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마지못해 택한 약사의 길에서 허씨는 뜻밖의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자신이 지은 약을 먹고 회복되는 사람들을 보며 희열을 느낀 것. 허씨는 “희열을 알면 알수록 약을 지어주는 것만으로는 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인간의 병을 다스리는 일에 좀 더 깊이 들어가보고 싶어 의술을 배우게 됐다” 고 회고했다.결국 허씨는 1974년 경희대 의대에 들어가 1978년 의사면허증을 받았고, 1981년 동산병원 내과 전공의 과정으로 근무하기 시작해 1986년 정식 내과전공의가 됐다. 허씨는 개업 2년 만에 영남대 의과대학원에 입학해 1995년엔 의학박사 학위까지 거머쥐었다. 그는 박사과정에 있던 1994년 한의사이던 동생과 함께 양방, 한방을 동시에 다루는 병원을 냈다. 그러자 그의 향학열은 이번엔 한의학 쪽으로 쏠리기 시작했다.마침내 2000년 허 박사는 가족들에게 “대구 한의대에 지원하겠다” 고 폭탄 선언을 했다.
뜻밖의 선언에 가족들은 극구 반대했지만 허씨는 기어이 한의대에 들어가 한의사 공부를 시작했다.허 박사는 “공부하다가 눈은 침침한데 암기도 잘 안 되고, 체력조차 달릴 때면 늙었다는 걸 절감할 때가 많았다. 힘들 때마다 노화방지 주사까지 놓아주며 응원한 아내가 없었다면 공부를 마치기 힘들었을 것” 이라며 “양방은 과학이지만 한방은 예술이다. 양방에서 1+1은 2지만, 한방에서는 10도 될 수 있고 100도 될 수 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양방과 한방이 서로 자존심만 다투지 말고 환자 치료를 위해 손잡는 진료 체제가 구축된다면 한국은 세계 최고의 의료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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