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큰 걸음’…그가 움직 인다
연초부터 ‘큰 걸음’…그가 움직 인다
  • 이인철 
  • 입력 2005-02-03 09:00
  • 승인 2005.02.0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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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프라자 호텔에서 열린 충청남도-경기도 상생발전 협약식에서 손학규(왼쪽) 경기지사와 심대평 충남지사가 협약 체결 후 악수를 하고 있다.박근혜 대표, 이명박 서울시장과 함께 한나라당 대권후보 ‘빅3’를 형성하고 있는 손학규 경기도지사가 연초부터 큰 걸음을 내딛고 있다. 2005년 정치권에서 가장 주목받을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손 지사는 외국기업의 투자유치, 충청권과 유대강화, 당내 인사들과 활발한 접촉 등 차기주자로서 확고한 위치를 다지기 위해 노력 중이다.

손 지사가 최근 가장 주력하며 정성을 쏟고 있는 분야는 ‘경제’다. 올 한해 경기도정의 최고 목표를 일자리 창출에 둘 만큼 의욕적으로 ‘경제올인전략’을 펼치고 있다. 손 지사는 지난 1월 26일 경기도청에서 가진 연두 기자회견에서 “올해 예산이 지난해 보다 8.4%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경제투자예산은 오히려 18%나 늘렸다”며 “올해 26만개 등 오는 2008년까지 4년 동안 모두 10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어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을 견인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CEO 도지사가 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1월 3일에도 경기도 상공회의소 연합 신년 인사회에서 “최선의 복지는 경제활성화와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서 나온다”며 “2005년 경기도정 최종의 목표를 일자리 창출에 두겠다”고 밝혔다.

취임 2년여간 56개 해외첨단기업(123억불)을 유치한 커다란 성과를 이어 나가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특히 연초부터 유럽방문을 통해 독일 머크사의 1,000억불 투자유치, 프랑스 까르푸와 MOU를 체결하는 등 타 지자체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그러나 손 지사의 경제올인전략은 향후 대권행보와 무관치 않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손 지사는 연두기자회견 자리에서 “지금은 대권보다 경제살리기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 관심을 가지고 총력을 기울일 때”라며 대권행보와 무관함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CEO형 지도자로 부각시켜 대권 승부수를 던졌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내실을 다지면서 한편으로 타 후보군과의 차별화를 꾀한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유신시대 이미지가 강한 박근혜 대표와 근대화 시대 개발형 이미지가 강한 이명박 서울시장과 차별화된 CEO형 이미지로 자신을 부각시키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충남도와 상생발전

최근 충청권과의 교류에 세심한 배려를 기울이고 있다. 손 지사는 심대평 충남지사와 지난 1월 27일 ‘지역 상생발전 협약’을 체결했다. 양 자치단체장은 경기남부와 충남북부지역을 자동차 및 IT-디스플레이 초광역 클러스터로 조성, 양 도(道) 경계지역에 첨단산업단지 공동 조성, 양 도 경제자유구역 지정 공동추진, 실무공동추진단 구성·운영 등 4개항에 합의했다. 신행정수도 이전문제로 인해 수도권과 지방간의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지자체간의 협력사업이 활발히 전개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손 지사도 “이번 협약체결은 수도권-비수도권이 서로 협력해 잘 살자는 의미에서 체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관심이 모아졌던 행정수도이전과 관련 후속대책은 빠져있다. 하지만 손 지사는 충청권의 숙원인 행정수도 후속대안과 관련 “이 문제가 더 이상 정략적으로 이용되거나 국론분열을 조장시켜서는 안되고 위헌판결로 인한 충청도민의 상처도 보듬을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며 “이런 원칙에 따라 국회논의가 전향적으로 진행되길 기대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손 지사는 특히 “전향적이라는 의미는 후속대안이 성사되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며 한나라당도 국회 논의과정에서 자신이 제시한 원칙에 입각해 전향적으로 협의하고 합의하길 바란다”고 설명해 한나라당도 대안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실상 충청권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는 데 동조한 셈이다. 일각에선 한나라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손 지사가 충청권 민심잡기에 나선 것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 충남, 충북, 대전, 강원 등 경기도 와 인접하고 있는 시도와 협력사업을 모색했던 경기도가 가장 먼저 충남을 선택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때문에 손 지사가 행정수도이전 반대이후 이 지역에 불고 있는 반한나라당 정서를 감안, 충청권 민심을 껴안기 위해 먼저 손을 내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치원로들과 활발한 접촉

손 지사는 지자체 단체장으로서의 행보와 별도로 정치행보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당내 소장파들과 지난해 말 별도로 만나 당의 진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정치권의 큰 관심을 받았다. 일각에선 당내 후보군 중 개혁성이 가장 강한 손 지사와 당 내부 개혁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소장파가 연대할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다. 연초에는 김영삼·김대중 전대통령과 이회창 전총재 등을 잇따라 방문하기도 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손 지사가 당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손 지사는 1월초에 단행된 한나라당 당직개편과 관련, 모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주도세력 교체론’을 폈다. 그는 또 당직개편에 대해 “박 대표가 효율적으로 당을 장악해서 운영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며 “주도세력 접근이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일은 아니며 지금 당직개편을 그런 큰 계기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해 비판적으로 바라봤다.

특히 “낙동강 다수만 갖고는 결코 집권을 다시 할 수는 없다”며 “외연을 넓혀나가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을 바꿔나가지 않으면 안 되고, 주도세력이 교체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뜻”이라고 주도세력 교체론을 설명했다. 지자체장으로 당선된 이후 상대적으로 중앙정치와는 거리를 둔 손 지사가 향후 당내 문제와 관련, 분명한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모 시사주간지가 국회의원, 교수, 정치부 기자 등 전문가 집단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 대표와 이 시장을 제치고 차기 한나라당 후보 1위에 꼽힌 손 지사. 그러나 관건은 ‘빅3’ 가운데 상대적으로 낮은 국민 인지도를 어떻게 끌어올리느냐가 손 지사에게 남은 과제다. 이를 위해 손 지사가 펼치고 있는 성공한 CEO 도지사 전략이 어떤 성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이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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