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당신…기억의 편린들
사랑, 당신…기억의 편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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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5-04-15 09:00
  • 승인 2005.04.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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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8년 창간된 국내 최초의 윌간 대중문학지 베스트 셀러가 창간과 함께 공모한 제1회 베스트셀러 문학상을 수상한 김용국 시인이 다섯 번째 시집 『당신의 맨발』을 출간했다. 당시 김용국 시인은 절제된 언어와 투명한 감성, 그리고 문학의 대중성까지를 담보한 수상 시집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두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어렵습니다』를 통해 순수 문학과 대중 문학 사이의 금줄을 걷고 우리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갈 의미 있는 시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사랑의 시인답게 이번 시집의 가장 큰 주제 역시 ‘사랑’이다.

점점 메말라가는 우리의 영혼 속에 김용국의 시는 얼음처럼 시린 사랑의 아픈 편린들, 그리고 그 상처를 감싸주는 따뜻한 회복(回復)의 언어들로 뜨거운 사랑의 희망을 속삭여 주고 있다. 김용국 시인은 이미 ‘날이 갈수록 대중성을 상실해 가고 있는 순수문학, 날이 갈수록 작품성을 상실해 가고 있는 대중문학으로 양분된 현재의 문학 상황 속에서 그 사이의 새로운 통로, 열린 코드를 열어 갈 최초의 시인’이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우리의 시집 독서 시장에서, 순수/대중의 이분법은 이미 오래 전에 자리 잡은 실정이다. 문제는 대중적인 시집 중에, 품격을 갖춘 시집이 전무하다는 데 있다.

소녀 취향의 감상적인 시집들이 대중 시집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김용국 시인은 연시의 형식을 통해, 순정한 사랑과 인생에 대한 고뇌를 노래하고 있는 드문 시인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이런 점은 표제시인 「당신의 맨발」을 통해 극명하게 드러난다.김용국 시인의 연시는 일정한 품격을 유지하고 있다. 감정을 극도로 절제하되, 그 대상이 되는 ‘당신’에게 헌신하는 화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대가없는 자세야말로 현재의 우리가 지향해야 할 순수한 사랑이 아닐까 싶다. 각박한 세상일수록 연시의 힘은 더 크게 발휘될 수 있는 법이다. 현실에서의 삶이 어려울수록, 사랑이 더 힘겨울수록 역설적으로 사랑은 더 위대해지는 법이다. 김용국의 이번 시집은 자신을 지극하게 낮춤으로써 숭고한 사랑에 이르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다. 그의 다음 행보를 기대해 본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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