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 김재윤 
  • 입력 2005-02-18 09:00
  • 승인 2005.02.1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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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가 김민수 전 서울대 미대 교수를 오는 3월 1일자로 재임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김 교수는 학교측 조치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재임용 거부처분 취소 청구 소송 승리 이후에도 여전히 학교측과 투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그의 속사정을 직접 만나서 들어보았다.김민수 교수는 재임용 거부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승리했지만 여전히 대학본부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며 학교측과 싸우고 있었다. 학교측의 재임용 결정 방침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분노에 차 있는 얼굴이었다. 김 교수는 “학교측은 서울고법의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복직’ 이 아닌 ‘재임용’ 할 것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마치 나에게 선심을 쓰는 것처럼 언급하고 있다” 며 분통을 터뜨렸다.그를 만나 복직 투쟁을 벌이고 승소 판결을 얻기까지 지난 7년여간의 심경과 앞으로의 투쟁 방향에 대해 들어 보았다.

- 소송에서 승리한 소감은.▲승소 판결을 받았을 당시에는 기뻤으나 학교측의 재임용 방침이 알려진 이후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힘겹게 승소 판결을 이끌어 낸 만큼 허탈감도 크다. 이로 인해 학교측에 대한 불신의 골도 더욱 깊어졌다.

- 투쟁을 벌여온 지난 7년간의 느낌을 표현하자면.▲동료 교수들로부터 손가락질 받던 일, 학교측의 냉대와 무시를 견뎌야 했던 일, 응원을 보내주던 제자들과 함께 투쟁했던 일, 천막농성을 벌이고 ‘무학점 강의’ 를 벌인 일 등 지난 7년간의 세월이 주마등 스치듯 지나갔다. 그러나 학교측과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아 추억으로 치부하기엔 이르다고 생각한다.

- 학교측이 재임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는데.▲한마디로 어이가 없다. 이번 판결은 명백히 잘못된 재임용 거부 처분을 취소하고 복직을 시키라는 것이지 재임용 절차를 다시 밟으라는 것이 아니다. 학교측이 겉으로는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이겠다고 하면서 실질적으로는 판결 내용을 뒤집은 것이다.

- 그렇다면 재임용을 거부하고 복직을 주장하는 것인가.▲그렇다. 재판부는 심사결과 평가에 있어서 원고(김 교수)가 심사기준을 충분히 통과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히 있었음에도 재임용을 탈락시킨 것은 총장의 재량권을 벗어났다고 밝혔다. 따라서 재임용 절차를 거칠 필요 없이 바로 복직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 학교측에서 의도적으로 복직이 아닌 재임용을 선택했다고 보고 있나.▲그렇다. 학교측에서는 선처를 베풀려고 했으나, 내가 학교측 제안을 거부해 복직시키지 못하는 것처럼 연출하고 있다. 이는 소송이후 서울대에 쏟아지는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술책이라고 본다. 학교측은 이것도 모자라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언론플레이’까지 펼치고 있다.

- 언론 플레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학교측은 언론에 재임용 절차를 통한 복직 결정을 기정사실화시켜 출입기자들에게 알리고 있다. 또, 몇몇 출입기자들도 “학교측이 복직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 이라며 서울대 입장을 대변해주고 있다. 마치 내가 내일이라도 강단에 설 것처럼 알려지고 있는데 아직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다.

- 학교측에서는 최소한의 재임용 절차만 밟겠다고 했다. 이는 사실상 복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아니다. 교수 재임용이란 신규임용과 달리 교수 신분이 유지된 상태에서나 가능한 행정처분이다. 부당 해직시켜 현재 교수직을 상실한 사람에게 재임용 절차를 밟으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재임용 절차는 학교측의 철저히 계산된 행동이다.

- 학교측의 계산이란 무엇인가.▲조건없이 복직을 시키면 자신들의 잘못을 순순히 인정하는 것이 되므로 학교측은 체면치레를 위해 교묘히 재임용이라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또, 복직을 시키면 나를 쫓아낼 방법이 없지만 재임용 절차를 밟게 되면 추후 재임용 과정을 다시 문제삼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재임용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학교측에서 이를 빌미로 대법원에 상고할 수도 있다. 학교측에 빌미를 제공하는 것은 아닌가.▲쉽게 상고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일 학교측이 상고한다고 해도 상관없다. 상고한다면 그동안 투쟁과정에서 제기했었던 의혹을 밝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학교측은 나를 재임용시키고 그동안 제기됐던 의혹들에 대해서는 숨기고 싶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제기했던 의혹이란 어떤 것인가.▲지난 98년 재임용 과정에서 불거졌던 의혹이다. 서울대가 나를 내쫓기 위해 심사위원을 조작, 은폐하고 심사보고서까지 위조하면서 재임용에서 탈락시켰다. 당시 재임용 심사보고서를 위조한 A교수는 현재 미대 학장으로 있다.

-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학교측은 재임용 심사를 학외 인사에게 의뢰했다고 주장했지만 사실은 학내인사인 것으로 밝혀졌다. 심사에 참여한 A교수는 당시 서울대 미대교수에 신규 임용된 학내인사였다. 심사과정에 의혹을 갖고 추적하던 중 A교수의 인사기록카드 필체와 재임용 심사보고서 필체가 같은 것을 발견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국내, 외 전문가에게 필적감정을 의뢰한 결과 동일인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A교수 신규임용과 재임용 심사 참여 사이에 함수관계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앞으로의 투쟁 방향은.▲앞서 언급한 세 가지 문제에 대해 지속적인 투쟁을 벌일 것이다. 우선 재임용이 아닌 복직을 시켜주는 것과 지난 98년 재임용 탈락을 주도했던 A교수를 비롯한 관계자들의 처벌, 그리고 정운찬 총장과 학교측의 공식적인 사과다. 내걸었던 요구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시민단체들과 연합해 정운찬 총장 퇴진운동을 벌이겠다.

- 학교측에서 요구조건을 어느 정도 수용해준다면 합의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그럴 일은 절대 없다. 투쟁 도중에 학교측과 적당히 협상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A교수를 비롯한 문제의 인사들이 여전히 군림하고 있고, 학내 분위기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는데 학교로 돌아가 봐야 소용없는 것 아니겠는가. 만일 학교측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지난 7년 동안 ‘자리’에 연연해서 투쟁한 것밖에 되지 않는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타 학교에서도 학내 문제를 거론하다 해직된 교수들이 많다. 이들 중에는 나처럼 복직투쟁을 벌이며 학교측과 길고 긴 싸움을 벌이는 교수들도 있다. 그들에게 좋은 선례를 남기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싸울 것이다. 또, 학교측도 제기된 의혹에 대해 피하려하기 보다 당당하게 나서 진실을 밝혔으면 좋겠다.

김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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