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철학서 ‘희망의 원리’ 완역
독일 철학서 ‘희망의 원리’ 완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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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5-02-15 09:00
  • 승인 2005.02.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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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설호(50·한신대 독문과) 교수가 도를 닦듯 정진 끝에 내 놓은 10년만의 결실이 새삼스럽다. 내로라 하는 이론가들이 하듯, 시대의 성감대처럼 불거진 문제들에 대해 직접적인 논급을 하는 것은 아니다. 독일 철학자 에른스트 블로흐(1885~1977). 그 간 국내에는 인문 철학과 사회 과학을 오가는 방대한 사유 체계 때문에 제대로 소개될 기회가 없었던 블로흐의 주저 ‘희망의 원리’가 국내 최초로 완역된 것이다(열린책들 펴냄). 이번에 모두 5권으로 번역된 이 책은 마르크시즘과 기독교 사상이라는, 일견 잘 화합하지 못 할 것 같은 두 사상을 융화시켜 이상의 사회를 설파하고 있는 독특한 사상의 얼개가 묘파돼 있다. 지난해 10월 매장에 깔린 책은 자유와 질서가 궁극적으로 합일되는 이상적 사회 개혁의 독특한 비전을 제시, 독자층을 확보해 가고 있다.모두 17종으로 나눠진 블로흐 저작 목록을 보여 주면서, 그는 방대한 분량에 비한다면 이번에 자신이 이룬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표정이다.

너무나 어려워 영어판으로도 간행된 바 없다(‘유물론의 문제, 그 역사와 실체’등)거나, 영어판을 읽어 보았는데 번역이 형편없었다(‘희망의 원리’)는 등 촌평이 곁들여진 리스트였다. 그 동안 국내의 블로흐 연구는 말 꺼내기조차 민망스러울 수준이다. 국내 철학박사 500여명 중 전공자가 두 명 남짓.대학가에서 박 교수는 몇 안 되는 전담 번역자로 손꼽힌다. 1990년대 후반부터 블로흐 하면 박 교수로 굳어졌다. 마치 카뮈 하면 김화영, 하이데거 하면 이기상, 보드리야르 하면 배영달 등으로 등호가 매겨지듯, 블로흐 하면 박 교수인 것이다. 블로흐의 대작 한 편을 막 완역한 올해, 그는 그 동안 소홀히 했던 쪽으로 시간을 바칠 작정이다.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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