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부총리의 경기고 동기로는 청와대 정문수 경제보좌관, 정우성 대통령 외교안보보좌관이 우선 거론된다. 이들을 두고 ‘경기고 트리오’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 외 한태규 외교안보연구원장, 이재길 외교통상교섭본부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대사, 유인태 열린우리당 의원, 이철 전 의원 등이 꼽힌다. 고교 동기 가운데 재계 인사 중에는 현재현 동양그룹회장과 자주 만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문수 보좌관 외에 이계식 제주도 정무부지사, 강만수 전 재경원 차관, 허태열 한나라당 의원, 엄낙용 전 관세청장, 안병우 전 예산청장 등이 한 부총리의 행시 8회 동기로 알려지고 있다. 학계에서는 정운찬 서울대 총장이 한 부총리의 대학 1년 선배이고 김인준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조동성 서울대 경영학부 교수, 현정택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 등과는 대학 동문으로 자주 만나 조언을 구하는 멤버들로 알려지고 있다.
2002년 7월 한·중 마늘협상 파동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 법무법인 김&장 고문, 산업연구원 원장 등 민간에서 경험을 쌓고 있던 그가 참여정부 고건 전총리 당시 컴백한 것을 두고 ‘고건 라인’으로 분류하는 정치권 인사들도 있다. 때문에 지난해 5월 고 전총리의 퇴임이 임박했을 무렵 한 부총리가 고 전 총리와 진퇴를 함께 할 것이라는 게 당시의 지배적인 관측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해찬 총리 체제에서도 ‘책임 실장’ 역할을 수행했다. 한 부총리 발탁 배경과 관련, 참여정부 2대 국무조정실장으로 ‘고건-이해찬’ 2대에 걸친 책임 총리를 잇따라 보좌함으로써 분권형 국정운영을 안착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가 내려지는 이유다. 특히 이번 인선에 있어 ‘총리 각료제청권’과 관련, 설왕설래가 잦은 것 역시 그가 이 총리에게 상당한 신임을 받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렇듯 엘리트 관료 출신으로 정재계 및 학계와의 두터운 인맥은 경제수장으로서의 운용에 있어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공직생활 승승장구전형적인 엘리트, 화려한 인맥과 함께 한 부총리를 수식하는 어구는 또 있다. 공직에서의 승승장구다. 이는 그를 통상전문가로 칭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통상산업부차관, 통상교섭본부장,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등 통상분야 요직을 거쳐 2002년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냈다. 한 부총리에 대한 인선 소식이 알려지자 주위의 평가가 ‘전형적인 모범생’, ‘균형감각의 소유자’로 압축된 것에서 공직에서의 성공 이유를 엿볼 수 있게 한다. 그 역시 취임 후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어디 가고싶다는 말을 한번도 한 적이 없다”며 고위 공직자로서의 소신을 피력한 바 있다. 전형적인 엘리트에 이은 ‘일벌레’라는 또 다른 수식어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한 부총리는 상공부 과장 시절 휴직계를 내고 유학, 하버드대에서 1년 만에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또한 영어 실력도 비슷한 연배의 관료 중 가장 뛰어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미자동차 협상 때는 그의 유창한 영어와 치밀한 자료준비에 미국 대표들도 혀를 내둘렀을 정도였다고. 대인관계에서도 세련되고 절제된 모습, 과거 ‘마늘 파동’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이면에 한 부총리의 원칙론자로서의 소신을 말해주기도 한다. 이는 한 부총리의 부임을 두고 비록 표면적이기는 하나 ‘완만한 인선’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완기 청와대 인사수석은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 실물경제와 통상 등 경제 전반에 대한 식견과 안목이 뛰어나고 공사간의 생활도 매우 건실하다”면서 “특히 지난 1년간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하면서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정책 조정을 훌륭하게 수행했다”고 그의 발탁 배경을 밝힌 바 있다. 경제수장 역할 부정적 시각도그러나 ‘경제수장’으로서의 운영에 있어 한 부총리를 둘러싼 정·재계의 시각은 그리 녹록지 않다. 우선 전임 부총리에 견줘 재경부 인맥이 빈약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한 부총리의 재경부 내 입지를 굳히는 데 있어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즉 모피아(MOFIA 옛 재무부 출신 경제관료) 조직에 한 부총리가 휘둘릴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는 것.인맥을 중시하는 재경부의 조직문화를 등에 업고 전임 부총리는 모피아의 대부로서 막강한 조직 장악력을 보여줬다.한 부총리가 비재경부 출신이라는 것 역시 약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재경부 핵심 업무라 할 수 있는 금융부문에 대한 실무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대학 재학 중 행정고시 8회에 합격하고 경제기획원에서 출발했지만 82년 이후 부처간 교류 때 상공부(현 산업자원부)로 자리를 옮긴 것을 계기로 관료 생활 대부분을 통상 분야에서 보냈다. 통상교섭본부장, 경제수석, 국무조정실장 등의 요직을 거쳤지만 이들 업무가 ‘보좌적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도 있다.
경제전반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경험 및 능력과 다른 경제부처와 경제단체 또 국회 등을 아우르는 경제수장으로서 역할은 다르다는 해석인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도덕적인 문제로 낙마한 전임 부총리의 부담감을 안고 혹독한 여론 검증을 시도한 만큼 함께 거론됐던 후보 가운데 한 부총리가 상대적으로 도덕성에서 앞서고 있다는 데 무게를 둔 인선이라는 혹평도 나오고 있다. 애초 두 명으로 압축됐던 신임 경제부총리 인선이 네 명으로 늘어난 데서 청와대의 고심이 묻어나는 것도 사실이다. 이와관련,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인선에서 배제될 나머지 인사들이 받아야 할 상처도 감수하며 혹독한 여론의 십자포화에 이들의 면면을 공개한 청와대의 최종 선택은 도덕성과 청렴성에 우선순위를 두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경제수장으로서의 한 부총리에 대한 정확한 평가나 분석은 나오지 않고 있다. 정책 산출과 집행 과정에서 그가 보여줄 미래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영미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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