생에 정말 괜찮은 시 한 편 남겨보는게 소원”이라는 그는 “딸들이 시집 내주겠다고 하니 그때까진 그 비슷한 시라도 한 편 써야 할텐데…”라며 머리를 긁적였다.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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